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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홍샛별 기자] 올해 상반기 목동을 중심으로 설계업체들의 소리 없는 총성이 오고 갔다면, 하반기에는 설계 수주 전선이 양재천ㆍ탄천 벨트로 옮겨 붙고 있다. 송파 올림픽훼밀리타운 재건축 사업을 필두로, 대치미도아파트와 개포 ‘경우현(경남ㆍ우성3차ㆍ현대1차)’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설계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며 하반기 수주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조합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무리한 특화설계와 과장된 홍보가 판을 치면서, 지침 위반 사례도 적잖이 발생하는 추세다. 이를 경계한 일부 재건축추진위원회들은 설계사 입찰지침서를 통해 설계업체들의 홍보 행위를 일절 금지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입찰에 10곳 이상 우르르…개포·대치·송파 대기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재건축 설계사 선정 입찰에는 10곳 이상이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곳이 송파 올림픽훼밀리타운 재건축 사업이다. 이곳 재건축 추진위가 지난달 설계사 입찰을 마감한 결과, 총 18개 업체가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 입찰을 진행한 마포 염창동 통합재건축(우성1차·2차·삼천리) 사업의 경우, 9개의 설계업체가 참여한 바 있다. 3월에 입찰을 마감한 용산 청화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는 16개 업체가 대거 참여해 불꽃튀는 수주전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달 설계사 입찰 절차에 돌입한 대치미도아파트 역시 설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지난 4일 마감된 설계자 입찰에는 총 11곳이 참여했다. 특히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등 대형사들이 대거 명함을 내밀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입찰이 진행된 곳들은 모두 높은 사업성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단지의 굵직한 사업이라, 대형사들 대부분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이에 대응한 팀을 꾸려 준비해왔다”며 “앞으로 나올 단지들도 업계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경쟁 구도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남권에는 앞으로 재건축 설계사 선정 입찰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은 ‘올림픽 3대장’에 속하는 송파구 방이동의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이다. 9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재건축 사업인 만큼, 대형 건축사사무소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설 채비를 완료한 상태다.
이 사업은 현재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단계로, 지난 3월 설계사 선정 과정 전반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건설사업관리자로 한미글로벌을 선정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중 설계사 선정 작업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포동의 알짜 재건축 사업지로 손꼽히는 ‘경우현’은 이미 설계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적격심사가 아닌 현상설계공모 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선작은 오는 9월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치선경아파트와 올림픽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경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설계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수주전 과열 조짐…일부 추진위, 과도한 홍보에 선제적 대응
업체들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과장된 홍보가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건축사사무소들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자,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설계제안서와 홍보물에 ‘분담금 수천억원 감소’나 ‘공사비 수천억원 절감’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빈번하게 내걸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과도한 홍보를 경계하기 위해 입찰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나섰다.
올림픽훼밀리타운 추진위는 설계 입찰지침서를 통해 ‘평형별 분양가 및 소유주 분담금 등 자산가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금액 및 변동폭(예시: 분담금 00억 감소, 자산가치 00억 상승, 공사비 00억 감소) 등의 내용은 일절 불허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입찰을 진행했던 용산 청화아파트 역시 이 같은 내용을 설계 입찰지침서에 담아 무분별한 홍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제안서 내 허위 및 과장광고를 통해 현혹될 수 있는 표현을 엄격히 금하며, 확정적인 문구 표현시 정량 근거가 별도 첨부돼야 한다’며 ‘참여업체 상호 간 비방 등 일체 금지(설계제안서 및 홍보영상 포함)’도 명시했다.
개포 ‘경우현’ 통합재건축 추진위는 설계사의 홍보 작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설계 입찰 방식을 다르게 추진했다. 아예 개별 조합원의 투표로 설계사를 선정하는 게 아닌, 심사위원이 당선작을 선정하는 방식의 현상설계공모를 채택한 것이다. 보다 전문성이 있는 집단에 평가를 맡겨, 설계안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지침 위반이다. 조합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업체들이 화려하고 무리한 특화설계를 제안하는 게 대표적이다. 앞선 목동 설계 수주 경쟁 과정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일부 업체가 지침을 벗어난 설계를 시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설계를 통해 세대수를 늘리거나 한강 조망을 확대할 경우 조합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지침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있으면, 우선 설계권을 확보한 뒤 인허가 과정에서 조율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설계자의 역할은 사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인허가 조건이나 시장 상황을 전제로 한 예상 수치를 마치 보장된 결과처럼 표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자 선정 평가 기준이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도시계획적 완성도 △상품성 △사업 실현 가능성 △인허가 대응 역량 △유지관리성 등 실질적인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샛별 기자 byul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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