[대한경제=노태영 기자] 올 1분기 한국경제의 역성장 시그널이 점차 강해지는 가운데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재정정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필수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12조원 규모를 긴급 수혈하기로 했지만, 정작 경기 회복을 견인할 SOC(사회기반시설) 투자와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예산 대신 현안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재정 투입에 급급하면서다.
환율 불안이 이어지고 기준금리 인하마저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마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이대로라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고, 오는 22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추경안은 △재해ㆍ재난 대응 3조2000억원 △통상ㆍ인공지능(AI) 지원 4조4000억원 △소상공인ㆍ취약계층 지원 4조3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포인트(p)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돈 풀기가 아니라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투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렇다보니 이번 추경안에서 경제성장과 국민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SOC 예산 비중은 고작 1.6%에 그쳤다.
추경안에 담긴 SOC 예산은 노후 하수관로ㆍ도로 조기보수 1259억원, 공항 시설개선 433억원 등 총 2000억원 정도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싱크홀(땅꺼짐)과 지난해 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안전 확보 예산이 제한적으로 담겼다.
이 같은 ‘찔끔’ 수준의 SOC 예산으로는 경기 회복은 물론 국민 불안도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상황 보고서에서 “1분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경제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대형 산불,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에 더해 일부 건설사의 공사가 중단된 게 직접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진작을 위해 추경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중단된 공사 재개는 물론 신규 SOC 추진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순수하게 경기진작을 목적으로 (추경을) 편성한다면 SOC 사업을 포함해 소비와 투자 쪽으로 내용이 싹 다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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