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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F 2024] 리켄 “인사동 쌈지길 같은 ‘공존 공간’이 미래도시의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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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10 17:33:30   폰트크기 변경      
세션1ㆍ2: 야마모토 리켄 기조강연… 최문규 교수 대담

야마모토 리켄

사람들 서로 도우며 살고 싶어해
사생활 중요하지만 돕고 살아야
미래도시, 커뮤니티 통해 스스로 결정


최문규 교수

사람 사는 공간 만드는 건축 중요
행복하게 사는 공간, 경제성장 기반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축계의 노벨상’을 수상한 대가(大家)가 미래 도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서로 돕는 도시’로 만들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생활상이 변화하는 도시에서도 결국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런 도시야말로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대한경제>는 10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공간혁명- AI시대의 공간 재구조화’를 주제로 ‘도시와 공간 포럼(CSF) 2024’를 개최했다. 올해 프리츠커 어워드 수상자인 야마모토 리켄(사진 오른쪽) 기조 강연자와 최문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사진 왼쪽)가 대담을 나눈 뒤 청중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10일 <대한경제>가 개최한 ‘도시와 공간 포럼(CSF) 2024’의 기조강연에 이어 진행된 대담에서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리켄과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치열한 논의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해냈다.

야마모토 리켄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도시와 공간이 변화하더라도 결국 건축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가 ‘한국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냐’고 묻자 야마모토 리켄은 최 교수가 만든 서울 인사동 쌈지길을 언급하면서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쌈지길은 계단 없이 완만한 경사길로 4층까지 이어진 건물로, 건물보다는 길에 가깝다.

야마모토 리켄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대신 슬로프 형태의 길을 걸어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동네가 발전하려면 직접 고객과 접촉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쌈지길이 그런 방식”이라고 했다.

‘AI 시대의 공간이 혁명적으로 변화한다’는 이번 포럼의 대주제와 관련해 앞으로 건축이 좀 더 강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 도시는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미래 사회, 미래 도시는 커뮤니티를 통해 스스로 만들고 결정하고 통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에는 동네마다 반상회와 같은 커뮤니티가 있었고 강력한 자치권을 갖고 있었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인 생활을 중시하다 보니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며 “원래 있었던 것인 만큼 되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게 바로 살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고, 경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형태의 주택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서로 도우면서 살고 싶어하는데, 사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오히려 이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생활도 중요하지만, 서로 돕는 것은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야마모토 리켄은 포럼 참석자들에게 일본에 오면 요코하마에 있는 자택을 꼭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총 4층인 야마모토 리켄의 자택은 1층은 카페, 2층은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쉐어 오피스, 3층은 라이브러리 등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그의 거주 공간은 4층에 불과하다.

그는 “마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실천하는 중”이라며 “이웃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다같이 모여 한 잔 할 수 있는 장소, 커뮤니티를 위한 식당으로 자택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같이 오셔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야마모토 리켄은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에 대해 “일본에서 9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그동안 어떤 건축가들이 상을 받는지 잘 몰랐다”며 “건축이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평가하고 상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돼 무척 기뻤다”고 밝혔다.

최 교수도 “야마모토 리켄이 상을 받았을 때 기뻤던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은 더 멋지게, 더 크게 건축물을 짓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좀 더 ‘사람이 사는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에게도 이렇게 중요한 상을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마모토 리켄은 스승인 도쿄대의 하라 히로시 교수 아래에서 오랜 세월 동안 북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인도, 네팔, 이라크 등 전 세계를 돌면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주택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공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의 옛 주택을 보면 건축공간에 따라 사람들이 서로 자극받고 공동체를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며 “주택 공간과 함께 에티켓이나 매너 등 사는 방식이나 규칙도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규칙을 잘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옛날 주택에서 살려면 생활 규칙이 답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 규칙의 비밀은 서로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라며 “그게 강남하우징과 판교하우징을 만드는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좋은 주택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ㆍ안재민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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