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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다인 HDL-64E 라이다는 2007년 미국 DARPA 어반 챌린지(자율주행차 경주 대회)에서 완주한 팀 대부분이 장착했던 센서로, 2010년 구글(현 알파벳)이 자율주행 시제차에 장착하면서 자율주행 라이다의 상징이 됐다. 당시 대당 가격은 7만5000~8만달러(약 1억1300만~1억2000만원). 고급차 한 대 값에 맞먹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대당 500달러대(약 75만원)까지 내려올 정도로 라이다 가격은 급락했다. 당시엔 연구용으로 소량 생산됐던 게 지금은 양산품이라는 것부터가 큰 차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자율주행 상용화를 가로막던 비용 문제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이 주도하는 라이다 가격 파괴
라이다 가격 하락의 배경은 허사이, 로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의 대량 양산이다. 허사이의 OT128은 바이두, 포니AI, 위라이드, 모셔널 등 주요 로보택시 기업들이 채택하는 360도 장거리 라이다로, 대당 1000~2000달러(약 152만~303만원) 수준이다. 세계 최고 채널 수(1440채널)를 자랑하는 초고해상도 AT1440은 대당 500달러 이상의 가격대에서 2025년 하반기 양산에 돌입했다. 로보센스도 차세대 디지털 라이다 EM4로 바이두의 ‘아폴로 고(Go)’ 차세대 로보택시 독점 공급을 수주하며 자율주행 레벨4(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웨이모의 6세대 자체 설계 라이다는 5세대 대비 센서 원가를 50% 이상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혁신은 단가 하락에 그치지 않고 기술 통합으로 이어진다. 2026년 4월 허사이는 6D 풀컬러 라이다 칩 ‘피카소(Picasso) SPAD-SoC’를 공개했다. 기존 라이다가 3D 좌표만 출력했다면, 피카소 칩은 거리 정보와 색상 정보(RGB)를 단일 칩에서 동시에 처리한다. 별도 카메라 퓨전 없이 라이다 단독으로 신호등 색상까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반면 서구권 라이다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볼보 등 하이엔드 차량에 공급하던 루미나는 2025년 12월 파산을 신청하고 2026년 4월 청산이 확정됐다. 라이다의 원조격인 벨로다인은 오스터와 합병됐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던 FMCW 방식은 모빌아이가 2024년 9월 자체 개발을 공식 중단하면서 업계의 기대가 크게 꺾였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계 기업들이 레벨4 라이다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구도가 선명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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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서를 장착한 웨이모 자율주행차./사진: 연합=로이터 |
◆‘비싼 센서 하나’에서 ‘싼 센서 여럿’으로
더 커다란 변화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과거에는 최고가ㆍ최고성능 센서 한 개가 환경 인식을 전담했다면, 지금은 저비용 센서 여러 개와 카메라ㆍ레이더를 소프트웨어로 지능 결합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웨이모는 6세대 시스템에서 센서 대수를 줄인 만큼 각 센서의 데이터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머신러닝 모델이 파편화된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능력을 높였고, 날씨나 조도 등 실시간 환경 변화에 맞춰 소프트웨어가 센서 성능을 동적으로 보완한다. 포니AI의 핵심은 가상세계 모델 ‘포니월드(PonyWorld)’를 활용해 실제 센서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보정하는 데 있다. 안개나 야간 주행 시에도 레이더 등 다른 센서 정보를 함께 활용하는 지능형 퓨전 알고리즘을 적용해, 저단가 센서 조합만으로도 무인 운영에 필요한 높은 신뢰성을 구현하고 있다.
테슬라 등 일부 기업은 라이다를 배제한 비전 중심(Vision-Only)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자율주행 시장은 안전 책임이 기업에 있는 로보택시 모델은 라이다 채택 비중이 높아지고 개인 승용차 시장은 비전 중심 시스템이 주류가 되는 이원화된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장 비싸고 정밀한 단일 센서’를 고집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가격이 안정된 여러 센서를 소프트웨어로 지능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자율주행 시스템 설계의 주류가 됐다. 하드웨어 민주화(Hardware Democratization)를 통해 확보된 비용 경쟁력이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개조에서 대량 생산으로
주요 자율주행 업체 활용 차량 정보
| 기업 | 유형 | 협력 제조사 | 차량 모델 | 생산 방식 | 차량가 | 비고 |
|---|---|---|---|---|---|---|
| 웨이모 | 로보택시 | 재규어 (구형) | 아이페이스 | 개조 | 15만달러 (약 2억3000만원) | 단계적 교체 진행 중 |
| 지커 (신형) | 지커RT | 협력 양산 (마그나 메사 공장 통합) | 7만5000달러 (약 1억1000만원) | 2026년 2000대+ 추가 배치 목표 최종 목표: 연간 수만대 규모 플릿 | ||
| 포니AI | 로보택시 | GAC-토요타 | bZ4X | 합작법인 (추풍지능) | 부품 원가 70% 절감 | 2026년 7세대 1000대+ 양산 전체 운영 차량 3000대 돌파 목표 |
| 로보트럭 | 삼일중공업 시노트랜스 | 4세대 트럭 | 협력 양산 | 부품 원가 70% 절감 |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 목표 | |
| MOIA | 셔틀 | 폭스바겐 | ID. Buzz AD | 그룹 내 수직 계열화 | 미공개 | 하노버 공장 양산 유럽 주요 도시 서비스 중 |
| 바이두 | 로보택시 | 장링자동차 | Apollo RT6 | 협력 양산 | 2만7600달러 미만 (약 4200만원) | 최신 모델 비용 80% 절감 |
| 주옥스 (아마존) | 로보택시 | 자체 | 자체 설계 차량 | 독자 설계 및 생산 | 미공개 | 2025년 6월 헤이워드 공장 개소 운전석·핸들 없는 완전 목적 설계 |
| 테슬라 | 로보택시 | 자체 | 사이버캡 | 독자 설계 및 생산 | 3만달러 미만 (약 4500만원) 목표: 2만~2만5000달러 | 2026년 4월 텍사스 대량 생산 시작 언박스드 공정 도입 |
표: 필자 제공
초기 자율주행 차량은 일반 양산차에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 온보드 컴퓨터를 사후에 장착하는 개조 방식이었다. 수작업이 불가피해 고장률이 높고 조립 품질 편차도 컸다. 이 한계를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건 설계 단계부터 양산 차량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합한 대량 생산 전략이며, 선도 기업들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업이 가져오는 효과는 상당하다.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엄격한 양산 품질관리 기준이 자율주행 시스템 전체에 적용돼 차량 수명 동안 고장률이 현저히 감소한다. 특히 기존 형식 승인을 자율주행 버전으로 확장하는 게 신규 인증보다 빠르며, 글로벌 부품 조달 체계를 활용해 공급망 안정성도 확보된다.
최근 주목받는 사례를 보면, 웨이모의 초기 플릿인 재규어 아이페이스 기반 자율주행차는 대당 약 15만달러(약 2억3000만원)로 추산됐다. 중국 지커의 목적기반차량 지커RT로 전환하면서 대당 약 7만5000달러(약 1억1000만원)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포니AI는 GAC-토요타와의 합작법인 ‘추풍지능(追風智能)’을 통해 7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토요타 bZ4X 생산 라인에 직접 통합하며 부품 원가를 70% 절감했다. 바이두 아폴로의 최신 모델은 생산 원가가 2만7600달러(약 4200만원) 미만까지 하락했다. 초기 모델 대비 비용 절감 효과는 80%가 넘는다.
테슬라는 사이버캡에 ‘언박스드(Unboxed)’ 제조 공정을 도입했다. 차량을 앞부분, 뒷부분, 하부 배터리 등 큰 모듈 단위로 나눠 독립된 구역에서 조립한 뒤 결합하는 방식으로, 공장 면적을 약 40% 줄이고 생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현재 대당 3만달러(약 4500만원) 미만이며, 장기 목표는 2만~2만5000달러(약 3000만~3800만원)다. 아마존 산하 주옥스(Zoox)는 운전석과 핸들이 없는 완전 목적 설계 자율주행 전기차를 2025년 6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개조 방식으로는 구현 불가능한 설계로, 자율주행 산업이 기술 실증에서 제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방식은 합작법인형(포니AI-토요타), 협력 양산형(웨이모-지커, 바이두-장링자동차), 수직 계열화형(폭스바겐 MOIA), 독자 생산형(테슬라, 주옥스)으로 나뉘지만, 공통 효과는 같다. 완성차 제조사의 양산 역량과 결합하거나 제조 공정 자체를 혁신해 비용ㆍ품질ㆍ인증ㆍ공급망이라는 네 가지 차원을 동시에 개선하는 구조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격 운영의 경제학
국가별 리모트 오퍼레이터 제도 및 현황 비교
| 국가 / 기업 | 현행 1:N 비율 | 목표 비율 | 비고 |
|---|---|---|---|
| 웨이모 | 1:43 | - | 약 70명이 약 3000대 운영 (2026년 2월 기준) 판단 지원형 원격 지원 방식 |
| 포니AI | 1:30 | 1:100 지향 | 2024년 1:15 → 현재 1:30으로 개선 |
| 위라이드 | 1:40 (중국) 1:3 (중동) | 1:10 (중동) | 운영 환경 성숙도에 따른 편차 큼 |
| 일본 | 1:N 실증 추진 중 | 1:10 | 1:10 달성 시 인건비 최대 90% 절감 분석 N 향상에 비례한 보조금 확대 전략 |
| 한국 | 1:1 (안전요원 동승 의무) | - | 모든 시험·시범 운행에 법적 의무 인건비 절감 효과 미실현 |
표: 필자 제공
무인 전환 후에도 예외 상황 대응을 위한 원격 오퍼레이터(관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오퍼레이터 1명이 몇 대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지, 즉 1:N 비율은 수익성의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
업계의 주류는 시뮬레이터형 텔레오퍼레이션(직접 원격 조종)에서 판단 지원형 원격 지원으로 전환되고 있다. 오퍼레이터는 조향핸들이나 페달 없이 일반 워크스테이션과 표준 모니터만으로 차량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경로나 판단을 제안한다. 실제 조향ㆍ제동ㆍ가속은 차량 AI가 전담한다. 인간은 전략을 제공하고 기계는 실행을 담당하는 설계 구조로, 통신 지연에 따른 위험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웨이모는 2026년 2월 기준 약 70명의 원격지원 에이전트로 약 3000대를 운영하며 1인당 약 43대(1:43)를 달성했다. 포니AI는 2024년 1:15에서 현재 1:30까지 개선했고, 위라이드는 중국 주요 도시 기준 1:40 수준이다. 다만 인프라와 법적 환경의 성숙도가 떨어지는 위라이드의 중동 운영지에서는 아직 1:3에 머물며 1:10을 중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어, 운영 환경에 따른 편차가 크다.
일본은 이 문제를 국가 전략 과제로 다룬다. 고령화에 따른 교통 소외지역 이동 문제와 지방 버스 운전기사 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1:N 법제화와 함께 N이 높아질수록 정부 보조금을 늘려 상용화를 촉진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1:10이 실현되면 기존 유인 운전 대비 인건비를 최대 90%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현황은 글로벌 기준과의 격차가 가장 두드러진 영역이다. 모든 시험과 시범 운행에 안전요원 1:1 동승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어, 자율주행의 핵심 경제적 명제인 인건비 절감 효과가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선도 기업들이 이미 1:40 이상의 운영 효율을 달성한 상황에서, 동일한 규제를 유지하는 한 국내 사업자들은 구조적 비용 열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드웨어 비용의 급격한 하락과 제조 혁신, 원격 운영 효율의 구조적 전환. 이 세 가지 비용 혁신은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확보된 비용 경쟁력이 다시 기술 개발에 재투자되는 산업적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 선순환이야말로 자율주행이 서비스 확대 단계로 진입하는 결정적 동력이 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비용 혁신 위에서 자율주행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분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먼저 돈을 벌기 시작했는지를 짚어본다.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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