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높은 특성… 대형참사 노출
안전불감증·형식적 관리체계 문제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반얀트리 리조트 건설현장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6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27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자그마한 불똥이 이제 막 개장을 앞두고 있는 시설물까지 잿더미로 만들며 막대한 재산 피해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발생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수습 및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에 나선 결과, 화재는 1층 ‘PT룸(배관유지보수공간)’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관 절단 중 불씨가 가연성 내장재에 옮겨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부는 당시 현장근로자들의 진술과 CCTV 기록을 분석해 발화원인에 대해 결론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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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부랴부랴 전국 건설현장 1000곳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에 돌입했다.
이번 긴급점검에서는 안전관리자 등 안전보건관리체제 작동여부뿐 아니라 화재 예방과 신속한 대처를 위해 △용접방화포, 용접비산방지덮개 사용방법에 대한 근로자 교육 실시 △화재가 우려되는 작업 간 혼재작업 금지 △화재감시자의 적절한 배치 △적정 소화설비 설치, 비상대피로 확보 및 대피훈련 실시 등을 중점적으로 벌이게 된다.
고용부는 단열재 등 마감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에 대해 현장 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이번 화재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겠다”면서 “한 명만 사망해도 중대재해인데,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 중에서도 아주 큰 중대재해”라고 강조했다.
건설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화재는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건설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화재사고는 건설현장의 소홀한 자재관리 등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다.
화재 발생 직후 고립된 근로자들이 자재가 어지럽게 쌓여 있는 통로를 빠져나가지 못했고, 일부 구역에서는 화재발생 경보음도 제대로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 화재 사고는 지난 2020년 이후 최근 5년간 3000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의 건설현장 화재안전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건설사의 안전관리 담당자는 “단순히 현장점검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화재 등 건설현장 사고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형식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걷어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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