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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사망만인율 무분별 산정… 건설사만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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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01 06:01:15   폰트크기 변경      

PQ 건설안전 평가 등에 활용
현장 하청근로자 돌발 행동 등
예측 불가 상황까지 포함 ‘논란’
과실여부 미확정 땐 신중히 산정
법원 재판 진행사안 별도 절차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업체의 공공 공사 입찰과 수주를 사실상 좌우하는 ‘사고사망만인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사망만인율이 산정ㆍ통보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사망만인율은 상시 근로자 수 1만명당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나타낸 비율이다. 건설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시공능력평가 공사실적액 감액,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의 건설안전 평가, 종합심사낙찰제 심사기준 등에 활용된다.

특히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책임을 묻는 강도 높은 행정제재의 근거가 된다.

앞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4월 말 전국 건설업체에 2025년도 사고사망만인율을 1차 통보했다. 공단은 1~3차 이의신청을 거쳐 6월 말 최종 산정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2차 이의신청 접수가 끝났고, 이달 8~21일 3차 이의신청 접수를 받는다. 이의신청 기간 동안 신청이 없으면 이의가 없는 것으로 처리되는 만큼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문제는 사고 발생의 책임 여부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설업체에 불리한 사고사망만인율이 일방적으로 통보된다는 점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방화, 폭행, 천재지변, 작업과 무관한 제3자의 과실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망자를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하청 근로자의 돌발적인 행동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대부분 사고사망자 수에 포함되는 실정이다. 공단이 예외 규정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제도 운영 방식이 사실상 사업장 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청업체에 ‘결과책임’을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나 산업안전보건법ㆍ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가려지지 않았는데도 공단의 판단만으로 일률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과 책임주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처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의 ‘중대재해 근절’ 기조 강화에 따라 사고사망만인율이 공공 공사 입찰ㆍ수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조달청의 공공주택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기준 개정으로 사고사망만인율은 가ㆍ감점 항목인 기존 신인도 평가의 평가요소에서 배점 항목인 ‘건설안전’의 평가요소로 변경됐다. 점수 반영 폭도 기존 ±1점 수준에서 ±3점 수준으로 확대됐다.

종합심사낙찰제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0.8점이나 ±1.2점 수준이었던 사고사망만인율 반영 폭은 심사기준 개정 이후 ±2점 수준으로 강화됐다.

더 큰 문제는 사고사망만인율이 단년도(1년)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3개년 실적을 가중평균해 평가하는 구조여서 한 번의 불리한 통보가 최대 3년 동안 공공 공사 입찰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당장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공사 수주 기회를 잃을 수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건설현장의 구조적 특성과 제도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건설 현장은 원청과 다수의 하청업체가 참여하는 중층적 도급 구조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현장 규모가 커질수록 수백 명의 근로자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하며 다양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노력만으로 모든 사고를 완벽하게 예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사고 발생 원인과 책임 정도를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결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설업체의 과실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고사망만인율 산정에 신중을 기하고,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의신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부당한 통보로 인한 입찰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책임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에 장기간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정책 목표와 기업의 정당한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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