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개발 강행에 통장 잔고 바닥
투자금 340억원 유치로 기사회생
잘 만든 소프트웨어 로이로 구동
광주 자율주행 사업서 80대 실증
내년까지 무인주행…‘원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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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가 자체 제작한 무인 자율주행 전용 차량 ‘로이(ROii)’./사진: A2Z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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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A2Z) 대표는 회사 통장을 들여다봤다. 남은 잔고가 2억원. 다음 달 직원 월급조차 장담하기 힘들었다. 개인 대출로 수십억원까지 끌어왔지만 더 손 벌릴 곳도 없었다. 어렵게 모은 동료마저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짓눌렀다.
차 때문이었다. A2Z는 운전석 없는 무인 자율주행 전용 차량 ‘로이(ROii)’를 밑바닥부터 직접 만들기로 했다. 차체 설계부터 부품 개발, 협력사 관리까지 대형 완성차 업체나 감당하던 영역에 뛰어든 것이다. 하필 그때 투자 혹한기가 닥쳤다. 2022년 시작한 시리즈B 투자 유치는 1년 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개발을 멈출 수도 없었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 달라서, 어렵게 설득한 부품 협력사들을 한번 놓칠 경우 다시 모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A2Z는 협력사에 대금을 치러가며 개발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통장 잔고가 바닥난 것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한 대표는 마지막까지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열심히 달려온 만큼 보여줄 건 많았다. 형체를 갖춰가던 로이 시제품, 진행 중이던 해외 시장 협의, 발로 뛰며 만들어가던 자율주행 법과 제도까지. 특히 레벨4 자율주행(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차량 판매의 법적 근거인 ‘자율주행차 B2B 거래법’은 A2Z가 2022년 정부에 건의해 입법으로 이어졌다. 스타트업이 정책을 제안해 입법을 이끈 사례는 A2Z가 유일하다.
버티며 쌓아온 발자취가 투자자들을 움직였고, 2023년 말 340억원 규모의 시리즈B가 마무리됐다. 멈출 뻔했던 로이의 바퀴는 다시 힘차게 굴렀다. A2Z가 무너질 뻔한 위기였지만, 한 대표는 로이 개발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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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형 A2Z 대표./사진: A2Z 제공 |
잘 만든 소프트웨어를 누구에게 팔 것인가, 그는 이 질문에서 로이 개발을 시작했다.
완성차 회사에서 일해본 한 대표는 잘 만든 기술도 외부에 판매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인증부터 법규까지 전 과정이 얽힌 자동차 개발은 설계 단계부터 모든 조직이 발을 맞춰야 한다. 스타트업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완성차 업체가 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세우고, GM이 크루즈를 인수하며, 현대차가 모셔널을 만든 이유다.
한 대표는 “그때 개발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A2Z만의 경쟁력이 생겼다”며 “소프트웨어만 했다면 더 잘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소프트웨어도 결국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어떤 차를 만드느냐에도 많은 고민이 담겼다. A2Z가 셔틀ㆍ버스 시장을 고른 건 단순히 기술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승용차를 노리는 순간 경쟁 상대는 현대차가 되기 때문이다.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과도 부딪쳐야 한다. 반면 규모가 한정적인 셔틀 시장은 대기업이 들어올 유인이 적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피하고, 그 틈에서 기술을 완성하자는 게 A2Z의 전략이다.
수익 창출에도 유리하다.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량보다 몇 배는 비싸, 기존 버스처럼 운행하는 것만으론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공공 예산에서 해법을 찾았다. 지자체가 적자 노선에 보조금을 주듯, 로이가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복지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시민의 발이 되는 셔틀ㆍ버스는 지자체가 비용을 보전해줄 명분도 선다.
다음 단계는 광주다. A2Z는 국토교통부의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사업 참여사로 선정돼 이미 실증용 차량을 넘겨받기 시작했고, 하반기 본격 개조 작업에 들어간다. 배정받은 전용차는 일단 80대다. 차량이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술이 완성되는 산업 특성을 고려해 A2Z는 최대한 많은 차를 확보했다. 한 대표의 목표는 내년 하반기 완전 무인 주행. 노선이 정해진 셔틀을 넘어, 도시 전역을 누비는 무인 차량을 토종 기술로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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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Z 연구원이 평촌연구소에서 원격주행 콕핏으로 K-시티의 차량을 실시간 운전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무인주행을 위한 토대도 닦았다. 원격주행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안양 A2Z 평촌연구소에 원격주행 콕핏과 모니터링 장비를 마련했다. 자동차 운전석과 똑같이 구성된 콕핏에서 직원이 운전을 시작하면, 수십㎞ 떨어진 경기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K-시티(K-City)의 차량이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무인차가 사고나 고장으로 멈췄을 때 관제센터가 수습하는 안전장치다. 미국ㆍ중국 기업들도 이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주행을 운영한다. A2Z는 이달 초 싱가포르 행사장과 K-시티를 잇는 국가 간 원격주행 시연까지 마쳤다.
필요한 건 제도다. 현행 규정상 원격제어는 차량 6m 이내에서만 허용된다. 원격주차만 염두에 둔 기준이라, 개발을 마친 기술도 실도로에선 사용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사고 책임을 보험사ㆍ운영사ㆍ정부가 나누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구조로는 사고 한 번에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어 과감한 실험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A2Z와 업계는 이런 매듭을 풀기 위해 정부와 매주 실무회의도 진행 중이다.
차를 만들고, 제도를 바꾸고, 도시 전체에서 실증하는 일. 어느 것 하나 단기전이 없다. 이 긴 싸움을 버티는 A2Z만의 방식은 조직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이곳 임원들에겐 인사 고과가 없다. 회사 전체의 성과로 평가받는 구조다. 임원별 고과가 생기면 타 부서와 협업 대신 경쟁하게 되고,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구성원 간 협업을 위해 다양한 사내 동호회도 운영한다. 일반적인 운동 동호회부터 장보기 동호회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업무 효율을 위해 간결한 회의를 지향하고, 출퇴근 시간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자동차는 모든 조직의 업무와 성과가 차 한 대로 모이는 산업이라, 어느 한 부분만 잘못돼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소통하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한 대표는 곧장 다음 회의로 향했다. 광주로, 해외로, 그의 달력에는 빈칸이 없다. 자율주행 시대는 그 빼곡한 일정 어딘가에서 오늘도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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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Z 임직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 A2Z 제공 |
■ 오토노머스 크로니클 (Autonomous Chronicle)
자율주행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 기술 패권 경쟁과 규제, 그리고 산업 지형의 변화를 좇고 그 이면을 들춘다. 화려한 발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속사정과 성공ㆍ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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