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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산망 멈췄다] 강제력 없는 데이터센터 방화 기준… 기반시설 법·제도 ‘허점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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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30 06:00:17   폰트크기 변경      
화마 부른 배터리 열폭주

열폭주 차단하는 유일 방법은
초기단계서 대량의 물 투입과
냉각제로 온도 낮추는 것뿐
현 설비체계, 구조적으로 한계

방재 전문가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기준 적용이 문제”
‘성능기반설계’ 의무화해
맞춤형 방재체계 갖춰야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는 국가기반시설 설치ㆍ운영의 법적ㆍ제도적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소방시설법상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 또는 ‘업무시설 내 전산실’로 분류된다. 이는 1980~90년대 전화 교환국이나, 기업 소규모 서버실을 기준으로 만든 규정이다. 하지만 현대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수십만대의 서버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대규모 배터리가 밀집돼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소비하고, 고열과 복합적 화재 위험을 동반한다. 기술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위험천만한 ‘소방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화재의 발화원으로 지목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 제도의 치명적 맹점을 보여준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번 불이 붙으면 내부 화학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온도가 1000℃ 가까이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는 외부 산소 공급이 없어도 스스로 연소하며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질식소화 방식의 가스계 소화설비로는 사실상 진화가 불가능하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있다. /사진:연합


소방안전 전문가들은 열폭주 상태에 대응할 수 있는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는다. 현재 대부분 데이터센터는 법적 최소 기준만 충족해 가스계 소화설비만 설치돼 있는데, 이는 열폭주 상황에선 전혀 효과가 없다. 오히려 배터리에서 터져 나오는 가연성 가스가 2차, 3차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화재 피해를 더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이들은 열폭주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초기 단계에서 대량의 물이나, 냉각제를 투입해 온도를 급격히 낮추는 것 뿐이라며, 현행 설비 체계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에서는 이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자체 기준을 마련해 대응 중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데이터센터 방화기준(KFS 1280)’을 통해 UPS실과 배터리실을 서버실과 최소 2시간 이상 내화성능을 갖춘 격벽으로 분리하고, 별도의 자동소화설비 설치를 권고한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이 없다보니 현장에서는 “법만 지키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 속에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방재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를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는 현재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는 건물 구조와 내부 설비, 화재 발생 양상이 일반 건물과 전혀 다르다. 좁은 공간에 고열과 전력이 집중되고, 복잡하게 얽힌 케이블과 장비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불이 나면 확산 속도가 빠르고 진화가 어렵다. 따라서 각 시설의 규모와 구조, 위험 요소에 맞춘 ‘성능기반설계’를 의무화해 맞춤형 방재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법제화가 필요한 핵심 과제로는 △UPS·배터리실과 서버실의 내화구조 격벽 분리 및 2시간 이상 방화 등급 의무화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설비(대량 주수·침수·냉각 방식) 설치 의무화 △유독성 고온 연기를 신속 배출할 수 있는 전용 배연설비 강화 △정기 소방안전 조사시 외부 전문가 참여 의무화 등이 꼽힌다.

UPS와 배터리실은 화재 발생시 가장 위험도가 높은 공간이다. 고온과 전류가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에 한 번 불이 나면 인접한 서버실로 번지기 쉽다. 이 공간을 내화 성능이 높은 격벽으로 분리하고, 일정시간 동안 불길을 막아내야 초기 대응이 가능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가스계 소화설비로는 진화가 어려워 열을 빠르게 식혀 폭발을 막을 수 있는 대량 주수나 냉각 방식 설비를 별도로 갖춰야 한다.

또 데이터센터 내부에는 배터리와 플라스틱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유독성 연기가 빠르게 퍼지는데, 이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인명 피해와 2차 폭발 위험이 커진다. 전용 배연설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정기 소방안전 조사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안 역시 기술이 복잡한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감안한 조치다. 사업자 자체 점검만으로는 위험 요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글로벌 IT기업들은 보험과 사업 연속성 문제 때문에 국제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안전설비를 요구한다”며 “국가기간망을 다루는 시설일수록 더 높은 기준을 법으로 정해 설계·시공 단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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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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