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환산재해율’ 제도 시절엔
‘재판 진행 사건’ 산정 유보했지만
책임 확정 전 불이익 방지 사라져
안전지표 넘어 건설사 생존 좌우
대경ㆍ바른 7일 ‘법적 대응 전략’ 세미나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달 말 2025년도 사고사망만인율 최종 결과 통보를 앞두고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의 전신인 ‘환산재해율’ 제도 운영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재해율 산정을 유보하도록 한 규정이 사라진 이후 사고 책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건설사에도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사고사망만인율은 상시 근로자 수 1만명당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나타낸 비율이다. 시공능력평가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종합심사낙찰제 심사 등에서 건설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정부의 ‘중대재해 근절’ 기조 강화에 따라 지난해 12월 조달청이 공공주택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기준 등을 개정하면서 사고사망만인율의 평가 비중이 확대돼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훨씬 커졌다. 최근 3개년 실적을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사고사망만인율은 한 번 불리하게 산정되면 최대 3년 동안 공공 공사 입찰ㆍ수주 경쟁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21일까지 3차 이의신청을 거쳐 이달 말 2025년도 건설업체 사고사망만인율 최종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7월부터는 곧바로 최종 결과가 적용된다.
문제는 사고 발생의 책임 여부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설업체에 불리한 사고사망만인율이 일방적으로 통보된다는 점이다.
특히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의 전신인 환산재해율 제도와 비교했을 때 권리구제 장치가 오히려 축소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산재해율은 과거 건설업체의 산업재해 발생 수준을 평가하던 제도로, 산업재해 은폐 가능성 등을 이유로 2018년 폐지되고 지금의 사고사망만인율 체계로 전환됐다.
환산재해율 제도 시절에는 건설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있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확정판결 전까지 재해자 수 산정을 유보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2007년 1월 개정된 옛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환산재해율 산정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건설업체에 예측하기 어려운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 재해자를 재해율 산정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했다. 이후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면 책임이 인정된 업체의 재해자 수에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확정판결 전에 환산재해율이 확정될 경우 사고 책임이 없는 업체에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게 입법 취지였다. 단순히 사고 발생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해당 사고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가 제도에 반영돼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후 여러 차례 제도 개편을 거치면서 이 규정은 사라졌다.
현재 사고사망만인율 제도는 방화나 폭행, 천재지변, 작업과 무관한 제3자의 과실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망자를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하청 근로자의 돌발적인 행동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대부분 사고사망자 수에 포함되는 실정이다. 공단이 예외 규정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원ㆍ하청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사고 원인과 책임 관계가 수사ㆍ재판 과정을 통해 장기간 다퉈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도, 법원의 최종 판단 전에 기업이 먼저 불이익을 떠안는 현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책임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에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사고사망만인율이 단순한 안전지표를 넘어 건설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경영지표로 떠오른 만큼, 보다 정교한 권리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성호 변호사는 “공단은 해당 건설업체의 업무상 과실 여부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건설공사 현장에서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리한 사고사망만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며 “이는 사고 책임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있기 전에 사실상 공단이 ‘결과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해법은 <대한경제>와 법무법인 바른이 오는 7월 7일 공동 개최하는 ‘강화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와 건설업체의 법적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확인할 수 있다.
![]() |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