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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글로벌 가전 시장 정체 국면 속 국내 가전 양강의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상반기 가전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와 소비 위축으로 교체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물류비와 메모리 등 핵심 부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외형은 비슷했지만 수익성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2분기 양사의 가전·TV 관련 사업 외형 매출은 14조원대 후반으로 팽팽히 맞섰지만, 영업이익에서는 1조원 안팎의 격차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매출 규모는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2조1411억원 많았다. 수익성의 격차가 단순한 분기별 등락을 넘어 상반기 전체 실적에서 뚜렷하게 벌어졌다.
LG전자의 2분기 가전(HS)·미디어엔터테인먼트(MS)·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 합산 매출은 14조9164억원, 영업이익은 1조141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매출 14조9348억원, 영업이익 1조1900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1조원대 흑자 행진이다. 특히 생활가전(HS) 부문은 2분기 매출 7조757억원을 기록해 분기 최초 7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9.7%)하는 고수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와 디지털가전(DA)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14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14조3000억원)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분기2000억원 흑자에서 2분기 1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TV·가전이 포함된 DX(디바이스경험)부문 전체도 2분기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① 프리미엄: 수익성 지켜낸 ‘고부가 전략’
LG전자는 프리미엄과 볼륨존(중저가) 제품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격 방어에 나섰다. 프리미엄 생활가전과 올레드·QNED 등 고부가 TV 판매 확대, 원가 구조 개선과 운영 효율화에 미국 관세 환급 효과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희망퇴직 비용 등이 반영되며 7509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냈던 MS사업본부가 올해 흑자로 전환한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HS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6조9431억원·영업이익 5697억원에 이어 2분기 매출 7조757억원·영업이익 6859억원을 기록하며 두 분기 연속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도 프리미엄·AI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 자체는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중국 일부 생활가전·TV 사업을 축소·정리하고 생산·판매 거점 재편에도 나섰다. 하반기에는 ‘갤럭시 Z8 시리즈’와 연계한 프리미엄 판매 확대, 삼성 TV 플러스·광고·운영체제(OS) 라이선스 등 수익모델 다각화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② B2B: 구독과 대형 프로젝트의 힘
가전 양강이 나란히 힘을 쏟은 두 번째 승부처는 B2B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일반 소비자 판매(B2C)가 정체된 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기존 판매 방식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LG전자는 B2B와 구독을 중심으로 수익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분기 B2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6조5000억원, 구독 사업 매출은 5% 증가한 6600억원을 기록했다. 제품 판매에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은 일회성 판매를 반복적인 서비스 매출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꼽힌다.
주거 개발사업으로 구독 모델의 적용 범위도 넓혔다. LG전자는 7월 현대건설과 손잡고 서울 압구정 재건축 단지(2·3·5구역) 조합원 7000여 세대에 빌트인 가전과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가전 구독 모델을 공급하기로 했다. 냉장고·세탁기·건조기·스타일러·식기세척기 등 5~7종 가운데 원하는 제품을 조합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공조와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B2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8개 도시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100여 곳에 원형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360 카세트’ 1000여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리야드 대중교통 시설에 시스템에어컨을 납품했고, 두바이 사립학교에는 빌딩 통합관리 시스템 ‘b.IoT’를 공급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 가전·TV 등 B2C 사업의 실적 영향력이 큰 만큼, B2B 사업 확대가 부품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압박을 상쇄할 정도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LG전자가 구독·B2B를 통해 반복 매출과 기업간거래 비중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면, 삼성전자는 HVAC 등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B2B 사업의 외연을 넓히는 단계다.
③ 신사업:‘AI홈·모듈러 주택·로봇’ 공간 확장
본업의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세 번째 승부처는 가전의 영역을 주거 공간 전체로 넓히는 신사업이다. 양사는 모듈러 주택과 히트펌프를 앞세워 ‘AI홈’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로봇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는 홈쇼핑을 통해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판매에 나섰다. AI 가전과 고효율 냉난방공조, 에너지 관리 솔루션, AI홈 플랫폼을 결합해 가전제품을 넘어 주거 공간 전체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목조 모듈러 주택업체 공간제작소와 협업해 ‘삼성 AI 모듈러 홈’을 선보였다. 스마트싱스 기반 AI홈 솔루션으로 에어컨·히트펌프 보일러·냉장고·TV·홈캠 등 20여종을 설계 단계부터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히트펌프에서도 맞붙었다. LG전자는 제주도 난방 전기화 사업에서 상반기 보급 물량 1042가구 중 450가구의 설치를 맡았으며, 삼성전자는 제주에서 냉난방과 급탕을 통합한 ‘EHS 올인원’을 실증하며 아파트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로봇은 가전업체의 제조 역량을 미래 산업으로 연결하는 또 다른 축이다. LG전자는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자체 개발해 양산에 돌입했고,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 로봇 조직을 신설해 80종의 액추에이터를 연구하는 등 로봇 관절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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