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등급 산정해 상품화 결정
버터떡 상륙 대비… 편의점 첫 출시
점포 판매 분석… 돈의 흐름 포착
데이터 누적되며 트렌드 ‘상품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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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F리테일 빅데이터팀이 글로벌 SNS 화제 키워드 등을 분석해 신제품 출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제공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오랫동안 식음료(F&B) 업계에는 ‘대형 유통사 출시하면 그 유행은 끝물’이란 공식이 암암리에 돌았다. 그런 공식을 깨부순 곳이 바로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다. 올해 상반기 유행한 디저트 중 ‘버터떡’을 국내 편의점 중 가장 먼저 출시했는데, SNS에서 소문이 퍼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중국에서 번진 ‘버터떡’을 국내 SNS 화제 초입에 낚아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품화한 결과다.
관건은 트렌드를 상품으로 옮기는 속도였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는 지난해 초 중국에서 유행하던 버터떡을 눈여겨보다 쫀득한 식감을 앞세운 디저트 열풍이 올해 초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보고 미리 기획에 착수했다. 버터떡이 국내 SNS에서 번지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소금 버터떡’을 내놨고, 자체 앱 포켓CU에서 매일 1만 개 한정으로 팔며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상하이 스타일 버터 모찌’로 라인업을 넓히는 사이 CU의 디저트 매출 신장률은 2024년 25.1%에서 지난해 62.3%로 뛰었다. 올해 1분기에도 62.5%를 기록했다.
버터떡을 포착한 근거는 감이 아니라 등급으로 환산된 화제성이었다. CU는 고객의 추천ㆍ조회ㆍ반응 등 여러 지표를 결합해 트렌드마다 S등급부터 C등급까지 ‘화제 등급’을 매긴다. A등급 이상으로 분류된 트렌드만 상품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해외에서 도는 신호가 국내 소비로 옮겨붙을지를 숫자로 걸러내는 장치인 셈이다.
등급은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자들이 산출한다. BGF리테일의 빅데이터팀은 2013년 트렌드분석팀에서 출발해 2019년 7월 CX(Costomer Experience)본부 산하로 개편됐다. 인력은 8명으로, 통계학ㆍ산업공학ㆍ경영정보공학ㆍ사회학 등을 전공한 분석 인력이 주축이다. 이들은 △점포ㆍ영업 △상품 △마케팅ㆍ행사 △AI 스마트 발주ㆍ진열 등 4개 영역으로 나뉘어 현업 부서와 맞붙어 일한다.
빅데이터팀이 SNS 신호와 함께 사용하는 또 다른 무기는 전국 점포의 판매 데이터다. SNS가 트렌드라는 가설을 던진다면, 1만8000여개 CU 점포에서 실시간으로 쌓이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데이터는 가설을 매출로 확정한다. 온라인에서 뜬 키워드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 화면 안에서만 도는 일시적 화제인지를 가르는 것은 POS 데이터뿐이다. 지역ㆍ시간ㆍ연령별 구매 패턴이나 날씨에 따른 수요 변동까지 실시간으로 잡아, 온라인 화제성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갑의 실제 움직임을 붙든다.
점포 데이터로 매출을 확정하는 방식은 신상품을 출시 전략으로 이어진다. CU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자 지난해 말부터 충북 음성ㆍ진천, 경남 양산ㆍ김해, 경북 칠곡 등 외국인 밀집 도시의 점포 150여 곳에서 해외 식재료를 팔기 시작했다. 피쉬소스ㆍ하오하오 라면ㆍ똠얌 페이스트 등 동남아 식재료와 라면·조미소스류 150여 종을 갖췄다. 여기서 확인된 수요를 바탕으로 장보기 특화 매장 ‘스마트그로서리’로 취급을 넓혔고, 올해 안에 판매 점포를 500여 곳까지 늘린다. 특정 상권에서 데이터로 검증한 상품을 전국으로 퍼뜨리는 구조인 셈이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CU의 상품화 속도도 빨라진다. 과거 CU의 데이터 분석은 이미 팔린 실적을 놓고 ‘왜 팔렸나’를 따지는 사후 복기에 가까웠다. 유행을 알아채도 시장조사ㆍ기획ㆍ보고ㆍ의사결정을 거치는 사이 상품이 매장에 깔릴 때쯤이면 유행이 한풀 꺾이기 일쑤였다. 지금은 크롤링으로 잡힌 키워드가 세일즈전략TF를 타고 전사에 즉시 공유되면서, ‘트렌드 발생→인지→상품화→판매’ 사이클이 종전보다 최소 두세 배 빨라졌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데이터는 강력한 나침반이지만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한다”며 “데이터 조직이 트렌드의 레이더망으로 정량적 베이스를 제공하면 MD가 스토리텔링과 맛, 비주얼을 입혀 상품을 완성하는 상호보완적 결합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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