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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머스 크로니클] 오토노머스에이투지① : 외면받던 소신, 세계 7위로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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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15 05:40:19   폰트크기 변경      

국내 유일 풀스택…SW부터 차량까지 직접 제작
웨이모ㆍ바이두와 어깨…한국 기업 유일 순위권
운전석 없는 로이, 국내 82대ㆍ100만㎞ 달려
4분기 기술성평가 재도전으로 코스닥 정조준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의 자율주행 버스 ‘로이(ROii)’가 경주 보문관광단지 일대를 주행하고 있다./사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2025년 10월 경주 보문관광단지. 세계 정상들이 모여든 도시를 자율주행 셔틀 ‘로이(ROii)’가 달리고 있다. 운전석은 물론 운전대도 없지만, 일반 차량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다음 정류장을 향했다. 탑승객들은 신기해하며 차를 오르내렸고, 저마다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한지형 대표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8년 전 아무도 듣지 않아 속에 품을 수밖에 없던 그 말을, 스스로 증명해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대한경제>와 만난 한 대표는 창업 후 여정을 ‘증명’이란 단어로 요약했다. 2018년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A2Z)를 세우기 전까지 그는 현대차 선행개발 조직에 몸담으며 자율주행을 연구했다. 고속도로 대신 도심에서, 승용차가 아니라 버스나 셔틀 같은 특수목적차로 자율주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지금은 목적기반차량(PBV)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당시엔 개념조차 생소했다. 승용차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보던 업계에서 그의 말은 외면받았다.

뜻이 맞던 동료들과 함께 차린 A2Z는 8년 만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율주행 기업으로 우뚝 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가 A2Z를 세계 7위 자율주행 기업으로 꼽은 것인데, 웨이모ㆍ바이두 등 글로벌 기업이 즐비한 순위표에서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현재 전국 13개 시ㆍ도에서 82대의 A2Z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이고, 누적 주행거리는 100만㎞를 넘었다. 서울 도심의 새벽 버스부터 경남 하동 읍내를 도는 농촌형 셔틀까지, 지난해에만 11만명 넘는 시민이 A2Z 서비스를 이용했다.


A2Z의 레벨4 자율주행 셔틀 로이 실내./사진: A2Z 제공

그 중심은 운전석 없는 레벨4(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셔틀 로이다. 무인 자율주행을 목적으로 A2Z가 뼈대부터 새로 설계했다. 지금까지 30대를 생산했고, 연내 5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 청계천과 경주ㆍ안양ㆍ울산 등에서 운행했고, 1만명이 넘는 시민을 태웠다. 세계 최초로 레벨4 성능 인증을 준비 중이며, 유럽 인증 획득도 병행한다. 늦어도 2027년 초 인증 작업을 마치고, 같은 해 1000대 수준의 시범 양산에 나서 정부ㆍ지자체ㆍ운수사업자에 판매하는 게 A2Z의 목표다. HL만도 등과 손잡고 조향ㆍ제동 등을 손보며 단점인 승차감도 개선 중이다.

로이뿐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차량의 두뇌 격인 제어기, 카메라 등 센서, 원격제어 시스템, 도로에 설치하는 고정형 라이다 인프라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하는 업체는 A2Z가 유일하다. 한 대표는 “iOS가 아이폰에 최적화돼 있듯, 우리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것”이라며 “제 아무리 좋은 기술도 결국 탑재할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산업 특성상 완성차 회사들이 우리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자체 제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제 A2Z 앞에 놓인 과제는 코스닥 상장이다. 첫 도전은 쓴맛을 봤다. 상장 예비심사 전 거치는 기술성평가 문턱을 넘지 못한 것. 시기가 좋지 않았다. 테슬라를 필두로 AI가 인지부터 제어까지 통째로 처리하는 E2E(엔드투엔드) 방식이 자율주행의 대세처럼 떠오를 때였다. 반면 A2Z는 안전 수칙과 법규는 사람이 직접 코드로 짜 넣는 ‘룰베이스’를 바탕으로 나머지 주행판단을 AI에 맡기는 하이브리드(룰베이스+E2E) 방식을 채택했다.


무인 운행은 사고 책임을 소프트웨어(업체)가 져야 하는데 사고의 원인을 추적하기 어려운 E2E만으론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전략은 당시 시류와 거리가 있었고, 결국 기술성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한지형 A2Z 대표가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A2Z 제공

한 대표는 “A2Z는 소프트웨어부터 차량까지 직접 만들다 보니 국내엔 비교할 기업이 마땅치 않았다”며 “결국 웨이모나 테슬라와 견줘야 했는데, E2E에 대한 기대도 실제 기술 수준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던 때”라고 말했다. 당시 A2Z도 E2E 모델을 개발 중이었지만, 내보일 만한 단계는 아니었다. 그는 “기술력을 부풀려 소개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며 “돌아보면 조금 설익은 상태였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절치부심한 A2Z는 올 4분기 기술성평가에 재도전한다. 상황은 첫 도전 때와 다르다. 자체 E2E 모델이 완성돼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자율주행 실험도시(K-City)에서 검증 단계에 들어갔고, 라이드플럭스 등 국내 기업들의 상장 절차가 진행되며 평가 기준도 생겼다. 여기에 3월 405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마무리하며 실탄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도 재확인받았다. 누적 투자액은 1225억원으로 국내 자율주행 기업 중 최대다.


상장으로 마련할 자금의 활용처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양산 체계 구축. 지금까지 로이는 사실상 한 대씩 공들여 만드는 수준이었다. 판매를 시작하려면 수백대를 찍어내도 품질이 균일하게 나오는 생산 체계가 필요하고, 설비와 부품 재고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양산 품질은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데이터 확보다. 자율주행차는 새로운 도시에 진출할 때마다 도로 구조와 교통 법규, 운전 문화 등을 새로 배워야 한다. 차가 직접 운행하며 데이터를 쌓아야 하는데, 지금의 A2Z는 대당 수억원짜리 자율주행차를 여러 나라에 투입할 자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기업이 커지려면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빠르게 확장해야 한다”며 “상장 자금으로 최대한 많은 국가에 차를 보내 데이터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A2Z의 레벨4 자율주행 셔틀 로이./사진: A2Z 제공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광주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정해진 노선을 도는 기존 셔틀 실증과 달리, 미국 웨이모처럼 한 도시 전역에서 무인 택시를 대규모로 운영해보는 사업이다. 이미 실증용 차량 인수가 시작됐고, 하반기 추가 물량을 들여와 본격 개조 작업에 들어간다.


한 대표의 목표는 내년 하반기까지 완전 무인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것. 그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광주에서 무인 주행을 보여주려 한다”며 “국내 기업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테슬라 등 해외 기술부터 도입하자는 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2편에서 계속)


■ 오토노머스 크로니클 (Autonomous Chronicle)

자율주행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 기술 패권 경쟁과 규제, 그리고 산업 지형의 변화를 좇고 그 이면을 들춘다. 화려한 발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속사정과 성공ㆍ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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