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2022년 개정 권고했지만
국토부, 작년 9월 기준개정 마무리
2023~2024년 공사는 품질 ‘구멍’
업계 “관심 적은 임시 가설자재는
발주기관 판단에 맡겨 적용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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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주도시철도 2호선 2단계(7∼14공구) 공사의 경우 당초 1단계(1∼6공구) 공사의 특정공법 자재로 선정된 ‘구조용금속판넬제작협동조합’의 복공판을 쓰려다 품질 불량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2월 납품 협약을 해지하고, 시공사가 관련 자재를 직접 구매ㆍ조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복공판 설계ㆍ제작이 새롭게 이뤄져야 하지만, 발주기관인 광주도시철도는 이미 설계 완료 및 착공이 이뤄진 현장이라며 종전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광주도시철도 관계자는 “이미 설계가 이뤄진 상태에서 바꾸려고 하면 공사비 인상 등의 문제가 있어 종전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며, “다만, 시민 안전을 위해 개정된 기준이 요하는 피로성능 시험성적서를 추가로 시공사 및 복공판 제작사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광주도시철도가 시민 안전을 위해 강화된 기준에 맞춰 피로성능시험 성적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했다지만, 성적서가 나오기까지는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제품이 현장에 먼저 반영된 뒤 성적서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가건설기준센터는 권익위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9월 ‘가설교량 및 노면 복공 설계기준(KDS 21 45 00)’ 및 ‘노면복공(KCS 21 45 10) 표준시방서’를 개정해 복공판의 설계하중 인용기준을 변경하고 안전성을 강화했다.
핵심은 피로성능의 수치를 정량적으로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종전 기준에도 피로성능시험이 요구됐지만 ‘할 수 있다’ 정도의 임의규정이었다면, 지난해 개정된 기준에서는 ‘해야 한다’의 의무규정으로 바뀐 것이다.
개정 기준은 발간 시점부터 적용되지만, 이미 시행 중인 설계용역이나 건설사 공사는 발주기관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종전에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경과조치를 부여한다. 그러다 보니 개정 기준이 적용된 현장은 거의 없는 상태다.
기존 2m 복공판보다 길이가 1m가 늘어난 3m 복공판을 첫 적용한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선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공사, 국회대로 2단계 등도 복공판 성능시험 결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길이가 늘어난 만큼 복공판이 끊겼을 때 차량이 추락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와 해당 현장 시공사는 종전 기준코드에서는 의무화하지 않았던 피로성능 등을 입찰조건으로 넣고 시험성적서를 받았지만, 기준대로 정확하게 진행되지 않고 육안검사로만 진행되거나, 처짐 발생 정도가 기준치를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됐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피로성능을 요구해놓고도, 복공판 업체들이 측정 게이지도 없이 비정상적으로 진행한 피로성능시험 성적서들이 통과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대로 2단계 2공구의 경우 시공사가 복공판을 납품받으면서 사용을 금지한 비용접 강재인 SS275를 복공판 입찰조건으로 내건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비용접 SS강재는 용접 강재인 SM강재에 비해 저렴하지만, 복공판은 용접이 필수이기 때문에 용접 강재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
이명재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용접용으로는 SS강재를 쓰지 못하는 것은 복공판뿐 아니라 강구조 전체에 적용되는 사항”이라며, “용접용에는 SS강재를 못쓰게끔 한 것이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발주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현장의 무지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월곶∼판교 복선전철,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대부분의 현장이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권익위가 2022년 복공판 품질 기준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국토부가 기한인 지난해 9월을 꽉 채워 기준 개정을 마무리하면서 이미 2023년, 2024년 시행된 공사는 복공판 품질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품질 미달에 따른 ‘워치독’도 사실상 부재하다. 건설기술진흥법(제88조)에 따른 제재 조항이 있지만, 조항만 있을 뿐 어떤 책임이 띠르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구법보다 신법이 우선한다는 신법 우선주의가 일반적인 원칙”이라며“국민적 관심이 큰 콘크리트 우중 타설 금지 조치는 즉시 시행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임시 가설자재는 경과 조치를 적용해 발주기관 판단에 맡기면서 실제 현장 적용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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