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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도 달리고 싶다上](2) 예외만 늘어난 30년… 사전확정주의, 물가 변동 앞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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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14 06:01:05   폰트크기 변경      
7% 룰·물가 특례 등 예외 도입했지만, 변동성 시대 대응 역부족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가 도입 30년을 넘기며 급변하는 물가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7% 룰’과 ‘물가 특례’ 등 보완책을 내놨지만, 예외만 늘어난 제도로는 공사비 급등기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자사업은 최초 제안부터 실시협약,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고, 운영 기간도 갈수록 장기화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물가와 노무비, 자재비, 금리는 계속 변하는데 공사비는 처음 정한 숫자에 묶여 있다.

업계에서는 착공 전부터 공사비 우려가 나오고, 착공 이후에는 공기 연장, 안전·환경 기준 강화, 설계 변경, 기후 변수 등으로 공사비가 더 오른다.

이 같은 공사비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간투자법령 및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등에 따르면, 주무관청의 귀책사유, 불가항력 사유, 법령 등의 제·개정, 주무관청 요구사항 등 부득이한 사유에 따라 총사업비 변경이 가능하다.

민자업계 관계자는 “‘현저한’ ‘주무관청 귀책’의 전제조건은 사업자 입장에서 총사업비 변경을 신청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라며 “총사업비 변경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주무관청 입장도 이 같은 전제조건은 사업비 변경에 반대하는 근거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발 전쟁 등 예상치 못한 대내외적 상황들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발생했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물가 변동성에 사업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급격히 커진 것이다.

주무관청과 사업자 간 사업비에 대한 이견으로 재정사업으로 전환한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 민간투자심의위원회에서 실시협약안을 의결하고도 1년 넘게 공회전하는 서부선 경전철 민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23년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을 손보며 ‘현저한 물가변동’ 기준, 이른바 ‘7% 룰’을 신설했다. 건설투자 GDP 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CPI)로 보정한 공사비가 ±7% 이상 차이나면, 초과분의 50%를 총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분기별 물가지수 변동률 차이가 3%포인트 이상이면 건설보조금을 더 줄 수 있는 규정도 넣었다.

다만 ‘7% 룰’을 두고 왜 7%인지, 어떤 계산과 논리를 거쳐 나왔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이를 적용받은 사업이 없어 제도의 실효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지난 2024년에는 2021∼2022년 물가 급등기의 영향을 받은 사업 가운데, 실시협약을 맺지 않은 사업을 대상으로 총사업비를 최대 4.4%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물가 특례’를 도입했다.

이 또한 ‘실시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으로 한정하면서 코로나19 시절 공사비 급등을 겪고도 특례 적용을 못 받는 사업들이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민자사업인데 물가 보전 방식이 다르고 몇 개월 차이로 보전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제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처럼 예외 규정이 늘어나면서, 불변가격 기준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에서 벗어나 민자 제도에 물가 변동을 유연히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가변동은 예외가 아닌 공사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수가 됐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예산 통제, 민자 인프라의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를 주창해왔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민자사업의 장기화, 각종 변수로 부작용이 쌓이고 있다”며 “총사업비 확정주의 원칙이 민자사업의 공공성 확보와 국가 예산 통제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이제는 급격한 시대 변화에 따라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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