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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낮에도 좋고 밤에도 좋아’…야경 명소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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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12 06:40:18   폰트크기 변경      
‘여행지 화려한 야경 놓치면 아쉽지’

통영 디피랑에서 내려다 본 강구안 야경 / 사진 : 김정흠 여행작가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빛이 충만할 때 눈앞에는 많은 장면이 펼쳐진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일까. 아니면 일상에 찌들어서일까. 망막과 가슴에 오래 머무는 장면은 많지 않다. 어둠이 내리면 불 꺼진 영화관처럼 시선은 한곳으로 향하고 조리개는 커진다. 수정체에 맺힌 빛은 더 또렷하고 더 아름답다.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빛 때문이다. 때로는 밤 풍경이 낮보다 화려하다.

△기암절벽이 스크린…원주 간현관광지

한국관광공사는 ‘반짝반짝’ 가을 야경 명소들을 9월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첫번째가 강원도 원주의 대표 유원지 간현관광지다.


이곳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달라졌다. 2018년 높이 100m, 길이 200m의 산악 보행교 소금산 출렁다리가 생겼고, 고도 200m 절벽을 따라 소금잔도가 놓였다. 주변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스카이타워가 들어섰고 소금산 출렁다리보다 두 배 긴 소금산 울렁다리도 합세했다. 이른바 ‘소금산 그랜드 밸리’다.


소금산 출렁다리 아래 기암절벽을 스크린 삼아 선보이는 미디어 파사드/ 사진 : 김수진 여행작가


간현관광지의 밤은 또 다르다. 낮에 소금산 출렁다리가 주인공이었다면 밤에는 ‘나오라쇼’가 자리를 대신한다. 낮과 밤 공연시간을 각자 맡은 ‘더블 캐스팅’이다.

나오라쇼는 ‘나이트 오브 라이트 쇼(Night of Light Show)’의 준말이다. 공연무대는 출렁다리 아래 기암절벽과 삼산천 물길이다. 원주 ‘은혜 갚은 꿩’ 설화를 미디어 파사드로 보여주는데 어둠 속 기암절벽 스크린 위로 꽃이 만발하고 폭포수가 쏟아진다.



원주 간현관광지 가을밤에 쏘아올리는 분수 / 사진 : 원주시청 제공


분수는 익숙한 음악에 맞춰 현란하게 춤춘다. 100여 개 노즐에서 다채로운 물길이 뿜어져 나오는데 LED 조명이 화려한 색을 입힌다. 음악과 물, 빛의 완벽한 합동무대다. 올해는 시설과 특수효과를 보강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고 한다. 분수가 60m 높이까지 솟아오르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진다.

간현관광지의 경관 조명은 다리와 숲, 암벽과 어우러진다. 삼산천교는 빛의 터널로 변신하고 강변 덱 산책로 바닥에는 원주의 관광명소를 담은 그림과 꽃이 등장한다. 빛으로 만든 꽃이 가득한 구간도 만나게 되는데 꽃길을 걷는 기분이다.

기암절벽 위 상공을 가르는 소금산 출렁다리 역시 낮과는 다른 모습이다.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낮 출렁다리에서 시원한 조망을 볼 수 있었다면 밤에는 은은한 야경이 새롭다.

주변이 어두워 출렁다리 높이가 가늠이 안 된다. ‘겁쟁이들’ 에게는 찬스다. 낮에 포기했지만 밤에는 도전할 수 있다. ‘낮저밤이’다.

김수진 여행작가



△국립세종수목원, ‘특별한 夜행’


국립세종수목원 궁궐정원.  / 사진 : 채지형 여행작가



국립세종수목원은 밤에 더 화려하다. 9월23일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에 ‘특별한 夜행’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야간개장 구역을 넓혔다. 지난해 사계절전시온실에서 올해는 축제마당과 한국전통정원까지 둘러볼 수 있다.

가장 빛나는 곳은 한국전통정원이다. 궁궐정원과 별서정원, 민가정원까지가 야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필수 코스다. 창덕궁 후원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물 크기로 만든 솔찬루와 도담정은 은은한 달빛 아래 한옥과 자연이 어우러진 운치를 더한다.

방문자센터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호롱불도 챙기자. 밤 산책을 더 낭만적으로 밝혀준다.


열대온실 반딧불이 같은 아기자기한 조명 / 사진 : 채지형 여행작가


열대온실에서는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불빛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빛을 따라 걸으면 신비로운 열대 숲을 탐험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특별전시온실에서는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귀여운 피터 래빗과 화려한 LED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알록달록한 풍선 조명까지,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이 생각나는 지중해온실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야간 조명은 없지만, 32m 전망대에서 세종시 스카이라인과 수목원 궁궐정원, 축제마당, 방문자센터가 어우러진 아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야경 / 사진 : 채지형 여행작가


이 도시의 야경이 더 궁금하다면 금강보행교(이응다리)로 발길을 옮기자. 이 다리는 세종시의 환상형 구조를 형상화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를 기념해 둘레를 1446m로 만들었다. 까만 하늘에 동그란 띠가 걸린 듯한 디자인이 독특하다.

다리 위층은 보행자 전용, 아래층은 자전거 전용이다. 보행자 길에는 LED 눈꽃정원, ‘빛의 해먹’, ‘뿌리 깊은 나무’ 등 휴게공간과 조형물이 화려하게 반짝인다. 화려한 다리와 금강에 비친 모습, 빛나는 도시가 빚어낸 야경은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채지형 여행작가



△낮보다 화려한 통영의 밤


강구안에 떠있는 통영의 마스코트 ‘동백이’ / 사진 :  김정흠 여행작가


통영의 밤이 더욱 화려해졌다. 2020년 남망산 조각공원에 조성한 디피랑 덕분이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남망산에 밤마다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디피랑 미디어 아트에는 통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사라진 벽화다. 통영시는 2년에 한 번씩 공모전을 열어 벽화를 교체하는데 신작에 자리를 내준 그림들을 이곳에서 미디어 아트로 다시 만날 수 있다. 동피랑 벽화마을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었던 ‘천사 날개’를 비롯한 많은 그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인공 조명과 야광 페인트 등으로 장식된 디피랑 ‘반짝이 숲’ / 사진 : 김정흠 여행작가


매표소 디피랑 산장을 지나면 △이상한 발자국 △잊혀진 문 △비밀 공방 △빛의 오케스트라 등 15개 테마가 차례로 등장한다. 약 1.4㎞ 탐방로의 전시를 모두 둘러보는 데 40∼60분 정도 걸린다.

동피랑과 서피랑 벽화가 만드는 풍경은 동화 속 세상으로 관광객을 밀어 넣는다. ‘잊혀진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길목에는 형태와 빛깔이 다양한 조명과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야광 페인트 그림이 가득하다. 반딧불이처럼 불빛이 숲 사이사이를 빠르게 날아다니고, 거대한 동백나무는 미디어 아트로 꾸며졌다.

디피랑의 캐릭터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걸기도 한다. 일부 작품은 관람객의 행동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성됐다. 제대로 즐기려면 ‘라이트볼’이 필요하다. 라이트볼을 작품에 설치된 구멍에 끼우면 반응한다.


비밀공방 대형 스크린에서 동피랑 옛 벽화들을 미디어아트로 만날 수 있다. / 사진 : 김정흠 여행작가


디피랑에서 가장 자세히 봐야 할 곳으로 비밀 공방이 꼽힌다. 남망산 배드민턴장에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미디어 아트를 연출하는데 방을 꽉 채운 대형 화면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든다.

탐방로 끄트머리에 ‘디피랑’이 있다. 영국의 고대 유적 스톤헨지가 떠오르는 이 조형물은 이름처럼 ‘디지털 벼랑’이다. 인공조명으로 조형물에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상영한다.

통영이 작년에 제1호 야간관광특화도시로 선정된 데는 디피랑의 성공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본래 이 도시의 야경 명소는 통영 내항 강구안이다.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보는 강구안의 야경은 아련하다. 통영시민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야경 명소다. 루프톱 카페와 식당이 많아 여유롭게 풍경을 담아볼 수 있다.

밤에 타는 루지도 색다른 경험이다. 미륵산 중턱에 자리한 ‘스카이라인 루지 통영’은 주말과 공휴일마다 밤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해가 저물 무렵 3.8㎞ 4개 코스에 조명이 들어오면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통영 야경과 함께 빛나는 도로 위를 달려 내려가는데 속도감이 짜릿하다.


김정흠 여행작가


밤에 즐기는 루지 / 사진 : 김정흠 여행작가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낮에 달렸다면 밤까지는 버겁다. 해가 지면 맛집이나 숙소에서 즐기고 쉬는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그렇지만 모르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게 여행지 밤 풍경이다. 당신이 간 그곳을 낮에만 봤다면 혹시 반만 본 건 아닐까.

정리=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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