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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 다시 뛴다]④시공사 ‘옥석 가리기’에 유찰 속출…조합 협상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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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10 05:00:32   폰트크기 변경      
수주전 명암

중견사 선별 수주…입지 따라 희비

단독 입찰ㆍ유찰 반복에 일정 지연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시공사 선정까지는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지 또는 상징성이 있는 일부 사업지에는 건설사가 몰리는 반면, 사업성이 낮은 다수 현장은 현장설명회마저 외면하면서 유찰을 거듭하기 일쑤다.

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시공사를 정한 전국 주요 가로주택 사업장 상당수는 단독 입찰 뒤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줬다. 현행 법령은 한 곳만 응찰하면 자동 유찰하도록 해 경쟁을 유도하지만, 재입찰에서도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결국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입지와 사업성이 받쳐주는 일부 현장에는 중견ㆍ중소 건설사가 몰려 눈치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장이 대다수다. 가로주택은 규모가 작고 커뮤니티 등 특화 설계를 넣기 어려워 수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은데, 규모가 더 작은 현장일수록 이런 흐름은 더 뚜렷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중견사마저 사업성과 안정성을 따져 수주 대상을 가리고 있다. 브랜드를 갖춘 대형사는 애초에 소규모를 외면해온 가운데, 틈새를 공략해온 중견사까지 선별 수주로 돌아서면서 같은 가로주택이라도 입지에 따라 시공사 확보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급등한 공사비도 영향을 미쳤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잇따라 오르면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졌고, 공사비와 분양가 사이의 괴리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다. 재개발ㆍ재건축 등 대형 사업장에서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대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가 약한 가로주택은 단가를 낮추기가 더 어렵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작다고 손이 덜 가는 게 아니다”라며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로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못하면 조합에는 불리하다. 경쟁을 통한 공사비 검증 기회가 사라지면서 협상력이 약해진다. 유찰이 되풀이되면 이주와 착공 일정이 통째로 밀려 조합원이 부담할 사업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에서 1회 유찰 후 곧바로 수의계약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것도 이런 딜레마와 맞닿아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합지원센터 등이 초기 사업성 분석과 시공사 선정을 돕고 있지만, 사업성 자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의 옥석 가리기는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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