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기부, 민참사업 관급자재 확대 검토
권한 줄고 책임은 남아…주택공급 차질 우려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민참사업 관급자재 적용 의무화 추진 움직임을 두고 건설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민참사업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인 만큼, 민간사업자가 자본 조달과 미분양 위험, 브랜드 관리, 하자 책임을 지면서도 자재 선택권까지 제한받게 되면 권한과 책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민참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이 토지와 사업 기반을 제공하면 민간사업자가 설계부터 시공, 분양을 도맡아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방식으로 공공과 민간이 공동시행하는 구조다. 공공은 사업 안정성을 책임지고, 민간은 시공만 맡는 단순 도급사를 넘어 자사의 브랜드 경쟁력을 내걸고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공주택과 차이를 보인다. 실제, 민간의 특화 설계와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을 도입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주거 품질을 높이면서, 공공주택 공급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주택 공급 보강을 위해 민참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LH는 2024년 6조4000억원 규모의 민참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지난해엔 8조원을 웃도는 사업을 발주했다. LH가 지난해 신규 공모를 진행한 민참사업은 총 36개 블록, 3만200호로 지난해 인허가 물량(11만가구)의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LH는 올해 민참사업으로 2만6000가구(착공 기준)를 공급할 방침으로, 이는 올해 LH의 전체 공공주택 착공 예정 물량(5만2000호)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처럼 민참사업이 공공주택 공급의 보조 수단을 넘어 핵심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자재조달 구조를 뒤바꿀 경우, 민참사업은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참사업에서 시공을 전담하는 민간사업자는 마감재와 설비, 협력업체 구성까지 종합 관리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자재수급 체계를 관급으로만 한정해 선택권을 제한하면 민간은 조달 과정에서부터 하자 관리에 이르기까지 핵심 품질관리 수단을 잃게 된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자사 브랜드 경쟁력 훼손이다. 힐스테이트, 자이, 푸르지오 등 민간 유명 브랜드 아파트는 단순 네이밍을 넘어 창호ㆍ가구ㆍ내장재ㆍ설비 등 전반의 상품 구성이 집약된 형태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조달 등록 제품 중심으로 자재 선택 폭이 좁아지면 브랜드별 차별화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브랜드 유지를 위해 고급화 등 품질 관리에 나서며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관급자재 의무화가 적용되면 어느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안전 관리 문제도 업계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원청사는 현장 안전시스템과 공정 관리를 총괄하지만, 자재 선정과 납품 관리가 외부 조달 체계로 분산되면 통일적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체 사업에서 민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20%에 불과한 데 비중이 작은 민참사업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업을 수행할 이유가 없다”며 “표준화되고 일률적 자재 사용이 의무화될 경우 민참사업의 본 취지인 민간의 창의성ㆍ효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화ㆍ고급화된 국민 주거 수요에 부합하는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목표마저 훼손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히 자재업계와 건설업계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민참사업의 수익성과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 민간 참여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권한과 책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관급자재 의무화는 민간 건설사의 사업 참여 기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민참사업 확대를 공급 해법으로 삼겠다면, 정책 목표와 사업 구조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정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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