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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하늘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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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22 06:00:15   폰트크기 변경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굽어보며 걷는 3.6㎞
아찔함이 감동으로 바뀌는 여정


한탄강 주상절리길


팬션 사장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에 가려고 아침 일찍 팬션에서 나서는데 사장님이 드르니게이트 쪽으로 가라고 한다. 그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순담게이트까지 걸은 후 셔틀버스를 타고 차가 있는 드르니 주차장으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드르니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모이고 있다. 다행히 주차장이 넓어서 아직 여유가 있다. 차를 세우고 여정을 시작했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순담게이트에서 드르니게이트까지 3.6㎞ 길이다. 한탄강의 주상절리 협곡과 바위, 계곡과 절벽을 따라 걷는다. 용암이 식으며 암석이 기둥처럼 형성된 형태를 주상절리라고 한다. 제주도만 생각했는데 강원도 철원에도 용암을 뿜은 화산이 있었나 보다.


두루미교


드르니게이트에 들어서기 전 첫 만남은 매표소 옆에 있는 두루미교다. ‘드르니’라는 이름이 ‘두루미’에서 유래했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들르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궁예가 왕건에 쫓기다 이곳에 들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철원 곳곳에는 한쪽 눈을 가린 궁예 캐릭터들이 많다. 그럼 ‘두루미교’는? 철원의 상징인 두루미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철원과 포천을 잇는 이 다리는 철재로 만들어진 원형의 터널 같은 모습인데 바닥은 밑을 볼 수 있게 해놨다. 약간 현기증이 나는 듯도 하고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한마디로 아찔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일행 가운데 한 명은 조금 가다가 건너기를 포기해 돌아갔고 또 한 명은 내내 다리 옆 줄을 잡고 옆으로 엉그엉금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웃는 이들도 있었지만, 본인에게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으리라. 그러나 이건 시작이었다. 앞으로 갈 수많은 길이 이런 아찔함의 연속일지는 몰랐다.


한탄강과 어우러진 주상절리


초입은 포근한 산길이다. 숲내음이 물씬이다. 바닥도 깔끔하게 데크로 포장돼있다. 계단도 있는데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다. 순담에서 시작했다면 마지막에 오르막을 만나 조금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드르니 쉼터, 드르니 스카이전망대, 주상절리교를 연이어 만난다. 가는 곳마다 시원하다. 그리고 시원한 절경을 만난다. 주상절리교 이후에도 쌍자리바위교, 현무암교, 화강암교, 한여울교, 단층교 등 연이어 다리들을 만난다. 보이는 풍경에 따라 지은 이름들인 것 같다. 가령 현무암교나 화강암교는 현무암이나 화강암으로 지은 다리가 아니라 다리에서 보이는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바위들을 가리킨다. 그 바위들이 풍경을 만든다.


주상절리길


이런 다리들은 대부분 철재로 돼있고 앞서 만난 두루미교처럼 아찔한 모습이 발밑에 펼쳐진다. 하늘길이라고 할까. 가다 보면 한참을 이런 길을 걸어야 하는 긴 구간도 만난다. 다리라기보다는 절벽을 따라 길게 메달아 놓은 길이다.

앞서 두루미교에서 아찔함에 고생했던 일행들은 어떻게 됐을까? 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계속 가다 보니 나아졌다고 한다. 고소공포증 치료 효과도 있다고 할까. 사실 나도 약간의 고소공포가 있는데 내려다보며 걷는 길이 계속되다 보니 제법 담담해졌다.


주상절리길


가다 보면 동그랗게 보호망으로 둘러싼 듯한 모습의 다리를 만난다. 이름은 2번홀교. 한탄강CC 2번홀에서 친 골프공이 날아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 위 관광객이 골프공에 맞지 않도록 하려고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쉼터와 전망대가 길 중간중간에 많다. 걸음을 멈추고 앉아 주상절리 절경을 감상한다. 절경은 길을 따라 계속 펼쳐지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인 곳에 쉼터와 전망대를 마련해놨다. 걷지만 말고, 아찔한 발밑에 쫄지만 말고, 풍경도 좀 보고 가라고 손목을 잡는다.


주상절리길 곳곳에는 쉼터와 전망대가 설치돼있다.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다르겠지만, 주상절리는 제주도 주상절리와는 좀 다르다. 육각형으로 딱 떨어지는 그런 모습이 아니랄까. 대신 강과 바위, 절벽이 어우러지고 산과 산길, 허공, 하늘길의 체험은 남다르다. 아름답고 시원하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와봐야 할 곳이라고 할까.

나중에 들은 말인데 누구는 순담에서 출발해 드르니로 가면서 보는 풍경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 길에서 뒤를 돌아본 적이 있었나. 반대로 걸었다면 처음부터 절경에 압도됐을 것도 같다. 대신 마지막은 오르막이니 장단점이 있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아찔하고 아름다운 여정은 끝난다. 아쉽다. 한 번 더 와볼 길이다. 시간이 된다면 주변 고석정, 직탕폭포도 가보고 싶다. 겨울이 되면 얼어붙은 강 위로 이어진다는 한탄강 물윗길도 다들 강추한다.


주상절리길 순담게이트



길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 일행을 만났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과 단체로 온듯하다. 길이 좁아 한편으로 비켜서서 아이들의 긴 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누가 기다리건 말건 할 말, 볼 게 많다. 그럴 나이다. 아이들은 입구에서 막 시작했고, 나에게는 출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가 지나온 길을 걷고 보게 되겠지. 언젠가인지 모를 세월 전에 새겨진 주상절리가 나와 흐르는 강물 옆에 서 있었다.


주상절리길


글=김정석 기자 jskim@ㆍ사진=안윤수 기자 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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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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