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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굽겠다.”
지난 2020년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는 절대적인 공기(工期)가 필요한데 지금 와서 아파트 물량이 부족해도 정부가 (공급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아파트 공급을 빵에 빗댄 표현으로 십자포화를 맞았지만, 표현자체는 맞았다. 실제 아파트는 빵 굽듯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발언은 앞으로의 이재명 정부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이미 서울지역 아파트는 당장 내년부터 공급절벽 상황에 돌입하는데, 지금부터 착공을 한들 공급량 증가 효과는 정권 말기나 되어서야 나타날 수 있다.
12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서울 전반의 주택 시장 상승 흐름을 문재인 정부 학습효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시장 전문가는 “일부에선 이번 시장 상승세를 다음 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막차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정부의 주택시장 대응책이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심리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시도별 변동률 통계표를 보면, 서울지역 매매가격은 올들어 이달 9일까지 2.29% 상승했다. 대선 불확실성 제거로 매매가격이 상승한 게 아니라, 이미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염두에 두고 대선 전부터 상승세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과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착공 실적은 각각 2만8000가구, 2만6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2021년 평균 6만7000가구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서울은 대규모 택지를 공급할 지역이 없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노후주택의 재건축, 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 외엔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착공이 이처럼 급감하면서 이재명 정부 2~3년 뒤엔 입주 물량 절벽사태가 예고됐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혼란을 예고하는 데, 정부 대응은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대선 10대 공약집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특히 공급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본부장은 “재초환이 지난 2023년에 크게 완화돼 부담이 줄었고, 개정안 시행이 1년도 안됐다. 특별히 손을 봐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진 본부장의 분석과는 달리, 이른바 재초환은 사업성을 갖춘 서울관내 정비사업장 조차, 재건축을 주저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건축을 완료한 뒤, 초과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면 수억원씩 분담금을 들여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재초환 때문에 재건축을 포기하게 되면, 도심 노후화가 가속되는 것은 물론,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이 불가능해짐으로써 결국 부동산 시장 폭등이란 결론에 닿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서울 유세에서 용산구와 마포, 영등포 등 부동산 민감지역에 “수요ㆍ공급 원리에 따라 공급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인데, 아무리 용적률을 늘려주고, 재건축 규제를 풀어준 들, 대표적인 반시장 정책 ‘재초환’을 유지하겠다는 입장 아래에선 정비사업의 숨통을 트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단순히 문재인 정부와 결을 같이하는 진보정권이 들어서서 ‘패닉 바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반토막 난 서울 지역 착공 물량의 흐름과 앞으로의 공급량 감소, 위기의식 없는 정부라는 ‘3박자’를 함께 보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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