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홍샛별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국가인증감리제가 출발선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시범사업 심사기준이 발표됐지만, 정작 건설사업관리(CM) 현장에서는 “우수기술인을 가려내는 기준 자체가 왜곡돼 있어 품질 혁신은 커녕 인력 빼가기와 몸값 거품만 조장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수건설기술인’을 검증하는 선발 체계의 부실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장 준공 후 평가에서 90점 이상을 받아야 1차 대상자가 되는데, 이 점수부터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년 공사 기간 내내 성실히 근무해 온 기술인이 인사 발령 등으로 현장을 떠나고, 준공을 불과 한두 달 앞두고 투입된 교체 감리원이 고평가의 결실을 가져가는 불합리한 구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기여도를 전혀 가려내지 못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선정 과정의 ‘구두 면접 쏠림’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CM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안전과 품질을 꼼꼼히 챙기는 베테랑 기술자 중에는 말주변이 부족해 탈락하고, 책에 나오는 이론을 암기해 유창하게 답변하는 ‘면접용 인재’만 뽑히는 실정”이라며 “실무진 사이에서는 ‘교수들의 현장과 동떨어진 질문 공세에 시달리느니 아예 신청도 안 하겠다’는 기피 현상마저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제도가 낳을 시장 왜곡 부작용도 심각하다. 현장 감리는 기술인 한 명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의 기술 지원과 체계적인 품질ㆍ안전 관리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인증 기술인 배치’에만 매달리다 보니, 기업들이 자체적인 기술개발이나 시스템 고도화에 투자하기보다 ‘0.1점짜리 인력 사오기’에만 혈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결국 자금력을 앞세운 대형사들이 소수의 인증 기술인을 높은 몸값에 ‘입도선매’하고, 중소ㆍ중견 CM사는 입찰 출발선부터 뒤처지는 양극화가 불가피하다.
사후 관리 역시 지뢰밭이다. 입찰 가점을 받고 투입된 우수기술인이 공사 도중 퇴사할 경우, 현행법상 동급 이상의 기술인으로 교체해야 한다. 풀 자체가 극소수인 우수기술인을 급히 새로 영입해야 하는 연쇄 이동이 발생하면, 몸값 폭등과 현장 혼란은 걷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CM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이사를 처벌하는 취지도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라는 뜻”이라며 “기술인 한 명에게 가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는 제2의 부실시공을 막을 수 없다. 회사의 시스템과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샛별 기자 byul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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