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2025년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건설사 간 수주경쟁이 사실상 사라졌다.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한강변 등 서울 금싸라기 단지도 예외가 없었다. 2회 유찰 후 단독 응찰한 건설사가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내는 ‘무혈입성’이 일상화됐다.
2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도시정비 사업장 180여곳 가운데 30여곳(16%)을 웃도는 사업지에서 경쟁입찰로 시공사가 선정됐다. 150여곳에 달하는 사업지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 계약을 맺은 셈이다. 현행법상 시공사 입찰에 건설사 한 곳만 참여해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못하면 유찰되고, 2회 연속 유찰 때는 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시공능력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수주한 14곳(컨소시엄 2곳 포함) 가운데 서울 한남4구역 재개발, 개포우성7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제외한 12곳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서울 신반포4차와 송파 대림가락 재건축, 신정동 1152번지 일대 재개발 등이다.특히 서울 문래동4가 재개발과 여의도 대교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조합원들의 삼성물산 선호가 높아 ‘모셔오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올 도시정비 시장 ‘수주 킹’에 등극한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재건축 등 올해 11개 사업지에서 경쟁입찰 없이 사업을 따냈다.
리모델링 시장은 더 극명했다. 서울 상록타워, 광나루 현대, 이수극동ㆍ우성2ㆍ우성3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통상 리모델링은 공사 난도가 높아 대부분 시공사와 수의계약으로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은 대부분 경쟁입찰을 진행해 시공사와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출혈 경쟁’을 자제하는 보수적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도 건설경기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의계약 사업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무리하게 경쟁에 나서 대규모 사업비를 태우며 리스크를 키우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성수와 압구정 등 서울 주요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 채비를 하는 만큼 각축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도시정비 관계자는 “환율과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공사비 원가율이 높아지며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어서 당분간 건설사들이 최대한 경쟁을 피하고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내년에 알짜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이 추진되는 만큼 수주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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