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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사망만인율 제도, 입찰 불이익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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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07 15:37:03   폰트크기 변경      
대경ㆍ법무법인 바른 공동 세미나

책임소재 입증 전부터 확정 논란
최대 3년간 공공공사 수주 제한
10일내 이의신청도 중소사 부담
통보 즉시 취소소송ㆍ집행정지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사의 공공공사 입찰과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고사망만인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고 책임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건설사에 불이익을 부과하는 구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고사망만인율이 단순한 안전지표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경영지표’로 자리 잡은 만큼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설사들이 신속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강화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와 건설업체의 법적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와 법무법인 바른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강화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와 건설업체의 법적 대응 전략’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최적의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석한 건설사 법무ㆍ안전ㆍ수주 담당자들은 스크린에 띄워진 발표 자료를 연신 휴대폰으로 촬영하면서 주제 발표마다 큰 관심을 보였다. 주제 발표가 끝난 뒤 질의ㆍ응답 시간만 40분가량 이어졌다.

◇안전지표 넘어 ‘수주 좌우’ 경영지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1~3차 이의신청을 거쳐 최근 전국 건설사 11만2421곳에 2025년도 사고사망만인율 최종 결과를 통보했다.


사고사망만인율은 상시 근로자 수 1만명당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나타낸 비율이다. 시공능력평가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종합심사낙찰제 심사 등에서 건설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정부의 ‘중대재해 근절’ 기조 강화에 따라 지난해 12월 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기준 등을 개정하면서 사고사망만인율의 평가 비중이 확대돼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훨씬 커졌다. 최근 3개년 실적을 가중평균하는 방식이라 한 번 불리한 평가를 받으면 최대 3년간 공공 공사 입찰ㆍ수주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의 영향력은 커진 반면, 사고 발생의 책임 여부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업체에 불리한 사고사망만인율이 먼저 확정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박희대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7일 열린 ‘강화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와 건설업체의 법적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박희대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사망만인율은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의 초기 판단과 이의신청 결과를 토대로 확정된다”며 “이후 법원에서 무혐의나 무죄가 인정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입찰상 불이익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의신청 절차도 문제다. 사고사망만인율 통보 후 10일 안에 이의신청과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현행 절차는 중소 건설사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현행 제도는 방화나 폭행, 천재지변, 작업과 무관한 제3자의 과실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망자를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려면 수사기관의 조사서류와 계약서, 사실확인서 등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정당한 제외 사유가 있더라도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도 간의 정합성 문제도 있다. 일부 행정제재는 재판 확정 이후 적용되는 반면 사고사망만인율은 법원의 판단 전부터 불이익이 발생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별도의 권리구제 장치는 실종된 상태다.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의 전신인 ‘환산재해율’ 제도가 운영되던 2007~2012년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확정판결 전까지 재해자 수 산정을 유예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확정판결 전에 환산재해율이 확정되면 사고 책임이 없는 업체에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후 여러 차례 제도 개편을 거치면서 이 규정은 사라졌다.

박 연구위원은 “사고사망만인율을 책임 유무가 불분명한 단계에서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산업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건설사들이 충분한 증빙자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이의신청 기간을 현행 10일에서 14일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건설 관련 협회와 단체를 중심으로 중소업체를 위한 표준 매뉴얼과 법률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특히 박 연구위원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망사고는 책임이 확정될 때까지 사고사망자 수 산정을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예 이후 유죄가 확정되면 해당 업체의 사고사망자 수에 반영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이유다.

그는 “사고사망만인율 제도는 건설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며 “제도 개선의 목적은 기업의 책임을 면제하는 게 아니라 책임 있는 기업에 정확하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 유도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산정의 정확성과 절차적 공정성, 책임 귀속의 합리성을 함께 확보해야 제도의 신뢰도와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바른의 이원호 변호사가 7일 열린 ‘강화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와 건설업체의 법적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건설현장 사망사고로 인한 건설행정 분야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초기 대응이 기업 생존 좌우”

사망사고 이후 기업이 부담하는 행정제재 리스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원호 바른 변호사는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작업중지, 영업정지, 과징금, 입찰참가 제한, 등록말소, 부실벌점 등 다양한 행정제재가 동시에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부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회사에 대한 과징금 도입, 반복 사고를 낸 건설사에 대한 등록말소 등을 추진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 리스크는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결국 안전관리 비용보다 사고 이후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이 더 크게 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만큼,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진단이다.

이 변호사는 “안전ㆍ보건조치 준수를 통한 사고 억제가 가장 본질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이라면서도 “이런 환경에서는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을 함께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고 직후 조사 초기 단계부터 건설ㆍ노동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를 확보해 작업중지 해제와 청문절차, 행정처분 대응까지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전 예방과 사고 직후 대응, 행정절차, 소송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의 리스크 관리 체계로 운영해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와 신속한 법적 대응을 함께 준비하는 게 건설사의 필수 경영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성호 변호사가 7일 열린 ‘강화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와 건설업체의 법적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현행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처분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박성호 바른 변호사는 “사고사망만인율은 단순한 산업재해 통계가 아니라 공공공사 입찰ㆍ수주와 직결되는 행정처분”이라며 “통보를 받은 즉시 취소소송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신속ㆍ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처분의 효력은 매년 7월1일부터 즉시 적용되고, 취소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은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로 제한되는 만큼 공단의 통보를 받은 직후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본안소송인 취소소송은 결론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려 입찰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해야 한다는 게 박 변호사의 조언이다.

행정소송법은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 처분이나 집행ㆍ절차의 속행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ㆍ절차의 속행 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땐 허용되지 않는다.

바른은 앞서 국내 대형 로펌 최초로 종합ㆍ전문건설업체의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잇따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박 변호사는 “사고사망만인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건설사의 경영과 생존을 좌우하는 지표”라며 “처분성, 위법사유, 제소기간 등을 충분히 검토해 통보 직후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기업 경쟁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이동훈 대표변호사가 7일 열린 ‘강화된 사고사망만인율 제도와 건설업체의 법적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이동훈 바른 대표변호사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단 한 건의 사망사고만으로도 사고사망만인율이 크게 상승해 입찰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됐다”며 “건설업체로서는 현장의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할 뿐만 아니라,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응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취지는 분명히 존중돼야 하지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세미나가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보다 합리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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