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Tour &] 청룡의 기운 받으러 떠나볼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1-08 06:00:35   폰트크기 변경      
갑진년 새해 용의 전설 품은 여행지

전남 고흥 영남용바위 용 조형물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청룡의 해’라고 시끌벅적하다. 청룡은 승천의 이미지이니 다들 새해에는 날아오르자고 덕담을 건넨다. 용은 갑진년이 아니더라도 상서로운 이미지라서 그런지 한국에는 용을 포함한 지명이나 전설이 많다. 그런 용의 이름과 전설을 품은 곳들을 한국관광공사가 새해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강원도 삼척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


강원도 삼척시 해안 남단과 북단에 자리한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삼국유사에 실린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한 곳이다. 수로부인은 강릉 태수 순정공의 아내로, 향가 헌화가와 해가의 주인공이다.

공원은 남화산 정상에 있는데 바다가 보이는 높이 51m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갈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넓은 공원이 펼쳐지고,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든 조형물은 높이 10.6m, 무게 500t에 이른다. 해룡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타나는 해가 관련 장면인데, 조각상 뒤로 망망대해가 보여 더욱 생동감 넘친다. 짙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여의주를 문 초대형 용이 날아오를 듯하다.

조형물 아래 받침돌은 해가를 담고 있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동해안에서 해룡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 부르니 용이 다시 부인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해가다.

수로부인 조형물과 마주한 언덕길에는 해가를 부르는 백성을 표현한 조각상도 있다. 언덕에 오르면 막대기로 땅을 치는 백성과 용을 타고 등장한 수로부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세등등한 바다까지 합세한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기운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언덕 위에 정교하면서도 해학적인 십이지신 나무 조각상이 있다. 단아한 수로부인 흉상과 포토존도 있다. 공원 카페는 시원한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글ㆍ사진=김수진 여행작가



청룡의 기운 받는 새해 첫 등산
충남 홍성 용봉산


용봉산 정상


충남 홍성 용봉산은 모양이 거침없이 나아가는 용과 상서로운 봉황의 머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정상은 해발 381m로 등산 초보도 오를 만한 높이다. 출발점은 두 곳으로 구룡대 매표소와 용봉산 자연휴양림이다. 구룡대 매표소에서 올랐는데 눈을 들어보니 용봉산이 한눈에 잡힌다. 봉우리를 잇는 능선이 꿈틀하며 승천하기 직전 용과 닮았다.

숲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길 가운데 용봉사 일주문을 만나고 문을 통과해 5분쯤 걸으면 산기슭에 자리한 용봉사를 만난다. 용봉사는 수덕사의 말사로, 절 주변에서 발견된 기와 조각으로 보아 백제 말에 창건한 것으로 추정한다. 용봉사마애불과 용봉사부도, 용봉사지석조 등 경내에 문화재가 여럿이며 용봉사 영산회괘불탱이 유명하다. 괘불은 절에서 큰 행사가 열릴 때 야외에 걸어놓는 대형 그림이다. 영산회괘불탱은 17∼18세기 불교회화의 특징이 드러나는 중요한 자료다.

대웅전 계단 아래에서 지붕 너머로 멀찍이 보이는 병풍바위는 용봉사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장면이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에 올라선 사람들이 점을 찍은 듯 흐릿한데 그 모습이 아찔하다. 용봉산 전체가 큼지막한 바위로 이뤄져 산행 내내 병풍바위와 같은 근사한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산으로 더 들어갔다. 길이 조금 가팔라지는가 싶더니 널찍한 터가 나오고, 지면을 굽어보듯 선 불상이 눈길을 끈다. 커다란 바위를 조각해 만든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이다. 높이 약 4m의 불상은 기도하러 온 이들과 시선을 맞추려는지 적당한 각도로 숙인 모양이다.

마애여래입상을 지나자 등산로 경사가 더 가팔라졌다. 위험한 구간에는 철제 계단을 설치했는데 오를 때마다 길 양쪽으로 기묘한 암석이 연이어 등장한다. 삽살개바위와 두꺼비바위, 물개바위 등 이름은 물론 생김새도 재미있는 바위들을 지나 악귀봉에 다다랐다.


용봉산 정상에서 본 악귀봉(왼쪽)과 노적봉.



악귀봉에서 노적봉을 거쳐 정상까지 가는 길도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절벽을 지나가는 아슬아슬한 길로 접어들다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걸음을 멈추면 어느새 집채만한 바위에 올라서 있다.

정상에는 비석 모양 표석이 있다. 용봉산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등산객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느라 주변이 잠시 소란스럽다. 조금 전 지나온 악귀봉과 노적봉 쪽으로 용봉사와 마애여래입상이 작은 모형처럼 보인다. 병풍바위와 악귀봉, 노적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눈으로 되짚어보니 새삼 용의 형상이 떠오른다.

글ㆍ사진=이시우 여행작가



용이 휘감은 마을
경북 예천 회룡포


회룡포



경북 예천군 용궁면은 지명에 ‘용’이 들어간 고장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 있는 회룡포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350도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트림하는 듯해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근에 비룡산과 용문사 등 이름에 ‘용’을 포함한 명소도 여럿이다.

회룡포는 내성천이 마을을 휘돌아 흐르면서 형성된 곳으로,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전경을 보여준다. 평화로운 마을과 아름다운 풍광을 찾는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비가 많이 내리면 섬으로 변해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린다.

독특한 지형을 감상하기 위해 비룡산에 있는 회룡대에 오른다. 비룡산은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면 천년고찰 장안사가 나오고, 이어 용왕각과 용바위가 보인다. 용왕각과 용바위에도 ‘용’이 들었다. 용왕각에 용 그림이 있고, 용바위에는 하늘에 오르는 용이 새겨졌다.


하늘에 오르는 용이 새겨진 용바위



용왕각에서 회룡대까지 10분 남짓 계단을 오른다. 울창한 소나무와 늘어선 시화 작품 덕분에 오르막길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첫 번째 만난 전망 덱에서 정자 쪽으로 내려가면 회룡대가 있고, 그곳에서 회룡포가 한눈에 담긴다. 물길이 굽이쳐 나가는 모습이 웅장하고 장쾌하다. 아담한 마을을 감싸듯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회룡대에서 앞산에 있는 사랑의산(하트산)도 보인다. 두 산이 겹쳐 골짜기를 이루는데, 가운데가 하트 모양이라 사랑의산이라고 부른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하트 모양을 찾는다. 근처에 사랑의자물쇠와 350일 뒤에 엽서를 배달해주는 우체통이 있다.


하트산


이제 마을을 둘러볼 차례다. 회룡포마을은 풍양면 사막마을에 살던 경주 김씨 일가의 집성촌으로, 2024년 1월 현재 7가구 12명이 거주한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용궁진상미’라는 브랜드 쌀을 생산한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에는 수심이 얕아 바지를 걷고 건너거나 배를 이용했다. 지금 사용하는 다리는 공사장에서 쓰는 철판으로 만들었다. 구멍이 숭숭 뚫려 물이 차면 퐁퐁 소리가 난다고 해서 ‘퐁퐁다리’라 부르다가 한 언론에서 ‘뿅뿅다리’로 소개한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회룡포마을 곳곳에 포토존이 보인다. 멋진 배경이 되는 낮은 돌담은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 준서와 은서가 어린 시절에 놀던 곳이 회룡포마을이다.

글ㆍ사진=채지형 여행작가



소원 하나는 이뤄준다
부산 해동용궁사


해동용궁사 해돋이



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풍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누군가 해동용궁사를 찾는다면 이렇게 귀띔하고 싶다. 정성스레 고른 소원 하나를 품고, 동이 트기 전 부지런히 사찰로 향하라고. 전각과 불상, 탑 등을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특별하고, 그 여운이 묵직하다. 해동용궁사는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로,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고 한다. 해돋이 후 사찰을 유유자적 둘러보는 시간은 덤이다.

해동용궁사는 1376년 공민왕의 왕사를 지낸 나옹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930년대 보문사로 중창했고, 1970년대 초 백의관음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꾼 주지 정암스님이 해동용궁사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다소 복잡한 먹거리촌을 지나 위풍당당하게 늘어선 십이지신상을 만난다. 십이지신상을 지나면 국민의 안전을 기원하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교통안전기원탑이 보인다. 기둥에 용 조각이 화려한 일주문도 바로 앞에 자리한다. 일주문으로 들어서기 전,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라고 힘주어 쓴 표석이 눈에 띈다.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 소원만 되새긴다.


해동용궁사 내에서도 일출 명소인 제룡단 방생 터


일주문을 지나 대나무가 우거진 108장수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다 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번뇌가 사라지는 듯하다. 계단에 코와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득남불, 귀여운 동자승 석상이 모인 학업성취불이 있다.

계단 중간에 이르면 파도 소리가 들리고 짙푸른 바다와 기암괴석, 사찰이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계단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자. 비로소 탁 트인 바다와 판판한 암반의 제룡단 방생 터가 보인다. 지옥에서 고통을 겪는 중생을 구원하는 금빛 찬란한 지장보살이 바다를 등지고 앉았다.

이곳은 해동용궁사에서 해돋이 명소로 꼽힌다. 새해 첫날이면 드넓은 방생 터가 일출을 감상하는 이들로 빼곡하다. 음력 15일마다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는 보름방생법회도 열린다.


길게 뻗어 있는 암석이 사찰에서 용머리에 해당하는 용두암이다.


해동용궁사는 진신사리탑 아래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점으로 사찰 곳곳에 있는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전체 모습이 그려진다. 대웅보전 앞 비룡 조각도 비범하다. 용은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해동용궁사에서는 용의 모습이 더욱 친근하고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대웅보전 옆 용궁단도 용과 관련된 공간이다. 예부터 어업 활동이 활발한 이 지역에 용왕 신앙이 전해오는데, 조선시대에 근방의 제단을 경내로 옮긴 것이 용궁단이라고 한다.

용궁단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자. 해수관음대불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내려다본다. 온화한 표정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바다의 큰 관세음보살’을 따라 바다를 보기만 해도 모든 사람을 넉넉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글ㆍ사진=박산하 여행작가



용이 승천한 곳
전남 고흥 용바위길


전남 고흥 미르마루길 영남용바위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 영남용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두 마리 용이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남아있다는 전설이다.

고흥 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도 있다.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연결하는 미르마루길을 걷자. 고흥군이 조성한 길이 4㎞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멋진 풍경이 가득하다.

용암마을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영남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바로 아래 용암마을을 비롯해 포구 앞 내매물도, 팔영대교와 여수의 섬까지 보인다. 용의 기운이 영험한지 이곳에서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남용바위 주변 풍경.



바위 꼭대기에서 벗어나면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돼 마냥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 힘을 준다. 한겨울에도 초록잎을 자랑하는 난대성 수목이 곳곳에서 용기를 북돋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이고 화산이 만들어냈다는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풍경 맛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절벽 위 숲길을 걷다 보면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매끈한 돌멩이가 한데 모여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청아한 소리가 미르마루길에 울려 퍼진다.

몽돌해변 앞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사자가 웅크린 모습 같다고 사자바위다. 영남용바위 전설은 사자바위에서 끝을 맺는다. 싸움에서 이겨 승천한 용이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했고, 이곳을 수호하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시인의 아내는 날마다 몽돌해변에 찾아와 바위가 된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르마루길의 종착지이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해안 절벽 꼭대기까지는 줄곧 오르막길이다. 그리 길지는 않다.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유난히 아름답다.

글ㆍ사진=김정흠 여행작가

정리=김정석 기자 jskim@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jskim@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