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공공기관 효율화 명분
'인국공+한국공' 통합 밀어붙이기
주무부처 국토부는 '단계적' 입장
재무 건전성 극명…부작용 우려
철도는 코레일+SR+5개 자회사
지주회사 체제 전환, 대안 거론
2개 부문 성사땐 '공룡 노조' 탄생
파업 땐 물류ㆍ여객 수송에 치명적
전문가들 "효율ㆍ공공성 조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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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재현 기자]항공과 철도를 아우르는 이재명 정부의 ‘교통 공기업 메가 합병’ 구상은 시작부터 가시밭길로 예상된다.
표면적으로 수익 공유와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부처 간의 극심한 이견과 재무 악화, 그리고 메가톤급 파업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가 버티고 있어서다. 때문에 정부 내부에서도 단계별 통합 로드맵을 통해 파열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와 한국공항공사(한국공)의 통합 방식을 놓고 정부부처간 대립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공공기관 효율화라는 명분 아래 ‘무조건적인 단기 통합’을 밀어붙이는 반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단계적 통합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가 신중론을 펴는 핵심 이유는 인국공의 ‘자금조달 능력 훼손’이다. 현재 인국공은 연 매출액 2조9000억원, 당기순이익 6944억원을 기록하며 우수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A-’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은 영업손실만 223억원에 달하는 만성 적자 구조다.
전문가들은 두 공기업을 단기간에 물리적으로 합병할 경우 인국공의 재무 지표가 급격히 악화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자금조달 비용(이자율)이 급등하게 되고, 이는 곧 국가대표 관문인 인천공항의 시설 투자 및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단계적 통합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본다. 인국공의 정부 배당 혹은 정부의 국고 지원 등을 통해 한국의 지방공항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해 재무 건전성을 높인 뒤 단계적으로 합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 교통 분야 전문가는 “지금 당장 합병할 경우 우수한 신용등급을 확보한 인국공의 재정상태가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합병을 하는 방안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 부문의 코레일과 에스알(SR), 5개 자회사 통합 역시 상황은 복잡하다.
정부 내부에서는 단순 합병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사를 두고, 그 아래 철도 운영 자회사, 철도 유지보수 자회사, 그리고 코레일유통 등 기존 5개 자회사를 통합해 병렬로 배치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정왕국 SR 사장은 “(코레일과 SR) 노사정 협의체서 열심히 논의되고 있는데, 지주 회사 체제로 가면 별도의 브랜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의 가장 크고 치명적인 걸림돌은 단연 노조다. 항공과 철도 모두 두 회사가 합쳐지면 전례 없는 거대 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향후 노사 협상 과정에서 사측(정부)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SR이 대체 운송 수단 역할을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가능했지만, 노조가 하나로 일원화된 상태에서 단체 파업에 돌입할 경우 대한민국의 철도 물류와 여객 수송은 그야말로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보완책으로 필수 유지 운행률 상향이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좌석수 관련 기준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합의 명분은 국민 편의 증진에 있지만, 향후 파업으로 인한 운행 중단이 가시화하면 통합의 명분은 사라진다.
인국공과 한국공의 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양대 공항 공사 노조가 연대 파업을 선언할 경우, 대한민국의 하늘길이 전면 올스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통합이 국가 인프라의 위기 대응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분석 없이 통합을 전제로 추진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쟁 체제에선 한쪽 노조가 파업을 해도 다른 쪽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통합될 경우 국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며 “공공기관 개혁은 업무 효율화와 공공성의 조화를 최우선에 두고 차근차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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