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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Food] 가을에 떠나는 미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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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6 06:00:14   폰트크기 변경      

병천 순대ㆍ하동 재첩
강진 돼지불고기ㆍ부산 초량육미


섬진강 재첩국 / 사진 : 장보영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시원한 냉면보다는 뜨끈한 국밥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선선해지는 가을 여행에서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한 끼는 여행의 에너지다. 아니 그곳에서 만나는 음식은 그 자체가 여행이다. 게다가 맛집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말만 살찌는 게 아니다. ‘맛있는 골목 여행’을 테마로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가을 미식여행을 따라가 보자.

△가을만큼 푸짐한 순대국밥…천안 병천순대거리

국밥이야말로 서민과 가장 가까운 음식이 아닐까. 조선시대 말부터 유행했는데 장터 귀퉁이에서 행상이나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점심메뉴로 사랑받았다. 특히 저렴하게 속을 채우는 순대국밥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천 순대 


천안 병천순대거리. 병천(竝川)은 잣밭내와 치랏내라는 물길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뜻에서 불렸던 ‘아우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정선 아우라지, 양평 두물머리와 같은 의미다. 유관순 열사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아우내장터가 바로 이곳이다.

1960년대 돈육 가공공장이 인근에 들어섰고, 여기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순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장날에만 순대국밥을 팔았는데, 입소문이 나자 1968년 아예 자리를 잡고 간판을 걸었다. 정부가 백년가게로 인증한 병천순대 원조, ‘청화집’이다. 이후 ‘충남집’, ‘돼지네’ 등이 생겨났고, 현재는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집마다 조금씩 다른 손맛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다.

병천순대는 작은 창자를 써서 누린내가 적다. 소금이나 밀가루로 깨끗이 씻은 작은 창자에 양파와 대파, 양배추, 찹쌀, 선지, 당면을 넣는다. 당면으로만 속을 채우는 순대도 많지만, 병천순대는 당면이 아예 없거나 적어 담백하다.

국물을 내는 방법은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다. 생강과 대파를 넣고 사골 국물을 우리는가 하면 각종 한약재를 섞어서 특별한 향과 맛을 내기도 한다.

글ㆍ사진=권다현 여행작가



△섬진강의 맛…하동재첩특화마을


재첩회무침


경상남도 하동 거리 곳곳에서는 ‘재첩’ 두 글자가 눈에 띈다. 뽀얗게 끓인 재첩국에 악양막걸리 한잔이 간절한 가을이다.

재첩은 강에서 난다고 강조개(하동 사투리로 갱조개), 까만 아기 조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막조개로도 불린다. 글리코겐, 타우린, 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다 자라도 지름 2㎝ 내외라 국물 요리로 많이 먹고, 요리 하나에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들어간다.

낙동강과 섬진강 하구에서 주로 채취하는데, 낙동강은 80년대 후반 하굿둑이 들어서며 자연환경이 바뀌면서 채취량이 줄었다.

하동군은 2009년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마을 뒤로는 섬진강이다. 이곳 재첩은 남해의 영향으로 국물 맛이 진하고 갯내가 난다.

마을에는 현재 재첩 전문 음식점 4곳이 있다. 삼대에 걸쳐 60년 이상 재첩 요리를 만들어온 곳들이다. 재첩국과 재첩회무침, 재첩부침개, 참게장으로 차린 모둠 정식이 인기다.

재첩국에는 부추를 넉넉히 넣는데 비타민A를 보충하고 비린내를 잡아준다. 재첩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아 일본식 된장(미소)국에 넣고 끓이기도 한다.

글ㆍ사진=장보영 여행작가



△여섯가지 미식 탐방…부산 초량육미거리


부산 돼지국밥


부산역 광장에서 8차선 대로를 건너면 초량육미거리다.

육미(六味)의 첫번째 맛은 돼지갈비다. 삼대는 기본이고 빼닮은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 골목에서 불판을 닦던 한 가게 사장은 “불판 나이가 환갑이 넘는다”라고 전한다.

오래된 가게지만 요즘 세대에겐 ‘힙하다’. 레트로 감성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초량천을 따라 오르면 두번째 맛인 돼지불백을 만난다. 불고기와 공기밥을 줄여 불백(불고기 백반)이라 했다. 빨간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를 불판에 굽고 상추, 무생채와 싸 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육수에 돼지 내장과 부속물을 넣고 끓이면 진한 고깃국이 완성된다. 돼지국밥이다. 초량육미거리에선 돼지국밥 토렴하는 소리가 발길을 붙든다. 육수에 잡내가 없고 고소하면서도 가볍지 않다. 뜨끈한 국물이 부산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돼지고기로 배가 부르면 개운한 맛이 당긴다. 부산밀면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이 구호품으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처럼 만들며 시작됐다고 한다. 물밀면과 비빔밀면 가운데 고르기 어렵다. 닭을 넣어 시원한 육수, 소뼈의 깔끔한 육수 등 식당마다 조리법이 다르다.

밀면을 맛보면 부산 사람들이 왜 냉면 대신 사시사철 밀면을 찾는지 이해가 된다. 양도 많다. 육전을 추가해야 후회가 없다.


다양한 종류의 어묵 


바다의 도시 부산. 그래서 다섯번째 맛은 어묵이다. 부산역 광장 어묵베이커리에는 오픈 키친 같은 조리공간이 있고 카페에서 수제 어묵 70여 종 가운데 빵처럼 골라 먹는다.

대미는 포장마차 대표 메뉴인 곰장어다. 원래 이름은 먹장어인데, 경상도 사투리인 꼼장어로 편히 부른다. 전국 먹장어는 거의 부산에서 나고 유통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글ㆍ사진=길지혜 여행작가



△불맛 가득…강진 병영 돼지불고기거리

석쇠 위에서 돼지불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간다. 이건 못 참겠다. 고기 굽는 소리는 물론, 붉은 양념과 기름기 자르르한 빛깔이 유혹한다.


한정식 수준의 병영돼지불고기 상차림


전라남도 강진 병영성로 일대는 돼지불고기 특화음식거리다. 버스 정류장부터 병영돼지불고기거리를 알리는 조형물과 안내판, 쉼터가 장식한다. 앙증맞은 돼지형제 그림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돼지불고기는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향이 압권이다.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익히려면 화력과 석쇠의 높이, 고기의 밀집도 등 기술이 필요하다. 앞다리살과 삼겹살 등 고기 배합이나 양념이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푸짐한 상차림은 같다. 한정식에 가깝다. 돼지불고기에다 홍어와 편육, 구운 생선, 젓갈이 한 상 가득이다.

10월28일까지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불금불파’가 이어진다.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의 줄임말로, 병영5일시장 일원에서 열리는 야외 돼지불고기 파티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데 시장 광장에 원형 테이블을 놓고 마을 부녀회에서 직접 불고기를 구워 판매한다.

초벌구이 돼지고기에 연탄불 향을 입히고 채 썬 대파를 올린다. 상추와 밑반찬, 강진이 자랑하는 토하젓도 같이 낸다. 인근 식당보다 반찬 수는 적지만 1인당 9000원으로 저렴하다.

글ㆍ사진=박상준 여행작가



△짜장면이 태어난 곳…인천 북성동원조자장면거리


인천 북성동자장면거리 야경


짜장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답은 인천차이나타운 짜장면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인천항이 개항한 1883년에 문을 연 공화춘이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고 중국인 노동자들의 배고픔을 달래줬다. 이후 양파와 돼지고기를 넣어 우리 입맛에 맞는 짜장면이 탄생했다.

인천차이나타운 북성동원조자장면거리는 중식 먹자골목이다. 붉은빛이 화려한 건물과 홍등이 어우러져 영락없는 중국 전통거리다. 중국집 외에도 공갈빵, 월병, 탕후루, 양꼬치 등 중국식 주전부리를 파는 집이 많아 외식 나들이에 제격이다.

거리 중간쯤에서 ‘황제의 계단’을 만난다. 계단 앞 판다 인형 포토존이 인기다. ‘황제의 의자 벽화’에서는 황제라도 되는 듯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짜장면과 백짬뽕


중국요리를 맛볼 차례다. 이름난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백짬뽕, 새우 샤오롱바오(小笼包)를 주문했다. 짜장면 소스는 감칠맛이 나고 면은 부드럽다. 백짬뽕은 해물이 푸짐하고, 샤오롱바오는 씹을 때 새우즙이 터져 일품이다.

주인에게 맛의 비결을 물어보니 신선한 재료를 쓰고 춘장을 잘 볶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글ㆍ사진=진우석 여행작가


음식은 여행의 부분이 아니라 목적이 되기도 한다. 보고, 사진 찍고, 이동하는 관광이 아니라 체험하고, 걷고, 머물고, 맛보는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 그 중 압권은 미식여행이다. 맛보고 먹으러 떠나 보자. 짐을 챙길 때부터 침이 고인다.

정리=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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