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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시한폭탄’…불량 복공판]<하>①단차 생기고, 틈 벌어진 복공판…전문가 “5ⅹ7 말고 6ⅹ8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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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8 06:00:30   폰트크기 변경      

국회대로 공사장 ‘5ⅹ7 자재’ 사용

깨끗한 외관 불구 차량 안전 위협

부산 북항 지하도에 깐 ‘6ⅹ8 자재’

설치 4년 지났지만 변형ㆍ파손 적어

구조성능만 보지 말고 안전 따져야



[대한경제=김민수 기자]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공원화 2단계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한 현장. 차를 타고 복공판 위를 지날 때마다 일부 구간에서 ‘쿵쿵’ 소리가 났다. 수년째 공사 중인 이곳은 매일 출퇴근 차량으로 정체되는 곳이다.

지난해부터는 공사장 위 30년 넘게 있던 육교가 철거되며 차량뿐 아니라 사람들도 복공판 위로 통행한다. 차에서 내려 복공판 위를 걸으며 살펴봤다. 지난해 11월 생산된 비교적 새 복공판이라 외관은 깔끔했지만, 단차가 맞지 않거나 틈새가 벌어진 곳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두운 밤에는 발이라도 걸려 넘어질 수도 있을 듯했다.

동행한 복공판 업계 관계자는 “이곳은 시속 50㎞로 달려야 하지만, 한산한 시간에는 60∼70㎞로 달리는 차들도 많다”며, “복공판에 단차가 3㎜만 발생해도 차량이 시속 60∼70㎞로 달리다 부딪혀 타이어가 찢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명∼서울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이 진행 중인 강서구의 한 교차로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복공판이 깔렸다. 콘크리트 복공판은 차량이 오갈 때마다 두두둑ㆍ드르륵 하는 소음이 귀에 거슬렸다. 교차로 전체를 덮은 콘크리트 복공판 중 일부는 깨져 반복된 차량의 하중을 견디지 못했는지 파손돼 교체됐다.

복공판 위에 횡단보도를 만들기 위해 임시로 아스콘은 덮은 부분이 콘크리트 복공판의 높이와 경사 차이가 커 차들이 들썩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단차 등의 복공판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해빙기 대비 사망사고 줄이기 일환으로 실시한 건설현장 점검에서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12공구의 일부 복공판이 용접부위에 3.5㎜ 단차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탄도도 국가건설기준에서 규정하는 기준을 초과해 해당 복공판에 대한 조치가 요구됐다.

2021년 설치돼 3년 이상 서울 지하철 공사 현장에 설치됐던 복공판은 제설작업 때 뿌린 염화칼슘으로 인해 부식이 심해 얼마 전 현장에서 철거됐다. 면취(가공)가 안된 개방형 복공판인데, 염화칼슘으로 인해 부식이 빠르게 진행됐다. 실제 철거된 복공판을 돌로만 몇 번 치니 상판의 격자무늬가 쉽게 깨졌다.

업계 관계자는 “3m 복공판이 깔린 지 2∼3년이 되면서 지속적인 충격에 의한 피로파괴가 발생하고 있다”며, “철거된 복공판은 H빔 규격이 190ⅹ197ⅹ5ⅹ7㎜(이하 5×7)로, 같은 시기에 설치된 더 크고 두꺼운 192ⅹ198ⅹ6ⅹ8㎜(이하 6ⅹ8) 규격의 형강을 사용한 제품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5ⅹ7 자재로 제작한 3m 복공판이 서울에 집중적으로 깔렸다. 철강사들이 공사비를 줄이면서도 구조상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5ⅹ7 자재로 제작을 유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산역 앞 북항 지하차도 건설공사 현장과 만덕∼센텀 도시화고속도로 현장은 5ⅹ7 자재 대신 더 두껍고 강한 6ⅹ8 자재의 복공판을 깐 현장이다. 부산항과 가까워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수백 대씩 오가지만, 소음이 크지 않았다. 설치 4년이 지났지만, 설치 그대로 쓰고 있다고 한다.

5×7 자재는 기존 2m 복공판에 쓰던 H빔 규격이다. 턴키로 참여한 시공사는 돈이 더 들지만 두꺼운 6×8 복공판을 택했다.

5×7 자재로 만든 복공판도 구조성능으로 볼 때는 허용범위이지만, 더 안전하고 두꺼운 6×8 제품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와 관련, 경갑수 국립한국해양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5×7 자재의 3m 복공판도 구조성능으로 보면 허용범위에 들어오지만, 가설현장의 공용조건, 해외 복공판 제작 추세 및 시장 동향 등을 고려하면 6×8 자재의 무늬H형강으로 제작된 복공판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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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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