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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화에 휩싸인 한국 경제]② 러ㆍ우 전쟁 악몽 재현되나… 건설·에너지 ‘퍼펙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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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09 06:20:38   폰트크기 변경      

건설업, 기초체력 바닥…‘지정학적 재해’에 연쇄 파산 공포
가스 가격, 40% 급등…한전 등 부채 해소 ‘먹구름’


그래픽: 이인식 기자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중동발 고유가 사태는 200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에너지 쇼크’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왔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간신히 회복 궤도에 진입하려던 시점이라 산업계가 체감하는 충격파는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유가 급등은 덤프트럭ㆍ굴착기 등 대형 건설장비의 유류비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들 중장비에 쓰이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추월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ℓ당 1913원으로 휘발유(1892원)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고, 서울 일부 주유소의 최고가는 2658원까지 치솟았다.

자재값 급등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나프타 가격 상승에 연동된 PVC 창호ㆍ스티로폼 단열재ㆍ건축용 도료 등의 출고가는 줄줄이 인상을 앞두고 있다.

원재료 수급 불안은 기초 골조 자재로도 번지는 형국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반등하며 철근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시멘트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역시 해상 운임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건축물 공사비는 약 0.14%, 일반 토목은 최대 0.44%까지 높아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러―우 전쟁으로 폭등한 건설원가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이번 이란 공습으로 추가 상승분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기초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고유가발 원자재 폭등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소ㆍ중견 건설사들은 ‘외풍’에 휘청이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전문공사 포함)는 823건으로, 전년 동기(694건) 대비 18.5% 증가했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폐업 신고는 도미노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업계도 긴장감은 최고조다. 유가뿐 아니라 LNG(액화천연가스)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다. 동북아 지역 LNG 가격의 지표인 JKM 선물가격은 지난달 27일 10.725달러에서 일주일만인 이달 5일 15.495달러로 40% 이상 급등했다.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동반 폭등은 에너지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한국전력공사ㆍ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과 SMP(계통한계가격) 안정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글로벌 연료비가 상승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하기도 힘든 구조라 100조원대 부채 해소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가스공사 또한 민수용 미수금이 14조원 가까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LNG 가격 변동폭 확대가 재무구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래 첨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 요금 변동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더라도 물가 부담 등 때문에 요금에 곧바로 반영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에너지 고비용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첨단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공동비축유 600만 배럴을 긴급 확보하는 등 에너지 가격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극약처방에 해당하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 카드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태다. 다만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주유소의 판매 거부나 공급 절벽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시장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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