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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호주, 서쪽으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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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15 06:00:29   폰트크기 변경      
겨울에서 여름으로 떠나는 여행

호주 퍼스 무어(Moore) 강에서 본 일몰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호주의 수도는 어디일까?’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이다. 오래된 질문이 여전한 이유는 시드니나 멜버른이 떠올라 정답인 캔버라를 맞히지 못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호주의 대표 도시는 시드니이고 그다음은 멜버른 정도라고 할까. 관광지로도 이들 도시가 떠오르는 건 마찬가지다. 골드코스트와 태즈메이니아도 인기다. 그에 비해 호주 서부는 아직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지만, 요새 이곳으로 떠나는 발길이 늘고 있다. 집값이 오른 시드니 등에서 이쪽으로 이주하는 교포들도 늘었다고 한다.



△쿼카의 섬 로트네스트

시작은 서호주 주도이자 이 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퍼스(Perth)’다. 직항이 없어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 공항이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항공편을 갈아타고 가야 한다. 시드니 직항이 있지만, 시드니에서 퍼스까지는 호주를 가로지르는 비행시간만 5시간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퍼스는 아름다운 도시다. 둘러볼 곳이 많다. 하지만 짧은 일정 때문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다. 호주 서부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찜한 곳이다. 퍼스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프리맨틀이나 힐라리 항구 등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힐라리에서 3층짜리 쾌속선을 탔는데 바람이 강해 3층에는 오래 있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와야 했다. 3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숙박도 할 수 있는데 몇 달 전에 예약이 끝난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을 이곳에서 지내는 호주인이나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푸르른 로트네스트 섬 바다.


‘로트네스트(Rottnest)’는 과거 네덜란드 사람들이 ‘쥐들의 섬’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였다고 알려졌다. ‘쥐라고?’ 바로 인상이 찌푸려지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쥐와는 다르다. 이 섬의 주인공은 단연 쿼카(Quokka)다. 쿼카는 얼굴과 꼬리는 쥐와 닮았지만 몸통은 캥거루처럼 생겼다. 주머니도 있다. 크기는 중형견 정도다. 로트네스트를 찾는 이유가 이 동물을 보기 위해서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호주의 많은 동물이 그렇듯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함께 셀카도 가능하다.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가 곳곳에 붙어 있지만, 쿼카는 앞발로 툭툭 친다. 먹이를 달라는 것이겠지만, ‘미안해. 안된대….’

섬을 둘러보는 길 위에서 쿼카를 네번쯤 만났다.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다면 쿼카를 만났다는 신호다. 그 뒤에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띄엄띄엄 서있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의 귀염둥이 쿼카



누구는 이 섬이 제주 우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섬을 한바퀴 삥 도는 여행 방식이 같다. 우도에서 한국사람들은 주로 전기차나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데 이곳에서는 대부분 일반 자전거를 이용한다. 수영복 수준으로 입고 벌겋게 피부가 탄 채 끙끙 페달을 밟는다. 우리는 거리가 얼마나 될지 엄두가 나지 않아 버스를 이용했다.

시티투어처럼 중간중간 내려서 둘러보고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다음 정류소로 이동한다. 총 19곳에 정차한다. 가는 곳마다 푸르고 투명한 바다를 만난다. 내리는 곳마다 바다에 들어가거나 일광욕을 하거나 스노클링,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서 발 담그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요트 정박지


요트 정박지들도 만나게 되는데 접안시설이 있는 건 아니고 파도가 잔잔한 곳에 모여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옥빛의 바다와 하얀 요트들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그 중 내 요트는 없지만 바라보고 있자면 내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매일매일 장관인 낙조


피나클스 사막



퍼스에서 2시간 정도 쉬지 않고 차를 달리면 피나클스(Pinnacles) 사막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알던 모래만 이어진 사막이 아니라 사막 전체에 석회암 바위가 촘촘히 꽂혀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강한 바람에 깎인 탓일까.


사막을 처음 보는지라 ‘우와∼’하고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게 된다. 혹자는 이런 풍경이 화성을 걷는 것 같다고도 말한다.


걸어서 둘러볼 수 있고 차로 이동하다가 중간중간 내려서 구경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후에 갔다면 모래바람이 심해 걸어다니려면 모래를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한다. 광활한 사막 풍경이 사실 비슷비슷해서 차로 둘러보는 걸 권한다.

이곳은 석양과 은하수로도 유명하다. 서호주는 인공빛을 뿜는 도시가 밀집해 있지 않아 촘촘히 박힌 별을 만날 수 있는 명소다. 그래도 달빛과 구름이 변수라서 은하수 접견이 허락되는 날은 따로 있다. 피나클스도 별보기 명소다. 밤하늘 별을 보는 캠핑카 투어도 있다. 그런데 방문한 날에는 구름이 많아 밤까지 기다리지 않고 철수했다.


무어(Moore) 강에서 만난 석양


구름이 많으면 별을 가리지만 대신 노을은 더 화려해진다. 호주 서쪽은 낙조가 장관이다. 집앞, 산책로, 공원에 석양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퍼스의 해변은 ‘선셋 코스트(Sunset Coast)’라고도 불린다.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나와 바다를 따라 산책하고 수영이나 서핑을 하고 석양을 보고 별을 보고…. 호주에 산다는 게 부러운 이유다.


골프장에서 만난 캥거루


자연은 물론 동물도 일상의 풍경이다. 캥거루는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호주에 사는 지인은 “사람보다 캥거루가 더 많다”라고 농담을 했다. 그런데 농담이 아닐 수도 있겠다. 숙소 인근 골프장에서 산책을 했는데 캥거루들이 갤러리다. ‘골프공에 맞으면 어쩌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나만 하는 거 같았다. 캥거루와 골퍼가 서로 쳐다보며 무관심한듯 공존한다.

그런데 호주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로드킬 당한 캥거루를 자주 목격하곤 한다. 캥거루를 치면 차는 폐차해야 하는 수준이 된다고 하는데 대형 트럭들 앞범퍼가 묵직한 철제로 덧대어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호주이지만, 인간과 동물의 완벽한 공생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호주의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려면 ‘캐버삼 와일드라이프 파크(Caversham Wildlife Park)’로 가면 된다. 펭귄과 캥거루 밥주기, 웜뱃(Wombat)과 사진찍기 등 다양한 동물 체험이 가능하다. 사진을 찍을 때는 제대로 포즈를 취해주는 캥거루를 찾아야 한다. 양털 깎기, 어린양에게 우유 주기, 채찍 다루는 법 등을 보여주는 팜쇼(Farm Show)도 볼만하다.


란셀린 모래 언덕에서 타는 바이크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탈것, 체험할 것도 많다. 피나클스 가는 길에 있는 ‘란셀린 모래 언덕(Lancelin Sand Dune)’에서는 모래 스키를 탈 수 있다. 밑에서는 사륜 바이크를 대여해준다. 가이드 인솔 하에 좀 더 멀리 가볼 수 있는 사막 바이크 체험도 가능하다.


‘스완 강(Swan River)’에서 탈 수 있는 요트


퍼스를 따라 흐르는 ‘스완 강(Swan River)’에서는 요트를 빌려준다. 최대 4인용인데 돛과 이어지는 밧줄을 적당한 강도로 잡고 키를 잘 조종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재미난 체험이 많지만, 서호주의 바다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 한없이 푸르고 투명한 바다가 어디서든 금방이다. 수영복이 없어 망설였지만, 이번에는 반바지 차림으로 뛰어들었다. 몸을 닦고 옷을 말리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니 들어가지 않았다면 후회했을듯. 바다에 들어가니 12월 여름 호주에 있다는 사실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날의 파도소리, 웃음소리는 오래 남을 것 같다.


선셋 코스트 중 ‘물랄루(Mullaloo)’ 해변


글ㆍ사진=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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