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韓, 500억 달러 투자”
김정관 장관 “상업적 합리성 따져 추가 결정”
원전 8기 건설 큰 틀 합의…오하이오 등 4개 지역 명시
한국 노형 ‘APR1400’ 미국 진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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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김경미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공식화했으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일부 사업에선 미묘한 온도차가 확인됐다. 프로젝트별 사업추진 방식과 착공 시점 등 후속 협의 사항이 남은 상태에서 이번에 노출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일 산업통상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시각차가 가장 두드러진 사업은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현지 브리핑을 통해 “한국 측이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정했다”고 발표하며 사업을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상업적 합리성과 수익성, 리스크 요인을 엄격히 따져본 뒤 추가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지난달 22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국회 보고 때도 이 같이 설명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공개된 양국의 팩트시트(핵심 요약 자료)에도 우리 측 입장은 분명하게 반영돼 있다. 팩트시트에선 ‘양측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검토 착수에 합의했으나, 이는 상업적 합리성 및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500억달러 투자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김정관 장관은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얼마나 악명 높은지 알고 있다. 그래서 상업적 합리성이 중요하고, 관세나 국내 기업 참여 부분에 대해서 미국 측의 조치를 요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발표 직후) 러트닉 장관에게 강하게 이의제기를 했다. 상업적 합리성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에 미국과 한국은 이해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러트닉 장관의 500억달러 언급은 현금투자 총액인 2000억달러 중 대미투자 1호인 텍사스 가스복합(223억달러)과 2호인 신규 원전 8기 건설(1200억달러)을 제외한 나머지를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전 투자 분야는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미국 내 총 8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 오하이오주를 포함한 4개 후보 지역도 발표됐다. 특히 8기 신규 원전 중 2기는 한국형 원전 노형인 APR1400을 도입하기로 했다.
당초 한·미 원자력협정(SA)상 한국 독자 노형은 미국 내 건설이 불가능했으나, 양국 협상 끝에 관련 규정이 완화됐다. 우리 정부는 기자재 조기 발주와 신속한 시공 착수를 위해 연말까지 100억달러 규모의 선급금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원자로 용기 등 장주기 품목 확보에 즉시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원전 수주를 둘러싼 지식재산권 분쟁 우려를 털어내고, 한미 원전 동맹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발판이 마련됐다.
일찍이 1호 사업으로 합의된 텍사스 발전 건설은 한미 양측의 이견이 가장 적었던 프로젝트다. 현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인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으로, 한국 전력기업들이 EPC(설계·조달·시공)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단계로 가스터빈 단독발전(1.952GW, 2029년 상업운전)을 건설하고, 2ㆍ3단계로 가스복합화력(4.520GW)을 2031∼2032년 순차 가동할 계획이다. 미국 내 전력공급계약(PPA) 대상 기업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계약 상대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장관은 “이번 투자는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한미 양국의 산업 협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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