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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사진= 현대건설 |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현대건설이 수행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공사는 1970~1980년대 ‘중동붐’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을 통해 해상ㆍ육상 복합 인프라 구축 역량을 세계에 알렸다. 이는 현대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다.
7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건설공사는 총 공사비 9억3000만달러가 투입된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 산업시설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동부지역의 원유 생산 및 수출을 위한 거점 항만이자, 중동의 산업화 및 경제발전을 위해 닻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치열한 국제 경쟁을 뚫고 이 사업을 수주하며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공사는 호안, 방파제, 안벽, 유조선 정박시설(OSTT, Open Sea Tanker Terminal) 등 총체적인 항만 인프라 구축으로 구성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1976년 예비공사를 시작으로, 이듬해 본공사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은 사막의 혹독한 기후와 해상 공사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공정 관리와 품질 확보에 주력했다.
공사 과정에서는 전례 없는 대규모 인력과 장비, 자재를 동원했다. 공사에 투입된 인원만 하루 최대 3600명, 총 연인원 250만명에 달했고, 1000종을 웃도는 다양한 자재가 투입되는 등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와 난이도의 사업이었다.
사업 성패의 핵심으로 꼽히는 해상 유조선 정박시설 OSTT는 현대건설이 이전까지 시도한 적 없는 분야였지만, 미국 브라운앤루트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난관을 극복했다.
특히 국내 울산 현대조선소에서 제작한 400톤짜리 하부구조물(재킷) 89기를 1만2000km 떨어진 사우디 현장까지 해상 수송한 사례는 세계 건설업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으로 남았다. 이를 두고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도전’이란 평가도 뒤따랐다.
정밀 시공 기술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현대건설은 수심 30m 바다에 400톤짜리 재킷을 한계 오차 5cm 내외로 정교하게 설치해 해외 엔지니어들로부터 깊은 찬사를 받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세기 인류 최대의 역사’라 불리는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준공해 중동 지역은 물론 선진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던 해상구조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건설은 이 사업을 통해 해상 운송, 설치, 정밀 시공 등 복합적인 기술 역량을 축적했다. 이는 이후 사우디 얀부 액화가스 해상터미널 등 후속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졌다. 현대건설이 해상구조물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 사업 이후 인근 지역의 인프라 공사를 독점적으로 수주하며 지역 내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단순 수주를 넘어 중동 지역의 경제 발전과 산업 인프라 확충에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베일 산업항 프로젝트는 현대건설의 성장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이정표가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베일 산업항 건설은 단순한 항만 인프라 구축을 넘어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프로젝트”라며 “당시 대형 해상구조물 시공, 국제 협력, 현장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현대건설의 해양 토목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업은 특히 국내외 건설 현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며 ”현대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는 결정적 분기점이자, 한국 건설사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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