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46명 사망·202명 부상
전체 재산 피해액도 700억 육박
연간 평균 500건 안팎 지속 발생
불꽃 다루는 위험작업 많은 데다
고층·지하 등 대피·구조도 어려움
화재예방·점검 특단의 대책 필요
[대한경제=박흥순 기자]부산 해운대구 복합리조트 건설현장을 덮쳐 6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27명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화마는 건설현장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린 안전불감증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건설현장의 화재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으며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데, 다른 유형의 사고보다 큰 인명피해를 유발하고, 재산 피해도 동시에 수반하는 만큼 화재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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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오랑대공원 인근의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연합 |
17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2732건에 달했다.
크고 작은 화재 사고로 인해 46명이 목숨을 잃었고, 202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인명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재산 피해액 또한 686억6000만원에 달해 건설현장 화재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도별 화재발생 건수를 보면 △2020년 599건 △2021년 559건 △2022년 657건 △2023년 516건 △2024년 401건으로 매년 500건 안팎의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현장 화재는 다른 유형의 사고보다 더 큰 피해를 유발하는 ‘재앙’과 같다.
각종 자재가 쌓인 건설현장에서의 화재는 그 특성상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연성 자재가 많은 데다, 용접 등 불꽃을 다루는 위험한 작업이 매일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고층 건물이나 지하 공간 등 복잡한 현장 구조는 화재 진압과 대피를 어렵게 만들어 인명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건설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불길에 휩싸인 건설자재는 맹렬한 유독가스와 검은 연기를 뿜어내 시야를 가리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근로자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속수무책으로 고립된다.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질식,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2차 사고 위험도 높다.
이번 부산 복합리조트 화재 사고에서도 현장에 비치된 기본적인 소화시설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번져 끔찍한 참사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건설현장의 화재가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 또한 막대하다.
화재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면 당장 막대한 복구비용이 발생한다. 잿더미가 된 자재를 다시 구매해야 하고, 파손된 시설물을 재건축해야 한다. 또한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도 피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건설사만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발주자와 시설물 이용자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피해는 물론 건설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고,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건설현장의 화재는 인명과 재산 모두를 앗아가는 ‘괴물’이지만,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화재 예방 교육이나 훈련 역시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현장점검의 날’ 등을 통해 건설현장의 화재·폭발 예방 점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부산 복합리조트 화재로 인해 ‘보여주기식’ 안전점검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고 직후 나선 긴급점검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식적인 안전점검으로는 화재를 절대 막을 수 없다”며 “철저한 안전관리와 감독, 무엇보다 작업자들의 안전의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현장 화재를 뿌리뽑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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