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설 5∼7곳 몰려도 본입찰 1곳뿐
수백억∼수천억 보증금에 경쟁 실종
여의도ㆍ목동ㆍ광명 하안까지 번져
상반기 격전과 달리 수주전 급랭
이주비 등 조합 협상력 약화 우려
![]() |
![]() |
| 이미지 :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도시정비시장이 이른바 ‘무혈입성’의 시대로 진입했다. 서울 핵심 도시정비사업 현장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 5∼7곳이 몰린다. 하지만 정작 본입찰장은 텅 빈다. 두 차례 현설을 거쳐 입찰까지 남는 곳은 한 곳뿐이다. 올 상반기 압구정ㆍ성수ㆍ신반포 정비사업지를 뜨겁게 달궜던 수주전은 온데간데없다. 하반기 들어 여의도ㆍ목동ㆍ광명까지, 지역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단독 응찰’이 서울ㆍ수도권 정비사업 시장의 새 문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무혈입성’ 또는 ‘선별수주’가 확산하는 원인 중 하나는 공사비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이 꼽힌다. 핵심 사업지의 입찰보증금은 수백억∼1000억원대에 달한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보증금은 2000억원, 성수1지구는 1000억원에 달했다.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인 목동8단지의 경우 입찰보증금이 700억원 규모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면 반환되지만, 그 전까지는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이 묶인다는 점에서 건설사 입장에선 무리한 다중 참여 자체가 부담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핵심 사업지의 입찰보증금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해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이 묶이는 점이 경쟁입찰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공사 간 ‘암묵적 양보’라는 관행도 있다. 한 사업장에 특정 건설사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면, 경쟁사는 정면충돌 대신 다른 사업장으로 눈을 돌린다. 목동에서 현대건설이 8ㆍ10ㆍ14단지 축을, 삼성물산이 1ㆍ3ㆍ5단지 등 홀수 단지 축을, GS건설이 2ㆍ4ㆍ9ㆍ11ㆍ12단지 축을 각각 검토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여의도에서도 ‘래미안을 원하는 조합원이 많은 곳은 경쟁사가 피한다’는 공식이 업계에서 통용된다.
광명 하안주공 역시 3ㆍ4단지는 포스코이앤씨로 사실상 결론이 났고, 초반 3파전이었던 6ㆍ7단지도 겐슬러와 손잡은 IPARK현대산업개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며 단지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다만 목동 7ㆍ11단지처럼 5개 대형사가 동시에 몰리는 예외적인 격전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조합원에게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경쟁이 사라지면 공사비, 금융 조건, 설계 특화 방안을 비교할 대상 자체가 없어져 조합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당분간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도 치열한 수주전보다는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이나 구역ㆍ단지별 분할 수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예전에는 10대 건설사가 경쟁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사실상 5대, 혹은 3대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시공사 간 경쟁이 전개될 때에는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과 같은 금융 부문부터 마감재까지 다양한 선택 조건이 내걸리지만, 단독 입찰이나 컨소시엄은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어 조합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