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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동해안 전력망 포화] ① 송전제약 7.4GW까지 늘었다…발전사 “연간 2500억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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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13 06:00:34   폰트크기 변경      

삼척블루파워 2호기 시운전…설비용량 17.9GW
실제 송전용량 10.5GW 불과 
민간 발전사 내년부터 자본잠식, 파산 위험도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발전 시설이 밀집된 동해안 지역에서 전력망 포화로 인한 송전제약(발전제약)이 일상화하면서 민간 화력발전사들이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볼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지고, 수년 내 파산하는 발전사가 나올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12일 전력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동해안 지역에서 7.4GW 규모의 송전제약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송전선로 포화에 따른 것으로, 각 발전기의 운전을 제한해 야기된 발전제약량의 합과 같다. 1GW(1000㎿)는 표준원전에 해당하는 용량으로, 원전 7기 이상이 송전제약으로 가동을 멈추는 셈이다. 

동해안 송전제약량은 한 달 전인 9월만 해도 6.4GW였으나, 지난달 삼척블루파워 2호기(설비용량 1050㎿)가 시운전에 들어가면서 해당 설비용량만큼 제약량도 늘었다.

현재 동해안 지역의 송전선로는 △765㎸ 신태백-신가평(선로용량 14GW) △345㎸ 동해-신제천(4GW) △345㎸ 한울-신영주(4GW) 등이 설치돼 있다. 총 선로용량은 22GW이지만, 신뢰도 운영 기준에 따라 송전용량은 약 50%만 사용 가능하다. 나머지 절반은 기상 영향이나 산불, 설비 등의 문제로 송전선 고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위해 예비로 남겨두고 있다.  이에 따른 동해안 지역 실제 송전용량은 10.5GW에 불과하다. 

반면, 동해안 지역엔 한울ㆍ신한울 등 8기의 원자력발전소(총 8.7GW)와 양양ㆍ예천 등 양수발전소(총 1.8GW), 삼척그린파워ㆍ북평화력ㆍ강릉안인화력ㆍ삼척블루파워 등 8기의 화력발전소(총 7.4GW)가 설치돼 있다. 이들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총 17.9GW다.

이 같은 송전제약이 발생한 이유는 ‘500㎸ HVDC(초고압직류)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의 건설 지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반발과 지자체의 인허가 문제로 착공이 한참 늦어졌다. 당초 준공 목표는 2019년 2월이었지만, 현재 준공 예정일은 2025년 6월(1단계)과 2026년 6월(2단계)로 밀렸다.

송전제약 7.4GW는 8기의 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과 일치한다. 이에 따른 화력발전소 가동률은 그야말로 처참할 지경이다. 기저발전인 원전 8기를 모두 가동한다고 가정할 경우 삼척그린파워ㆍ북평화력ㆍ강릉안인화력ㆍ삼척화력 등 화력발전소 4곳은 아예 발전을 멈춰야 한다. 설비점검 및 장비고장 등으로 원전이 5기(신한울 1기, 한울 4기)만 가동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화력발전 4곳의 가동률은 59%에 지나지 않는다.


동해안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DL이앤씨


문제는 화력발전소 4곳 중 삼척그린파워(한국남부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의 운영사는 모두 민간 발전사라는 점이다. 국가 전력인프라 건설의 차질에 따른 손실을 민간이 그대로 떠안는 것이다. 이들 민간 발전사들은 송전망 건설계획을 고려해 발전소를 건설했지만, 본격 가동도 못 해보고 적자 경영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 민간화력 관계자는 “올해 예상 가동률은 15∼20%로 관측되는데, 이럴 경우 발전소 1기(1GW)당 25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면서, “관련규정 개정으로 송전제약에 따른 보상도 사라져, 어디에 하소연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를 4곳의 화력발전소에 대입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며, 이 중 4분의 3은 민간이 부담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해안 지역의 화력발전소는 경부하기(최저전력수요시기) 가동률은 제로이고, 1년에 평균 5개월 이상씩 발전기가 멈추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내년 자본잠식에 들어가는 발전사가 나오고, 결국 파산밖에 답이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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