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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골목에서 경제를 다시 세운 관악구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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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0-21 06:00:45   폰트크기 변경      
전국 첫 ‘지역상권활성화과’ 신설

단기보조금 아닌 현장맞춤형 지원

올 3개분야 16개사업 100억 투입


별빛신사리 상권에도 80억 지원
순대타운ㆍ관악종합시장 등 개선


샤로수길은 젊은상권으로 ‘우뚝’
골목형 상점가 지원조례 문턱 낮춰
디자인으로 생존 실험… 혁신 완성


관악구는 별빛내린천 수변무대 정비, 야간 조명 설치, ‘관악별빛산책’ 축제 등으로 기존의 낙후된 상권 이미지가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매출은 2020년 대비 28.7% 증가했고, 유동 인구는 4만2000명 늘었다. 사진은 제4회 관악별빛산책 축제 모습. /사진 : 관악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공장지대에서 창의산업의 무대로 변신한 영국 런던의 ‘쇼디치(Shoreditch)’. 이주민과 청년 창업이 공존하는 도시 실험실로 변모한 독일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이들 두 도시의 실험과 성공이 지금 서울대 입구에서 신림ㆍ봉천으로 이어지는 관악의 골목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거창한 디벨로퍼 대신 ‘생활권의 미세한 공정’을 정교하게 조율해 도시의 결을 바꾸는 방식이다.

관악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띌 만큼 데이터와 풍경이 동시에 변했다. 대규모 개발 대신 생활권 혁신을 첫머리에 세운 박준희 관악구청장의 행정 실험이 축을 이룬 결과다. 퇴근길마다 달라진 상점의 간판, 청춘이 머무는 골목의 조명, 오래된 시장의 활기. 그 변화의 무대가 지금 서울 관악구의 골목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한경제>는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내 삶을 바꾼 풀뿌리 행정’을 조명한다. 이번 회차는 ‘골목에서 경제를 다시 세운’ 관악구다.

△‘고물가ㆍ고금리’에도 끄떡없는, 경제구청장의 골목상권



샤로수길 일대 개최된 '청춘오락실'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박준희 관악구청장. / 사진 : 관악구 제공


“예전엔 그냥 동네 미용실이었죠. 조명ㆍ동선부터 다시 짰더니 손님이 ‘새로 생겼느냐’며 들어옵니다.”


신림동에서 8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머무는 시간과 재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의 가게는 관악구 ‘상권활성화 지원사업’ 점포다.

관악구에는 종사자 10명 미만 소규모 사업체가 95.8%다. 민선 7기 초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단돈 10원이라도 소상공인에게 직접 도움이 된다면 추진한다”며 지난 2018년 11월 전국 최초로 ‘지역상권활성화과’를 만들었다. 단기 보조금이 아닌 현장 맞춤형 지원, 전통시장과 골목을 잇는 구조를 마련했다. 그해 연구용역으로 10대 골목상권을 뽑고 상인 조직화ㆍ브랜드 개발ㆍ마케팅을 묶은 종합지원 모델을 도입했다.

올해는 고물가ㆍ고금리에 맞서 3개 분야(△골목 경쟁력 △경영 안정 △소비 촉진) 16개 사업에 100억원을 투입했다. 핵심점포 발굴(점포당 최대 800만원)과 온라인 홍보 등 컨설팅부터 홍보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사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골목형상점가는 서울 최다 규모인 15곳으로 늘었고, 온누리상품권 사용과 정부 지원 자격을 확보했다. 

△‘별빛신사리’ 80억 르네상스, 상권을 다시 밝히다


지난 2025년 샤로수길 로컬이벤트 ‘청춘오락실’ 전경.  /사진 : 관악구 제공 


신림역 일대 ‘별빛신사리 상권 르네상스’는 관악 경제정책의 상징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80억원이 투입됐으며, 면적 6만2000㎡, 점포 715개를 대상으로 추진됐다. 순대타운으로 알려진 서원동상점가와 신원시장, 관악종합시장이 통합 개선됐다.

별빛내린천 수변무대 정비, 야간 조명 설치, ‘관악별빛산책’ 축제 등으로 기존의 낙후된 상권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매출은 2020년 대비 28.7% 증가했고, 유동 인구는 4만2000명 늘었다. 상인ㆍ주민 만족도도 94%에 달한다. 

박준희 구청장은 “경기가 어려워도 ‘경제구청장’으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관악이 다른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관악은 청년(41.4%)과 1인 가구(62.7%) 비중이 서울 최고다. 구는 이 구조를 상권 전략에 반영했다. ‘샤로수길’은 2024년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공모에 선정돼 3년간 최대 30억원을 지원받는다. 걷기 좋은 골목, 이국적 음식점, 로컬 창업이 어우러져 젊은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이후 아트테리어 119곳, 올해 32곳을 추가했다. 지난 6월 ‘샤로수길 청춘오락실’ 축제는 방문객 2만6000명, 만족도 95%를 기록했다. 오는 11월에도 샤로수길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2023년 3곳으로 시작한 골목상권 축제는 올해 6개 까지 늘어나 평균 3000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며 골목상권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당 월 매출 43.7만원...서울 자치구 1위”


관악구 1㎡당 월 매출이 43.7만원으로 집계되면서 서울 자치구 1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관악의 대표 상권인 샤로수길 입구 전경. / 사진 : 안윤수 기자 


관악은 또 문턱을 낮췄다. 2020년 제정한 ‘골목형상점가 지원조례’는 2024ㆍ2025년 두 차례 개정으로 밀집 기준을 30개에서 15개 점포로 완화했다. 현재 15개 골목형상점가가 지정됐고 연말까지 4곳이 추가된다. 인헌시장ㆍ관악신사시장ㆍ봉천제일시장 등이 중소벤처기업부 ‘특성화 시장 육성’ 공모에 잇따라 선정됐다. 지금까지 총 20억900만원이 투입됐다. 그 결과 서울시 조사(2022년 기준)에서 관악구의 1㎡당 월 매출은 43.7만원으로 자치구 1위다.

대규모 재개발 없이도 도시의 방향과 모습은 바뀐다. 관악은 골목에서 시작해 시장으로, 시장에서 다시 지역경제로 파급되는 경로를 만들었다. 제도(조례)로 문턱을 낮추고, 조직(전담과)으로 실행력을 붙이며, 소비ㆍ디자인ㆍ운영을 한 프레임에 묶었다. 쇼디치가 예술로, 크로이츠베르크가 창업으로 도시를 되살렸듯, 관악은 골목 생활권에서 경제를 깨우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아트테리어’에서 ‘생활디자인’ 혁신으로
카페 등 지역 예술가와 매칭 



관악구 신사동 아트테리어 사업 현장 방문하여 벽화 도색을 하는 박준희 관악구청장. / 사진 : 관악구 제공 


관악의 ‘아트테리어(Art+Interior)’는 이미 전국적 모델이다. 간판 교체를 넘어 조명, 색채, 가구 배치까지 바꾸는 ‘영업공학’에 가깝다.

박 구청장은 “디자인은 미관이 아니라 생존의 언어”라고 말한다. 올해부터는 공방·카페·서점을 지역 예술가와 연결하는 흡사 ‘생활디자인 프로젝트’로 확장했다.

2019년 서울시 공모로 시작된 이 사업은 소상공인과 예술가 매칭형으로 진화했다. 점포당 지원액을 110만에서 200만원으로 올리고, 미선정 점포까지 포괄했다. 7년간 2488개 점포, 지역예술가 493명, 81억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만족도 90% 이상,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96%로 집계됐다. 단발성 정비를 넘어 예술 일자리, 점포 경쟁력, 상권 이미지 제고의 삼박자를 맞췄다. 올해 하반기엔 모집 250개에 신청 523개, 경쟁률 두 배다. 관악의 골목이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디자인 실험실’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박 구청장은 “다양한 골목 상권 로컬브랜드 육성 정책을 통해 샤로수길에서도 스타벅스처럼 글로벌 브랜드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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