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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사진: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30일에 이어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쿠팡이 지난 25일 발표한 이른바 ‘셀프 조사’를 두고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쿠팡은 자체 조사 결과가 국가정보원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구체적 자료 제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쿠팡 불법행위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이날 청문회는 셀프조사 주체와 검증 절차를 집중 추궁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쿠팡 법무담당인 이재걸 부사장은 ‘국정원이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방위원장 질의에 “12월1일 처음 공문을 보내 국가안보 사안이라며 따를 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며 “12월 초 국정원이 용의자 접촉을 ‘요청’했고, 중국 현지 직원 접촉안 등도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정원이 발표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렌식 과정의 관여 여부도 쟁점이 됐다. 이 부사장은 장비 회수 뒤 조치에 대해 국정원이 ‘회수한 다음에는 알아서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고, 외국 포렌식 업체 선정은 국정원과 ‘많은 대화’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포렌식 대금 지급 주체에 대해 “쿠팡Inc나 쿠팡 한국이 지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한국 정부와 사전 합의 없이 발표했던 ‘셀프 조사’ 결과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대로 공시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30일(현지시간) SEC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제출한 서류에서 “고객 계정 3300만 건에 대한 접근이 있었으나 범인은 약 3000건의 제한된 데이터만을 저장했고, 제3자와 공유되지 않은 채 삭제됐다”고 적시했다. 이는 25일 쿠팡 자체 조사 발표와 동일한 내용이다.
공시 서류에는 조사 결과가 수사기관이나 제3자 검증이 아닌 ‘자체 진행’이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의 입장도 포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6일 ‘정부 지시에 따라 정부와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는 해명 보도자료 번역본을 첨부했다. 앞서 ‘쿠팡 사태 범정부 TF’ 팀장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발표가 정부와 사전 합의 없이 이뤄졌고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피해보상안으로 내놓은 할인쿠폰(구매이용권)을 둘러싼 의혹도 청문회에서 다뤄졌다.
쿠팡이 청문회에 앞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모든 고객에게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쿠폰팩)을 지급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법조계를 중심으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조건이 약관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제소합의 조항 포함 여부를 묻자 로저스 대표는 “아니다”라며 “구매 이용권에는 조건이 없다”고 답했다. 보상 쿠폰을 손해배상 소송에서 감경 요인으로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감경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보상안의 적절성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쿠팡이 지급하는 구매이용권을 사용하려면 추가 구매 및 재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청문회에서 “피해자가 구제받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보상안에 대한 입증증명 책임은 사업자에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이번 사안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 로비를 벌여 통상 이슈로 비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법(온플법) 제정을 저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 부처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올해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쿠팡Inc가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도움을 줬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보 유출 사고도 통상 이슈와 구분해 다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쿠팡Inc가 미국 테크기업을 표방하며 한국 정부의 제재 조치가 온플법 제정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식의 여론전을 펴는 데 대해서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사전지정 방식이 아닌 사후제재로는 특정 기업을 차별하거나 조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온플법 필요성도 재차 거론됐다. 주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사전 규제 도입과 사후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온플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끼워팔기’나 최혜대우 요구 등 반경쟁 행위 금지 등을 담는 법안으로,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속에 논의가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과방위는 이틀째 청문회에서도 구체적 자료 제출과 답변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쿠팡 불법행위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며 후속 대응에 나섰다. 청문회에서 위증한데 대한 고발과 수사가 진행되면 경찰청은 필요한 경우 강제수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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