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붐 타고 진출, 8년 만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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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글로벌 톱3 완성차 제조사 현대차그룹이 유독 일본에선 기를 못 펴고 있다. 2001년 첫 진출 이후 24년간 누적 판매량 2만대도 넘지 못했다.
현대차는 2002 한일 월드컵과 ‘겨울연가’ 등으로 일었던 한류 붐을 기회 삼아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제조사의 위상을 증명하겠다는 의지였다. ‘현대를 모르는 것은 일본뿐일지도 모른다’는 도발적 캐치프레이즈까지 내걸었다.
첫 해 판매량은 1113대였다. 수입차 브랜드 대부분이 연 1만대도 못 파는 시장에선 양호한 성과였다. 2002년 2423대, 2003년 2426대로 꾸준히 늘려가며 2004년 2524대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해 일본에선 585만대 신차가 팔렸다. 시장 점유율 0.04%다.
이후 판매량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8년 501대까지 추락했다. 도요타·스즈키·혼다 등 쟁쟁한 브랜드가 안방을 지킨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본은 수입차 점유율이 4~5%에 불과할 정도로 토종 브랜드를 선호했다. 소형차 수요가 높은 일본에서 쏘나타·그랜저 등 중형 위주 전략을 펼친 것도 실책이었다.
결국 8년간 누적 1만5147대를 끝으로 2009년 승용차 사업을 철수했다. 상용차와 연구개발(R&D) 조직만 남겨두며 훗날을 도모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 진출한 렉서스가 2005~2006년 2년 연속 수입차 1위에 오른 것과 대비돼 아쉬움을 남겼다.
절치부심한 현대차는 2021년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현지 법인명도 ‘현대 모빌리티 재팬’으로 바꿨다.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한 내연차 시장을 현지 브랜드가 장악한 점을 고려해 전기차·수소전기차 위주로 전략을 개편했다.
주요 시장 중 전기차 도입이 가장 더딘 일본에서 선도자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해 일본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약 6만대로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현대차 일본법인은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아이오닉 5(N 포함)·코나EV·넥쏘 등을 판매 중이다. 효자모델은 인스터다. 현지 소형차 수요를 공략해 11월까지 730대를 수출했고 12월 60대를 추가하면 올해 총 790대 판매가 기대된다. 인스터 물량만으로도 지난해 실적(618대)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10월까지 총 판매량은 886대로 일본 수입차 시장 0.3%를 점유했다. 연간 판매 1000대 돌파를 기대하지만, 올해 일본 신차 판매량은 5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29년까지 일본 판매량을 6000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기아의 일본 사업은 더 제한적이다. 1990년대 현대차보다 먼저 진출해 한국 브랜드 최초로 도쿄 모터쇼에 출전하고 도쿄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부도나며 일본 사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1990년대 누적 판매량은 4000여대에 그쳤다.
한동안 움직임이 없던 기아는 올 10월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를 선보이고 내년 일본 전기 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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