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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3년 명암①] 대기업보다 中企 처벌에 집중… 법조계 “준법경영 관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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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2-09 06:00:56   폰트크기 변경      
구조적 한계… 대책은 없나

형식적 서류작업하는 기업 대다수

고비용ㆍ저효율 안전 구조 고착화

과거 산업재해 처벌 전력 있으면

처벌 가능성도 높아져… 대비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종전에 없던 제재는 물론, 적시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부담까지 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장 특성ㆍ규모를 고려해 재해 예방을 위해 인력ㆍ예산을 투입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이를 위반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도 벌금형으로 처벌되고, 의무 위반이 고의ㆍ중대한 과실로 인정되면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지게 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10월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가운데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모두 27건이다. 이 중 4건은 원청 대표이사에게 실형(법정구속 3건)이 선고됐고, 22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무죄 선고는 1건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확대 적용되기 전에 사고가 발생했고, 법원이 공사금액을 50억원 미만으로 판단하면서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특히 법원은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실형으로 엄벌하는 추세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ㆍ시행 이후에도 사고 재발방지 조치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결정적인 실형 사유로 작용했다.

법 시행 이후 3년 가까이 지나면서 기업들의 대응 심리가 다소 느슨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과거 산업재해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중대재해자문그룹의 김동주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 입장에 따르면 형식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의 외관만 갖추는 데 그친 경우에는 실질적인 의무 이행이 없다고 보고 중대재해 발생 시 유죄가 선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징역형의 집행유예도 결코 가벼운 처벌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집행유예가 취소된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은 물론 다른 기업들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서류작업을 잘해놓은 대기업은 처벌을 피하는 대신 중소기업들만 처벌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무전유죄 유전무죄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류작업만 형식적으로 하는 기업들도 문제지만, 더 나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형식적인 안전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고비용 저효율’인 산업안전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업들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ㆍ준법경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판례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준법경영을 통해 중대재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 시스템이 실질적ㆍ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기업들이 반드시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그 이행 여부를 거듭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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