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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끊이지 않는 화마] (3) “설마 우리 현장에”… 안일한 생각이 禍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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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8 06:00:34   폰트크기 변경      

화재 78%가 부주의로 발생
형식적 안전관리 시스템도 문제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건설현장 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다름 아닌 ‘부주의’가 꼽힌다.

소방청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건설현장 화재원인을 분석한 결과, 총 3790건 가운데 78%에 달하는 2958건이 근로자들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적 요인이 400건(11%), 기계적 요인이 79건(2%)으로 뒤를 이었지만,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의 실수, 즉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였다.

이번 부산 복합리조트 화재 참사도 배관 절단 도중 불씨가 가연성 내장재에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근로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라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건설현장에서는 용접 작업과 도장 작업 때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용접 작업 중 튀는 불꽃은 순식간에 주변 가연물에 옮겨붙어 화재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도장 작업시 발생하는 휘발성 유증기는 작은 불씨에도 폭발적인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소방당국은 “용접 작업시 단열재에 불이 옮겨붙지 않게 비산방지 덮개와 용접 방화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건설현장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단열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는 점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을 낳는다.

최근에는 난연 소재의 단열재가 보급되고 있지만, 통상 단열재는 대부분 가연성 재질로 화재 발생시 순식간에 불길을 확산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현장 곳곳에 쌓아둔 단열재가 제대로 덮개로 덮여 있거나, 소화 장비 근처에 비치돼 있었다면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던 화재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철은 건설현장 화재 발생의 ‘블랙 시즌’으로 불린다.

추위 속 작업 능률을 올리기 위해 난방기구 사용이 늘고 콘크리트 양생, 보온 등을 위해 가연성 단열재 사용량이 급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설마 우리 현장에서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장이 많은 게 현실이다.

결국 잇단 건설현장 화재 사고는 ‘형식적 안전 관리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안전 점검 역시 사전 예고 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위험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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