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남산 곤돌라 설치 여부를 판가름할 소송의 1심 선고가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한 쪽에 원고적격(소송을 낼 자격)이 인정될지도 주목된다.
기존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 등이 공사를 중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는 신청인적격이 인정됐을 뿐만 아니라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여졌지만, 본안 소송에서도 원고적격이 인정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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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남산 케이블카 승차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안윤수 기자 ays77@ |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오는 12월19일 오후 1시55분 한국삭도공업 등이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 1심 판결을 선고한다.
남산숲 지키기 범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정모씨와 남산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 2명도 원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앞서 집행정지 사건에서 “정씨 등이 주장하는 환경상 이익, 교육환경권 등은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인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행정소송에서는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ㆍ구체적 이익이 있어야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한국삭도공업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남산 케이블카 운영에 따른 영업상 이익이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인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일단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당시 법원은 정씨 등에 대해 “환경상 이익과 교육환경권이 개별적ㆍ직접적ㆍ구체적으로 보호되고 있지 않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본안 소송에서 다툴 여지가 존재한다”며 “신청인적격이 없음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일응 신청인적격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삭도공업에 대해서도 “(서울시 처분에 따라) 곤돌라가 설치되면 영업상 손실을 입게 될 것이 예상되는 경업자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신청인적격을 인정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본안 소송의 판단은 다를 것이란 예상도 많다.
집행정지 사건에서 신청인적격이 인정되면 본안 소송에서도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반드시 ‘신청인적격=원고적격’이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이유다.
A부장판사는 “원고적격이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겠지만, 집행정지 인용 결정 이후 본안 사건 심리 결과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집행정지는 그야말로 잠정적인 조치로, 남산 곤돌라가 완성되면 이 소송 자체를 이어갈 필요가 없는 만큼 집행정지 결정을 통해 일단 공사를 중단시킨 것일 뿐, 본안 소송에서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B부장판사도 “집행정지 신청은 일단 받아들여 주는 대신 본안 소송에서는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각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집행정지 사건 단계에서는 원고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씨와 대학생 2명은 본안 소송에서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거나, 원고적격이 인정되더라도 청구는 기각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C변호사는 이 소송에 대해 “기업이 자신들의 독점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근 학생들과 환경단체의 이름을 빌려서 제기한 ‘차명소송’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까지 원고적격을 인정한다면 서울시민 아무나 소송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행정소송을 ‘민중소송화’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중소송은 국가나 공공단체의 기관이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 자신의 법률상 이익과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그 시정을 구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한국삭도공업의 경우에도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해야 할 법률상 이익이 사실상 기대권(‘장래에 일정한 사실이 발생하면, 일정한 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나 희망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 수준에 불과해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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