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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먼저 읽은 트렌드] ④ 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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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13 05:00:22   폰트크기 변경      
데이터로 브랜드ㆍIP 직접 붙여 유행 조립하는 ‘트렌드 메이커’로 전환

검색량 아닌 ‘대기 수요 불균형’ 읽어 공급 부족 틈새 공략


지난 1월 선보인 피트니스 브랜드 '압도' 와 격투기 미디어 브랜드 '블랙컴뱃' 콜라보. /사진: 무신사 제공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무신사가 유행을 관찰해 상품을 들이던 자리를 벗어나, 데이터로 브랜드와 지식재산(IP)을 직접 붙여 유행을 조립하는 ‘트렌드 메이커’로 올라섰다. 단순 검색량을 보지 않는 게 핵심이다. 팬덤은 결집했는데 상품이 없는 ‘대기 수요의 불균형’을 읽어 빈틈에 단독 상품을 꽂아 넣는 전략이다.

무신사 기획자들은 해수면 아래 잠재된 유행을 포착해낸다. 이들은 지난해 8∼9월 국내 격투기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의 언급량 추이를 훑던 중 예상 밖의 조합을 떠올렸다. 팬덤이 두터운 격투기 미디어 브랜드 ‘블랙컴뱃’과 인지도는 높지만 무신사에 입점하지 않았던 피트니스 브랜드 ‘압도’의 결합이다. 무신사가 양사의 협업 구조를 직접 이끌어 지난 1월 7일 내놓은 단독 컬렉션은 발매 2주 만에 누적 거래액 3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초기 목표치의 200%를 넘어섰다.

이렇게 무신사는 특정 커뮤니티와 플랫폼 내 코어 사용자의 결집도와 반응 속도에 집중했다. 소비할 준비를 마친 팬덤은 이미 존재하는데 시장에는 그 수요를 채워줄 상품이 부족하다는 공급 부족 신호를 읽어낸 게 핵심이다. 이 불균형의 틈이 큰만큼 흥행 보증수표의 액면가도 커졌다.

불균형을 읽어낸 무신사는 브랜드에 IP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레트로와 2000년대 빈티지 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 회자되는 신호를 잡은 뒤, 그 감성을 구현할 핵심 IP로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지목했다. 동시에 새 이미지가 필요했던 여성 패션 브랜드 ‘프레클’에 협업을 제안했다. 29CM에서 지난 2월 나온 이 컬렉션은 7종 가운데 5종이 발매 30분 만에 모두 팔리며 예약 판매로 돌아섰고, 일주일 만에 누적 거래액 1억원을 넘겼다.

이 방식은 브랜드가 원하는 IP를 데이터로 찾아주는 데까지 나아갔다. 레트로 IP 협업을 원하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아웃스탠딩’에는 유통 시장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아 희소성이 높다고 판단, 워너브라더스의 고전 애니메이션 ‘루니툰즈’를 추천했다. 이 컬렉션이 발매 후 한 달간 약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신사는 같은 브랜드와 가을ㆍ겨울(FW) 시즌 2차 컬렉션을 준비 중이다.

브랜드와 IP를 붙이는 판단의 근거는 무신사 안에 쌓인 고유 데이터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생태계인 만큼, 패션 관여도가 높은 소비자의 취향과 마이크로 트렌드가 민감하게 투영된다. 실시간 랭킹과 스타일 스냅, 좋아요 같은 행동 데이터는 구매 결과를 보여주는 후행 지표가 아닌, 잠재 대기 수요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작동하는 이유다.

이 선행 지표는 오프라인의 열기를 먼저 낚아채기도 한다. 불교박람회 인기가 디지털로 옮겨붙고 있었고, 사내 검색어 추이와 스타일 데이터에서도 동양 스타일인 젠(Zen) 무드가 새 키워드로 작동하는 것이 감지됐다. 무신사는 박람회 팝업에서 높은 매출을 냈던 ‘바반투’와 손잡고 5월 석가탄신일에 맞춰 단독 선발매와 홍대 팝업을 묶은 ‘젠 무드 컬렉션’을 100개 이상 품목으로 기획했다.

이 같은 기획은 특정 조직이 아닌 무신사 전사적으로 이뤄진다. 무신사는 데이터 분석 툴과 시장 리포트를 전 임직원에게 제공해 상품 기획(MD)와 마케터, 서비스 기획자가 각자의 시각으로 데이터를 해석한다. 그 위에 얹힌 정예 조직이 더해져 정교하게 다듬는다. 2020년부터 운영해 온 마케팅본부 산하 조직을 지난해‘트렌드 상품 및 IP 기획’으로 개편, 협업 상품 담당자와 기획 MD 등 12명이 움직인다.

트렌드 포착부터 발매까지 한 사이클은 짧게는 3개월이다. 글로벌 SNS와 검색 엔진, 패션 커뮤니티의 반응을 자체 AI 엔진이 실시간 수집해 진짜 유행이 될 신호를 걸러내면, AI가 매일 생성하는 리포트로 국내 시장 유효성을 교차 검증한다. 발매 성과까지 AI가 분석해 다음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다. 데이터가 발굴한 화제성이 현시점의 정서와 맞는지, 어떤 바이럴 시나리오로 감성적 동조를 끌어낼지는 기획자의 몫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최종 의사결정 시에는 데이터의 비중과 기획자의 정성적 분석 비중을 철저히 50 대 50으로 균형 있게 운영하고 있다”며 “데이터로 객관적인 후보군을 검증하고, 기획자의 감각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데이터의 빈틈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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