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급감 영향… 대형 현장은 증가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내년 1월27일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만 3년을 맞는다.
법 시행 이후 기업 경영책임자의 안전경영 리더십에 따라 사업장의 안전 수준이 올라갔다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이 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진 처벌’이 기본 골격이지만, 법 내용 자체에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픽: 이인식 기자 fever@ |
우선 정부가 ‘사후 처벌’에서 ‘위험성 평가’ 중심의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내놨지만,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대기업들은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워크(서류작업)’ 중심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올 1월부터 법 적용 대상이 상시 근로자 5명 이상∼50명 미만 사업장(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미만)까지 확대됐지만, 영세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은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해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에 이른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당초 예상과 달리 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재해가 줄지 않으면서 ‘무용론’도 이어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고용노동 정책의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대재해 발생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업 중대재해 사고는 128건(1분기 64건, 2분기 64건)으로, 지난해 145건(1분기 63건, 2분기 82건)보다 17건 줄었다. 하지만 공사금액별로는 경기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사고 발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반면, 공사금액 800억원 이상 대규모 건설현장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건수가 전년 대비 69.2% 급증했다.
결국 안전대책이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둔 게 아니라 건설현장 감소에 따른 중대재해 동반 감소라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어떤 지표로 분석해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사망사고가 줄었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며 “특히 건설업의 경우 불경기 때문에 사업장이나 현장이 반토막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중대재해가 늘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상태에서는 당초 목표였던 실질적ㆍ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은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형사처벌 리스크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포비아’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면 정부가 법 개정을 포함해 원점에서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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