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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도쿄는 34년을 기다렸다. 반면 한국은 합의한 지 3년 만에 뒤집었다. 이 차이가 용산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아태 본부가 밀집한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는 아자부다이 지구 제1형 도시재개발 사업이 낳은 결과물이다. 2023년 준공된 이 프로젝트는 1989년부터 시행됐다. 시행자인 모리빌딩그룹은 1987년부터 지역개발협의회를 설립,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00명의 토지주를 설득했다. 일본 정부는 일관된 정책 지원으로 이 장기 프로젝트를 뒷받침했다. 일본 최고층 건축물인 모리 JP타워를 비롯한 완벽한 복합단지 탄생의 원동력이다.
용산의 주택 공급 계획도 지난 2021년부터 서울시와 국토부 간의 협의를 통해 2022년 6000호 수준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30여 개가 넘는 연구용역을 거쳤고, 교통ㆍ환경ㆍ재해 영향평가는 물론 수많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정교하게 설계됐다. 국토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공식화했고, 2024년 업무협약과 2025년 기공식까지 이어지며 대내외적인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현 정부가 급작스럽게 ‘1만호’ 정책을 제안, 몰아붙이면서 정책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정부의 1ㆍ29 공급대책이 과거 실패 방정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새 정부 수립→숫자 끼워맞추기식 일방적 대책 발표→지자체 및 부처 간 갈등 심화→공급 대책 무산’으로 이어지는 고질적 패턴이라는 지적이다.
태릉 CC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영향평가와 교통 대책 부재로, 과천 부지는 지자체와 주민의 극심한 반대로 사업이 멈춰 섰던 전례가 있다. 현재도 용산 일대는 물론 태릉ㆍ과천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노동조합은 1ㆍ29 대책 발표 직후 “당사자인 공공기관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행된 불통 행정의 전형”이라며 과천 경마공원 부지 개발 계획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 때마다 개발계획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고 있다”며 “어떤 디벨로퍼도 장기적인 호흡을 갖출 수 없고, 피해는 모두 민간사업자가 고스란히 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 전 국회의원은 “이재명 정부 공급 정책은 숫자는 화려하고 구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밑으로 파보면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주택 공급 문제는 용산 하나뿐 아니라 다른 협상 지역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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