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건설사 첫 노랑봉투법 사정권
업체ㆍ현장마다 중층 하도급 구조
업계 "건설업 특수성 고려해야"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원청 건설사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대상으로서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은 업체ㆍ현장마다 유사한 중층 하도급 구조를 가진 만큼 이번 판단이 타 건설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9일 진행한 심판회의에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노위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포스코이앤씨는 향후 교섭요구에 대한 공고를 진행하고 하청노조와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원청 건설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북지노위의 판단은 포스코이앤씨와 전국건설노조 간 관계에 한정되지만, 그 여파는 전체 건설업계에 미칠 전망이다. 특히, 전국건설노조는 이번 심의 과정에서 특정한 교섭의제를 제시하지 않고, 전반적인 건설산업 구조상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건설사의 근원적 특성인 하도급 구조 자체가 사용자성에 대한 근거가 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의 심의 결과가 우려한 대로 나왔다. 남의 일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특별한 대응 수단이 없다. 추후 상세한 판정문이 공개돼야 인정 근거에 따른 대처 전략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지노위 심판회의에는 근로자위원 1명, 사용자위원 1명, 공익위원 3명 등 5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회의 결과는 공익위원에 달린 경우가 많은데, 이번 회의엔 모두 법조계 인사로 채워졌다. 현장의 복잡한 고용 형태나 장비 운용 체계 등 건설산업의 특수성을 정확히 들여다보기 어려운 구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500가구 규모 아파트를 건설할 때 일일 출력인원이 500명이라고 하면 노조에 가입해 철골조나 타워크레인 업무를 맡는 인원은 30∼40명 정도”라며 “한 현장의 5%도 안 되는 인원들이 제기한 교섭요구를 전체 인원에 해당하는 것처럼 해석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단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노무ㆍ법무법인을 선임해 법적 분쟁까지 대비하고 있지만, 지역ㆍ중소건설사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시간ㆍ비용적 부담을 이유로, 지노위 판단을 받기도 전에 교섭요구를 공고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는 원청 건설사가 사용자성을 자발적으로 인정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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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달 10일부터 현재까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기업(기관)은 총 33개소다. 이 중 건설사는 9곳으로, 모두 지노위 판단 없이 자발적으로 공고했다. 삼정ㆍ부강ㆍ흥한주택종합ㆍ미진건설, 덕진토건 등 5개 사는 이미 교섭 대상 노조를 확정했고, 상견례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대형 로펌을 선임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노조를 자극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지난 한 달간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교섭요구는 1011개 하청노조ㆍ지부ㆍ지회가 372개 원청 사업장 대상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참여한 하청노조원은 14만5860명으로, 전체 노조원(약 277만 명)의 5% 규모다. 이 중 지노위에 시정신청 된 사건은 287건(미공고 시정 170건, 교섭단위 분리 117건)이며, 이 중 19건이 인정됐다. 기각된 사건은 7건이고, 진행 중인 사건은 65건이다. 나머지 196건은 취하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교섭요구 추이는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법 취지가 안정적으로 구현되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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