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역대급 호황’을 기록한 도시정비 시장의 이면에는 정부와 서울시의 날선 신경전이 자리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가 속출하며 건설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이었지만, 정비시장 만큼은 불황이라는 단어가 빗겨갔다. 다만 주택 공급 확대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주택공급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가는 길은 정반대다. 정부는 “공공이 나서야 한다”고 하고, 서울시는 “민간에 맡기라”며 맞서고 있다.
2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도시정비 시장은 단연 정부와 서울시의 신경전에 이목이 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비사업 추진 방식을 둘러싼 판이한 인식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 9월7일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두 달 만에 내놓은 첫 공급대책의 핵심은 ‘공공 주도’였다. 민간이 손대기 어려운 노후 도심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의 논리는 공공이 나서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신속한 인허가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의 방안은 차이가 있다. 주요 정책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다.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에 공공이 초기부터 계획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규제 철폐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이 기존 18년 6개월 걸리던 것을 13년으로 5년 6개월 단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신통기획 2.0’을 발표하며 인허가 구간 혁신으로 추가 1년을 더 단축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마른 수건 쥐어짜듯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빠르게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란 판단이다.
수면 아래 맴돌던 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은 정부의 10ㆍ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표면화했다. 이 정책으로 서울과 수도권 12곳이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는 행위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사실상 재개발ㆍ재건축 유인책을 끊어버린 조치라는 불만이 속출했다.
최근 제기된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과 관련해서도, 시가 지금처럼 심의를 신속하게 해야 정비구역 지정이 원활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과 권한이 옮겨져야 사업이 더 빨라질 것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 사이 정비사업 현장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 내 한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장은 “공공이 주도하는 방향이든, 민간이 직접 나서는 방식이든 장단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정비사업의 핵심은 속도다. 속도만 내게 해주면 주택 공급이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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