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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모빌리티 오디세이]⑯ 에필로그Ⅰ: 2030년, 자율주행의 임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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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27 10:00:37   폰트크기 변경      
기술ㆍ법제ㆍ경제성ㆍ비즈니스 모델이 만나는 시간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7개국 모두 2030년을 자율주행 상용화의 기준 시점으로 설정하고 있다. 안전과 세부 제도 우선주의를 표방했던 유럽 주요국과 일본은 미국ㆍ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후, 기존 정책의 더딘 진전을 만회하고자 추진 속도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자율주행, 특히 피지컬 AI(디지털이 아닌 물리적 현실에서 스스로 인지하고 행동하는 AI)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시점으로 2030년을 설정했다.

2030년은 기술, 법제, 경제성, 비즈니스 모델 정착이라는 네 가지 임계점이 동시에 수렴하는 시점이다. 네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진정한 상용화가 가능하며, 이를 준비한 국가와 기업이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에필로그에서는 7개국 분석을 관통하는 이 네 축을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자율주행 AI, 세 번의 세대교체

자율주행 AI 기술 세대별 비교

AI 기술 방식 핵심 특성 주요 응용 도메인 한계
규칙기반
(Rule-based)
명시적 규칙 설계, 높은 투명성 지오펜싱 셔틀, 고정 경로 저속 차량, 공항 수하물 이송 예외 상황 대응 불가, 확장성 한계
E2E
(딥러닝)
데이터 기반 학습, 높은 유연성 개인 승용차(테슬라 FSD 등) 블랙박스 문제, 사고 책임 규명 어려움
하이브리드 E2E + 규칙기반 안전 레이어 결합 로보택시(웨이모, 포니AI, 위라이드 등) 복잡한 시스템 설계 필요
VLA 언어 모델 추론 + 설명 가능성 공공교통, 버스, 보험 민감 도메인 추론 지연시간, 대용량 데이터 필요

자율주행은 2020년대 중반 피지컬 AI의 핵심 응용 분야로 자리 잡았다. AI 패러다임의 진화가 자율주행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AI는 세 단계의 기술 세대를 거쳐 진화해 왔고, 2026년 현재 각 세대는 서로 다른 시장에서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자율주행 AI의 출발점은 사람이 규칙을 짜는 방식이었다. 1세대인 규칙기반(룰베이스) 방식은 인간 엔지니어가 ‘적색 신호 시 정지’, ‘보행자 감지 시 회피’와 같은 수천 개의 명시적 규칙을 직접 설계한다. 결정 프로세스가 투명하고 규제 당국이 시스템의 행동을 사전에 예측ㆍ검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발생 가능한 무한한 예외 상황을 모두 규칙으로 대응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규칙의 양이 늘어날수록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이 방식은 속도와 경로가 사전에 고정된 지오펜싱(가상 경계선으로 운행 구역을 제한하는 기술) 영역 안의 저속 셔틀이나 공항 수하물 자동 이송 시스템 등 제한된 환경에서 주로 활용된다.

여기서 한 단계 도약한 방식이 E2E(End-to-End)다. 센서 입력에서 조향ㆍ가감속 출력까지를 하나의 대규모 신경망이 직접 학습하며, 방대한 실제 주행 데이터로부터 자체적으로 패턴을 추출한다. 테슬라 FSD가 v12를 기점으로 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비정형 도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현재 개인 소유 승용차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E2E는 내부 작동 과정을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는 이른바 ‘블랙박스’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신경망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사후에 인간이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규명이 매우 어렵다. 규제기관의 안전 인증 절차에서도 높은 장벽이 된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기술 구조./사진: 엔비디아 제공

이 블랙박스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이 등장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추론 능력과 시각 인식을 결합해 ‘공사 구간에서 임시 수신호를 보내는 작업자’처럼 언어적 맥락까지 포함한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다. 시스템이 판단 근거를 사후에 추적할 수 있어, 보험사의 위험 평가와 규제기관의 인허가라는 사업화의 전제 조건을 충족하는 열쇠가 된다. 이러한 설명 가능성에 힘입어 VLA는 버스, 셔틀 등 공공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도입이 활발하다.

다만 현재 선도 업체들은 VLA를 단독으로 쓰기보다 E2E의 유연성과 규칙기반 안전 레이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위에 VLA 추론 모듈을 얹는 방향으로 기술 스택을 진화시키고 있다. 이런 만큼 각각의 방식은 순차적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공존하며, 각각 다른 시장과 안전 요건에 최적화됐다. 자율주행의 경쟁력은 최신 알고리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운영 목적에 맞는 기술 조합을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기술이 바꾸는 수익 방정식

AI 기술의 진화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사업화의 법적ㆍ제도적 전제 조건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술이 성숙하면서 산업의 질문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기술 실현이 가능한가?’에서 법ㆍ보험ㆍ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답을 내야 하는 단계로 넘어왔는데, VLA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최초의 실용적 AI 아키텍처로 평가받는다.

VLA 기술의 확산은 운영 효율의 구조적 전환도 이끌고 있다. 시스템이 설명 가능한 판단을 내리고 독립적으로 임무를 완수할수록 원격관리자의 개입 빈도가 줄어들어, 1명의 원격관리자가 담당할 수 있는 차량 규모(1:N 비율)가 높아진다. 이는 단위당 운영 비용 절감으로 직결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니AI, 위라이드 등 선도 업체들이 2026년 안에 운영 차량을 급격히 확장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자본 투입이 아니라 AI 기술 성숙도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폭은 B2B 로보택시와 물류를 넘어 개인 소유 승용차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테슬라는 FSD를 기반으로 개인 차량에서 로보택시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텐서(Tensor)는 세계 최초의 레벨4 개인 소유 자율주행차 판매를 2026년 시작할 예정이다. 위라이드 역시 동일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시장이 열리면 자율주행 비즈니스의 총가용시장(TAMㆍ특정 사업이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시장 규모)은 로보택시 중심의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장된다. 각국 정부가 2030년 자율주행 로드맵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웨이모 자율주행차./사진: 연합=로이터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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