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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재편 본격화③]배드뱅크에 빚 몰아주기?… LH 쪼개도 부채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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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15 07:33:25   폰트크기 변경      
배드뱅크 성격 개편 우려는

[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정부가 만성적인 부채에 시달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혁 방안으로 조직 분리를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거센 비판도 나온다. 근본적인 부채 상환 계획 없이 장부상으로만 빚을 분리하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구상 중인 LH 재편 방안의 핵심은 조직을 두 개로 쪼개는 것이다. 막대한 기존 부채를 전담해서 떠안는 이른바 배드뱅크(Bad Bank) 성격의 ‘비축공사’를 신설하고, 직접적인 신도시 개발과 공공임대주택 시행 사업 등 알짜 기능은 ‘토지주택개발공사’라는 새 조직에 맡기는 방식이다. 사업 부문을 빚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신속한 주택 공급과 주거 복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LH 조직 이원화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빚을 다른 주머니로 옮겨 담는다고 해서 빚의 총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명백한 사실에 있다. 비축공사에 부채를 몰아넣을 경우, 토지주택개발공사의 재무제표는 건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비축공사 역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므로, 이들이 감당해야 할 천문학적인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 재정의 잠재적 리스크로 남게 된다.

결국 빚의 이름표만 ‘LH’에서 ‘비축공사’로 바뀌었을 뿐,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 부실의 뇌관은 제거되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자체적인 수익 사업 기능이 없는 비축공사가 부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설립 직후부터 심각한 자본 잠식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결국 형식적으로 만들어놓은 지주회사가 부채를 떠안는 배드뱅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조직 쪼개기를 넘어,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유휴 자산 매각 등 실질적인 부채 감축 방안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채의 주체와 책임을 모호하게 만드는 땜질식 처방은 자칫 과거의 방만 경영에 면죄부만 쥐여주는 꼴이 되어 또 다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직원의 땅 투기 사태로 LH 혁신을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 흐지부지됐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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