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 신라면이 유럽 시장을 파고든다. 매운 음식을 기피한다던 유럽에서 매운맛 열풍이 불자, 농심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농심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1918억원을 투입해 1만7000㎡(1만5500평) 규모의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17년 만의 국내 신설 공장이다. 2026년 완공되면 기존 부산 공장과 함께 연간 10억개의 라면을 생산, 현재보다 생산량이 2배로 늘어난다.
이는 해외 성장 가속화를 위한 포석이다. 신라면의 해외 매출은 2021년 국내 매출을 추월한 뒤 2022년 6200억원, 2023년 71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8억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처음 연간 라면 수출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농심은 심상치 않은 유럽의 분위기를 확인한 뒤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신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인 레끌레르와 까르푸에 공식 입점했다. 이어 파리 까르푸 매장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독일 리들(Lidl)과 덴마크 샐링그룹(Salling group) 등으로 입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은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 판매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단기적으로는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북미와 남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유럽 판매법인을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공급량을 늘리는 만큼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유럽 판매법인 설립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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