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중동발 국제 유가 급등은 정유, 석유화학, 항공 등 에너지 집약 업종 전반에 비용 상승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대로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으로 뛸 수 있다”는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의 경고처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내 산업의 뿌리인 석유화학 업계로 전이됐다.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운영하는 여천NCC는 최근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3월 인도 예정이던 원료 나프타의 도착이 지연되자 제품 공급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통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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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산업단지 여천NCC 전경. /사진: 여천NCC 제공 |
여천NCC는 현재 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2공장만 최소 용량으로 운영 중이다. 국내 석화업계의 나프타 재고는 단 2주 분량에 불과해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화솔루션 등 전방 산업 전체가 셧다운될 위기에 처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주요 기업들도 원료 재고를 긴급 점검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원유 도입 단가 상승과 정제마진 축소가 겹치면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국내 정유 4사 중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높아 조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공급이 부족해지자 정제마진이 폭등하는 등 국내 정유사가 호황을 맞았으나, 이번에는 원유 공급과 해상 운송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선박 피격, 보험료 급등 등 추가적인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더 민감하다. 항공사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20~30% 수준인데, 국제선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 급등이 장기화될 시, 운임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은 3~4월이 통상적인 항공업계 비수기이다보니, 여객 수요마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악재가 맞물리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대한항공은 이번 전쟁으로 두바이편 항공기 결항을 15일까지로 연장했으며, 영공 통제가 지속될 시 추가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역시 제조원가 상승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 유가가 10% 오를 경우, 수출ㆍ수입 단가가 각각 2.09%, 3.15%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은 0.68%, 서비스업은 0.16%의 생산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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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컨테이너선. /사진: HMM 제공 |
반면 해운업계는 호실적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ㆍ자동화산업전’에서 “2024년 홍해 사태 때도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결국 (해상) 운임에 영향을 미쳤다”며 “운임이 2배 정도 오르면서 당시 해운ㆍ물류 회사들이 수혜를 많이 봤다. 이번 사태가 수익성 측면에서는 긍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HMM은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중동 인근에서 운항 중인 선박의 안전 확보에 집중하고, 일부 선박은 안전 해역에서 대기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팬오션 등 벌크선 비중이 큰 선사들도 우회 항로 검토에 착수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2년 전 홍해 수에즈운하가 막혔을때와 다르다”며 “당시에는 운임도 오르고, 선박 수도 늘려야 해서 이익이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연료비와 전쟁 위험 보혐료가 동시에 오르고 선박 회전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마진 확대 폭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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