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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숲 그늘로 떠나는 여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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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30 10:00:35   폰트크기 변경      

섬진강대숲길


숲이 가장 우거진 계절은 여름이다. 어느 때보다도 나뭇잎은 넓고 푸르고 숲은 울창하다 못해 빽빽하다. 여름 햇볕을 무엇 하나 거치지 않고 바로 받고 자란 숲은 그만큼 넓고 진한 그늘을 드리운다. 나뭇잎에 스치우며 숲내음과 함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또 어떠한가.


한국관광공사가 ‘청량한 숲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추천한 한여름 숲 여행지를 소개한다.

금강송 군락지 강릉솔향수목원


하늘정원에서 바라보는 풍경



강릉솔향수목원은 칠성산 자락에 자리한다. 구정면 어단리와 왕산면 도마리ㆍ목계리 사이에 있는 칠성산은 산꼭대기 7개 바위가 칠성(七星)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높이 953m에 기암괴석과 우거진 숲으로 꽤 험한 등산 코스다.

보통 산에는 여러 나무가 섞여서 자생하지만, 칠성산에서는 능선을 경계로 동쪽에는 참나무가, 서쪽에는 키 큰 노송이 군락을 이룬다. 특히 줄기가 붉고 곧게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한다.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금강소나무는 자태가 빼어나 ‘나무의 제왕’이라 일컫는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를 주제로 꾸민 수목원이다. 대표적인 관찰로가 천년숨결치유의길이다.

천년숨결치유의길은 금강소나무와 함께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 피톤치드와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놀이 풍부하다는 서양측백이 어우러져 최적의 삼림욕 코스를 완성했다. 나무 사이로 경사가 완만한 데크가 설치돼 어린아이나 노인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강릉솔향수목원에서 만난 다람쥐


이곳에서 놓치면 안 될 또 다른 볼거리가 하늘정원이다. 소나무뿐 아니라 바위틈에 피어난 들꽃이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전망대에서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강릉솔향수목원에 들어서면 맑은 계곡도 만나게 된다. 용소골은 칠성산과 매봉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이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깨끗한 일급수여서 버들치와 가재도 흔하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수국원을 만난다. 수국은 흙이 산성이면 푸른색 꽃을, 염기성이면 붉은색 꽃을 피운다. 산수국 바깥쪽 크고 화려한 색 꽃잎은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한 헛꽃이다. 안쪽에 있는 작고 소박한 꽃이 진짜 꽃이라고 한다. 헛꽃은 꽃가루받이를 하고 나면 고개를 숙인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수국


수목원 하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밤 8시부터 11시까지 야간에도 문을 연다. 초록빛 조명이 반짝이는 신비로운 숲길을 체험할 수 있다. 월요일에는 휴원이다.


신비로운 조명이 어우러진 야간 숲길 체험


글ㆍ사진=권다현 여행작가



안면송과 함께하는 안면도자연휴양림


한옥과 어우러지는 안면송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태안반도에서 남쪽 바다로 길게 뻗은 곶(串)이었다. 고려시대 세곡선이 거친 뱃길에 빈번히 좌초하자 태안 굴포 운하 조성에 나섰으나 조선시대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대안으로 인조 16년(1638) 안면곶을 절단해 운하를 만들면서 안면도는 인공섬이 됐다.

‘안면(安眠)’은 ‘운하가 완공된 이래 배가 더는 침몰하지 않아 백성이 편안하게 잔다’라는 뜻이지만, ‘숲이 우거진 자연환경 덕분에 숙면이 가능한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안면도의 숲에는 수령 100년 내외 안면송이 밀집해있는데, 이 안면송 천연림에 안면도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우리나라 토종 붉은 소나무인 안면송은 고려시대에 궁궐과 선박을 만드는 목재로 쓰였고, 임진왜란 때는 거북선을 비롯해 주요 함선 제작에 사용했다. 줄기가 곧고 길며, 수형이 우산 모양이고, 다른 소나무에 비해 목질이 단단하다. 표고가 낮은 구릉지대에서 자라 햇볕과 바람을 고스란히 받은 덕분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 숲길


안면도자연휴양림에는 무장애나눔길, 스카이워크, 치유의숲길을 비롯해 5개 봉우리로 이어지는 조개산 등산로 등 남녀노소가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이 다양하다. 조개산(朝開山)은 ‘아침을 여는 산’이라는 뜻으로, 최고봉인 탕건봉(92.7m)에 서면 삼면의 바다와 멀리 오서산까지 한눈에 담긴다. 해발 100m도 안 되는 탕건봉이 안면도 1경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휴양림은 숲속의집과 산림휴양관 등 숙박시설, 산림전시관과 숲속교실, 산림수목원 같은 교육시설, 잔디광장과 어린이놀이터, 족구장 등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숲 체험을 이어가고 싶다면 안면도수목원도 방문하자. 42ha에 식물 1800여 종을 식재한 공립 수목원이다. 한국 전통 정원의 멋이 느껴지는 아산원,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구성된 상록수원, 안면도에 자생하는 꽃과 나무를 만나는 안면도자생수원, 물속 동식물을 관찰하는 생태습지원과 유아숲체험원 등 다양한 주제원이 있다. 보행약자도 안전하게 산책하는 무장애나눔길도 있다.


안면도수목원


글ㆍ사진=장보영 여행작가



소나무 성지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오백년소나무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어우러진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만든 1호 국가숲길이다. 2010년 7월에 1구간이 열렸다. 지금은 총 7개 구간(79.4㎞) 가운데 현재 5개 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1구간과 5구간은 정비 중이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탐방 3일 전까지 가능한데 선착순 마감이다. 화요일은 휴무다. 구간마다 탐방 인원을 하루 80명으로 제한하고, 자격증이 있는 숲 해설사가 안내한다.

1구간(보부상길)과 2구간(한나무재길)은 보부상이 소금을 지고 다니던 십이령옛길이고, 3구간(오백년소나무길)과 3-1구간(화전민옛길)은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지나는 길이다. 4구간(대왕소나무길)과 5구간(보부천길)은 600년 넘은 대왕소나무를 만나는 길이다.

소개할 곳은 7개 구간 중 오르기 가장 편한 가족탐방로다. 5.3㎞로 점심 포함 3시간쯤 걸린다. 점심은 탐방을 마치고 숲에서 먹는다. 마을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숲밥’을 맛볼 수 있다. 숲밥이 맛있어 다시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출발하자마자 울창한 숲길이 펼쳐진다. 쪽동백나무 커다란 잎사귀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들어온다.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숲길을 20분쯤 걸으니 넓은 공터가 나오고 송낙정을 만나게 된다.

안도현의 ‘울진금강송을 노래함’ 시비를 지나면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살짝 기울어졌지만, 기품이 넘친다. 이곳의 상징 오백년 소나무다. 지름 96㎝, 키 25m, 수령 약 540년이다.

소나무는 200∼300년은 노송(老松), 300∼500년은 고송(古松), 500년이 넘으면 신송(神松)으로 불린다. 이 나무 외에도 ‘못난이소나무’, ‘육백년소나무’ 등 신송이 있다.

수령이 약 520년인 못난이소나무는 쭉 뻗지 못하고, 중간에 둘로 나뉜 가지가 구불구불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미인송’도 있다. 이름처럼 하늘로 미끈하게 뻗은 줄기가 곱고 예쁘다.


미인송


가장 높은 관망대에 오르면 장대한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내려오는 길은 미인송 같은 금강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오솔길이다. 여기 있는 포토존에서 사람들이 소나무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는다.

글ㆍ사진=진우석 여행작가



숲속에서 힐링…국립김천치유의숲


김천치유의숲 대표 프로그램인 수도산바디테라피 진행 모습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소백산맥에서 명산으로 꼽히는 수도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내 치유의숲 중에서도 평균 고도가 높아, 경북 이남 지역에서 보기 드문 자작나무 숲을 품고 있다.

김천(구미)역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 말 그대로 오지고, 버스가 하루에 한 번 운행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수도리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산길을 따라 15분 남짓 걸어야 한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내 주차장은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다.

교통은 다소 불편하지만, 그만큼 청정지역이라는 뜻이다. 52㏊에 자작나무, 잣나무, 참나무, 낙엽송, 전나무, 생강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다.

치유의숲 내 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관찰의숲길(1.6㎞, 약 30분), 한반도 습지와 전나무 쉼터를 만나는 성장의숲길(3.6㎞, 약 1시간), 잣나무 데크 로드가 포함된 자아의숲길(4.5㎞, 약 1시간30분), 국립김천치유의숲 전체를 돌아보는 아름다운모티길(5.7㎞, 6∼7시간)이 있다. 전 구간이 완만해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관찰의숲길로 들어섰다. 힐링센터에서 15분쯤, 가벼운 트레킹만으로 하얀 나무껍질이 눈부신 자작나무 숲(7ha)을 만날 수 있어 인기다. 생육 환경이 강원도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사람들이 인종조림한 숲이다. 수령 25년이 넘는 빽빽한 자작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여름날 자작나무는 푸르름 그 자체. 하얗고 매끈한 나무에 둘러싸여 한참을 걷고 또 쉰다. 김천8경에 포함된 이곳의 청량한 풍경에 매료되는 순간이다.


해먹에 눕는 것만으로 치유가 된다.


이곳을 제대로 느끼려면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수도산바디테라피’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자작나무 숲 아래 너른 데크에서 매트를 깔고 진행한다. 소도구를 이용한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숲속 피트니스다. 수령 150년 된 잣나무 숲 사이 데크 로드에서 걷기 명상, 음이온 명상, ‘숲멍’ 체험 등을 한다. 해먹(그물침대)에 몸을 맡기는 것 자체로 힐링이다. 울창한 잣나무 그늘이 차양이고, 고요한 산속에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글ㆍ사진=길지혜 여행작가



지리산ㆍ섬진강 어우러진 구례 섬진강대숲길

대나무는 잎보다 줄기가 먼저다. 무성한 잎의 푸름보다 한사코 제 몸의 곧음으로 말을 건다.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지만, 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서 여름 볕을 거뜬히 피할 수 있다.

섬진강대숲길은 KTX 구례구역에서 약 3.3㎞, 구례읍내에 있는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도 3㎞가 안 되는 곳에 있다.

대숲이라고 하면 담양을 떠올리겠지만, 구례 대숲은 다른 매력으로 반짝인다. 섬진강과 나란히 있는 대숲이다. 물길 따라 대숲 뒤 먼발치로 지리산이 물결 친다. 구례가 자랑하는 풍경이 한데 모인 셈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구례가 아껴둔 비밀의 정원이다.


대나무의 푸르름


일제강점기 이 일대에서 사금 채취가 횡행했다. 섬진강 금모래가 유실되는 걸 안타까워한 마을주민 김수곤 씨가 모래밭을 지키려고 대나무를 심은 게 섬진강대숲길의 시작이다.

정자 쉼터가 있는 초입에서 편도 약 600m 구간으로, 길은 평지에 가깝다. 몇 걸음 떼지 않아 섬진강은 사라지고 대숲은 자기만의 제 목소리를 낸다. 어느새 땡볕도 사라지고 마디마디 곧은 대나무 줄기가 무리 지어 그늘을 드리운다. 대숲의 음영은 활엽수 그늘과 달라, 수평으로 넓기보다 수직으로 깊다. 절로 고개를 들고 시선은 높고 먼 데를 향한다.

섬진강대숲길에 벤치가 많은 건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픈 이를 위함이라기보다 거기 앉아 대나무로 빼곡한 숲을 바라보라는 뜻이다. 초록 선이 빗살처럼 가득한 대숲의 짙은 초록이 마음을 씻는다. 봄이나 가을이었다면 강바람이 숲의 일렁임을 만들었겠지만, 여름 대숲은 요동 없이 대나무의 오롯한 멋을 뽐낸다.


야간 조명으로 신비로운 대나무숲길


‘별빛 프로젝트’는 이곳을 밤에 한 번 더 찾게 한다. 어둠이 내린 숲은 무지갯빛으로 변신하고, 사방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조명이 신비롭다. 초입에는 초승달, 안쪽에는 보름달 포토존에서 낮에 이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대숲길 강 건너편에는 오산이 보인다. 정상부에 자리한 사성암은 의상, 원효, 도선, 진각국사 등 고승들이 수도했다고 해서 붙은 이음이다. 절벽 위에 당당한 ‘유리광전’의 첫인상이 강렬하다. 산왕전 옆 도선굴 역시 거대한 바위틈이 경이롭다.


글ㆍ사진=박상준 여행작가


사성암 유리광전


여름을 두고 푸르다고 하는 건 숲 때문일 것이다. 치열한 매미울음, 까불대는 새소리, 상쾌한 바람처럼 여름 숲이 품고 있는 것들은 젊은 이미지다. 숲도 우리도 결국 짙은 갈색 쓸쓸함으로 변색하겠지만, 숲길에서는 걱정이 앞서지 않는다. 숲에는 근심과 고민을 끄덕임과 사색으로 내쉬게 하는 힘이 있다.


정리=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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