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 시절부터 ‘원전 부활’ 메시지
韓 공급망ㆍ시공력, 美 원천기술ㆍ정치력 강점
글로벌 원전 시장 1000조원…“세계 점유율 확대 시너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47대 미 대선 승리 선언 방송. / 사진: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원자력 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글로벌 원전 확대는 이미 방향성이 잡혀 있었지만, 친원전주의자인 트럼프의 귀환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트럼프의 정책은 자국 내 원전 산업 부활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미국 내 원전 시공 능력이 완전히 상실됐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도 예상된다. 원전 프로젝트를 각자 수주한 뒤 부분적으로 협력하던 과거 방식과 달리, 신규 사업 수주 단계부터 한미 컨소시엄을 구성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크다.
7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현재 396GW 규모인 글로벌 원전 설비용량 2050년 916GW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규 원전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프로젝트는 100기이고, 사업을 검토 중인 원전은 340기에 달한다. 소형모듈형원전(SMR)의 상용화와 원전 해체, 고준위방폐물 처리 산업까지 합치면 글로벌 원전 시장은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 흐름 속에서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전망되는 이유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너지 때문이다.
한국은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서 ‘온타임ㆍ온버짓(예산 내 적기 준공)’ 능력을 증명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단가는 ㎾당 3571달러로, 원전 강국인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강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안정적인 공급망과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경제성이 한국 원전의 최대 강점인 셈이다.
미국은 자국 내 공급망이 붕괴한 상태다. 원천기술과 설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공 능력이 없다. 반면, 원자력 기술의 수출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입김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세계 최강국의 정치력 또한 신규 원전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노백식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내왔기 때문에 자국 원전 산업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은 원천기술이 뛰어나지만, 공급망이 취약하다. 전 세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안정적 공급망을 갖춘 국가는 한국 정도다. 미국이 글로벌 원전 점유율을 높이려면 한국의 손을 잡고,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할 거다”라고 설명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전경./ 사진:코즐로두이 원전 홈페이지 |
한미 원전 협력의 대표 사례로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프로젝트가 꼽힌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수주 단계에서부터 현대건설과 협력하며 20조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최근엔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에 가서명하면서 ‘팀 코러스(팀 코리아+US)’가 프로젝트 검토 단계부터 운영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글로벌 원전 수주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나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급증하는 전력수요는 전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이고, 원자력 발전 확대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바꾸기 힘든 방향성이었다”라면서, “트럼프가 자국 원전 산업 부활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쉽지 않다. 특히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협력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 한국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ㆍ우 전쟁 이전에는 러시아가 전 세계 원전 시장을 휩쓸었지만, 이제는 신규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라며, “그나마 경쟁력 있는 국가가 중국 정도인데, 한국도 중국과 단독으로 맞붙으면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공급망과 미국의 정치력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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